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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5/10 13:19:18 |
Name |
SEIJI |
Subject |
스타 삼국지 <17> - 주훈의 계략 |
"뭐야? 동수가 죽었다고 그렇단 말이지?"
"저 죽은게 아니오라... 공익으로.."
"동수가 죽었다고? 동수가!! 하하하! 동수가 죽었구나!!"
"저... 주군..."
"이제 내가 큰 근심을 덜게 되었도다. 그래 그 뒤를 이은 자는 누구라고 하더냐?"
"동수의 아들 임성춘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아직 젊어서 청춘이라고 합니다."
이운재가 그렇게 대답했다. 아직 젖비린내나는 청춘이라... 정수영은 더이상 걱정할게
없었다. 그렇게 근심이 사라지니 남은것은 폭정과 빠따질 뿐이었다.
세중게임월드내내 빠따질로 울부짖는 관람객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으며 아무도 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지 못했다. 가딱 말을 잘못했다간 쥐도새도 모르게 지하 100미터
아래의 지하 밀실로 끌려갈 판이었다. 밀실에 끌려가면 라면