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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5/14 14:08:00 |
Name |
SEIJI |
Subject |
스타 삼국지 <19> - 천하를 위한 첫걸음 |
"뭐라고 정수영이 죽었다고...?"
"예 지금 바로 세중에서 직접 가져온 따끈따끈한 소식입니다."
마침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로 연신 거울을 보며 여드름을 짜고 있던 홍진호로서는
아침에 들려온 이 급보가 청천벽력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어떻게... 누가 정수영을..?"
"송병석이 원로대신 주훈과 짜고 정수영을 유인하여 공격했습니다."
"송병석이라... 결국 그런 일이 생겼구먼.. 그래 그 뒤는 어떻게 되었나?"
"정수영의 잔당들이 도망갔다가 다시 세중을 습격 꾀없는 송병석은 맞서 나가서 싸웠
으나 잔당들의 수가 어찌나 많은지라 패퇴했습니다. 그리고 잔당들이 세중으로 들이
닥쳐 MC용준을 위협하여 자신들을 캐스터 자리에 넣어달라고 강요했습니다. 힘없는
MC용준은 그들의 요구를 그저 따를 수 밖에 없었지요."
"허허... 아무 프로게이머라고 다 캐스터가 되는 줄 아나? 그들이 김동수, 임성춘등을
너무 쉽게 보았군..."
홍진호는 MC용준을 생각했다. 제대로 된 세력도 없이 홀로 외로운 처지에 놓인 MC
용준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오늘도 자기 자가용하나없이 지하철에서 덜덜떨리는
손으로 아톰게임이나 하고 있을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홍진호는 곧 부하들을 불러놓고 회의를 했다.
"정수영은 죽었다. 이제 그 잔당들이 MC용준을 겁박,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가
세중으로 가서 MC용준을 지켜드려야 하는게 아닌가?"
"그렇습니다! 갑시다!"
"싸우러 갑시다!!"
이윤열, 이병민등의 무장들이 싸우러 가자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홍진호의 오른팔
이라고 할만한 조용호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때입니다."
"기다렸다가 다른 제후들이 MC용준에게 가면 어떡하나? 강동의 임성춘이나 혹은
북평의 김대건, 남양의 곽동훈, 형주의 최수범등등..."
"임성춘은 꾹참고 기다렸다가 한방러쉬를 하는 스타일이고 김대건은 메카닉만 하니
그 전진이 더디며 곽동훈은 그냥, 최수범역시 팩토리를 세개 만들때까지는 전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홍진호는 애써 강도경의 이름을 꺼내려다가 꾹 참았다. 사실 홍진호로서도 가장 두려운
상대는 강도경이었다. 강도경이 MC용준한테 가서 캐스터 자리라도 따낸다면... 가뜩이나
스타리그 중계가 만담이라는 말이 많은데 강도경이 끼면 이건 만담수준이 아니라 김구라
와 황봉알이 양사이드에서 서라운드로 중계를 떠는 수준이었다. 홍진호는 생각만해도
눈앞이 깜깜했다.
그런 그의 속뜻을 짐작이나 했는지 조용호가 나지막히 말했다.
"강도경역시 성급하게 몸을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은 그렇다쳐도 강도경은..."
"강도경은 말은 많고 명성은 높으나 움직임이 더디고 공격할때를 제대로 노리지 못하는
선수입니다. 주군처럼 죽어라고 공격만 하는 것과는 정반대이지요. 나아가야 할때 나아
가는 결단력이 없으니 쉽사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가..."
"지금 주군이 할일은 아직도 남아있는 Yellow길드 황건적의 잔당을 토벌하여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곧 무언가 변란이 생길것이고 그 때를 틈타 일을 도모해도 늦지 않습
니다."
홍진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은 많고 성격은 급해도 옳은 말은 잘 받아들이는 홍진호
였다. 그런 급한 성격의 홍진호를 차분하고 참을성이 많은 조용호가 받쳐주니 지우와
피카츄 버금가는 최고의 콤비라고 아니 할수 없었다.
곧 홍진호는 병력을 모아 황건적의 잔당들을 토벌하기 시작했다. 이윤열, 이병민, 김정민,
김민구등 일당삼의 장수들이 그를 도와 무예를 뽐냈다.
그렇게 영토를 넓히고 쓸모있는 게이머들을 뽑아 양성하는중 이윤열이 한 사내를 홍진호
에게 데려왔다.
"이 자는 누구인가?"
"제... 제가 황건적을 토벌하는중 게임을 하다보니 너무 무리를 해서 몸이 뻐근했습니다.
그래서 근처 잘한다는 24시간 마사지에 갔는데 이 자가 저를 마사지 해주었습니다.
남자라서 처음에는 적잖이 실망했으나 이 자가 마사지를 해주니 마치 연성이에게 부탁해
10만광년으로 워프해서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손놀림이
범상치 않아 이리 데려왔습니다. 온 주변이 뿌옇게 변하는게 카트라이더에서 솔리드프로
몰아본 이래로 두번째 경험했던 느낌이었습니다"
"그래, 자네 이름이 뭔가?"
"성은 박 이고 이름은 경락 자는 공공의적 이라고 합니다."
"스타는 좀하는가?"
"예. 원하신다면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경락이 서스럼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위에 그 현란한 손놀림을 뽐내니 좌중의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않을수가 없었다. 홍진호 역시 그 현란한 경락마사지에 감탄
했다.
"앗 컴퓨터가 쓰러진다."
그때 한 병사가 컴퓨터를 잘못건드려 본체가 옆으로 떨어졌다.
"저리 비켜라!!!"
박경락이 금세 달려나와 손가락만으로 컴퓨터 본체를 받쳐들었는데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 본체를 들어 제자리에 세워두었다. 이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그의 약력에 놀라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한편 MC용준은 정수영의 잔당들에게서 도망쳐나와 정처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그를
따르는건 그의 충직한 신하 몇몇뿐, MC용준은 곧 밀려올 잔당들이 자신을 겁박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목적지 없이 떠돌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면 좋단 말인가?"
"원래 수도인 메가웹으로 가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MC용준은 그말을 옳게 여겨 지친 몸을 이끌고 메가웹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신하들
에게 물었다.
"곧 정수영의 부하들이 우리를 겁박하러 달려올텐데 우리에겐 쓸만한 게이머는 고사
하고 공방양민도 없소.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이 근처에 홍진호장군이 있는데 그 세력이 사못 당당합니다. 더구나 충성심도 뛰어나니
그를 불러 호위하도록 명하시옵소서."
MC용준은 곧 홍진호에게 긴급메일을 보냈다. 어서 빨리 와서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메일이었다.
그렇게 터덕터덕 메가웹쪽으로 걸어가는지 반나절이 지났다. 그런데 저뒷편에서 뿌연
먼지가 나는게 아닌가? MC용준이 놀라 뒤를 바라보니 정수영의 부하들이 벌쳐를 타고
몰려오고 있었다.
"바라바라 바라밤~~"
"MC용준을 잡아라!!!"
"놓치지마라!! 놓쳐선 안된다!!"
MC용준이하 그 주변의 신하들은 모두 얼굴이 파랗게 되었다. MC용준이 덜덜덜 거리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말을 더듬고 있었다.
"이...이이..일을 어..어찌..하하하하면 좋단 말이오... 도도...통통통통.....방...방방 법이
생각...각...나지..않구구구...려..."
신하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때 앞쪽에서 탱크푸는 소리가 났다.
"MC용준을 보호하러가자!!"
"탱크들이여 진격하라!!"
이윤열과 이병민이 탱크부대를 몰고 달려오고 있었다. 탱크의 포격앞에 마인도 개발되지
않은 벌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정수영의 부하들을 내쫒고 이윤열과 이병민은 MC용준
을 보호했다. 곧 홍진호가 달려와 MC용준앞에 무릎을 꿓었다.
"이제 제가 보호하겠으니 마음을 놓으시옵소서."
"고맙소. 장군이 천하의 충신이외다."
MC용준이 감격하여 홍진호의 두손을 꼬옥 잡았다. 홍진호가 이에 절을 하고 MC용준
을 이끌고 메가웹으로 모셨다.
메가웹... 10여차레 스타리그를 하며 프로게이머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도로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의 눈물과 환희가 스며져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메가웹은 그 찬란한 번영은 아랑곳없이 여기저기 부서진 키보드와 컴퓨터가 흉물
스럽게 늘어져있는 폐허로 변해있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화끈한밤 오빠 나랑 전화해'
전단지들과 여기저기 널려있는 용도를 알수없는 두루마기 휴지들이 그날의 참상을
대변해줄 뿐이었다.
MC용준은 폐허더미를 뒤지다가 종이 쪽지를 하나 발견했다. 그 종이를 보고 MC용준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옛 화려했던 메가웹의 모습, 관중들로 북적
이며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경기장의 모습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MC용준은 바닥에
앉아 오열하기 시작했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져있었다.
'자리 있습니다 ^^'
신하들은 오열하는 MC용준을 보며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홍진호 역시 그자리에 잠차고 아무말도 없이 서있었다. 홍진호가 조용호를 보며 말했다.
"이곳은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 더이상 어떤 스타 경기도 진행하기 힘들듯 하오."
"그렇습니다. 여기서는 큰 뜻을 펼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장군의 근거지인 허도로 옮기시옵소서. 그 곳이라면 능히 MC용준을 보호하여 다시금
스타리그를 진행해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수 있을 것입니다."
"내 생각이 그대와 같소."
홍진호는 곧 MC용준에게 공손하게 청원했다. 아무 힘없는 MC용준은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홍진호는 곧 MC용준을 모시고 신속하게 모든 병력과 쓸만한 가재물들을
허도로 옮겼다. 역시 신속정확한 동진 익스프레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모두들 그 일을 그리 크게 여기지 않았지만 홍진호만큼은 이 사건의 중요성을 직감하고
있었다. 앞으로 천하를 차지하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는데 이 일이 첫 걸음이 되어
줄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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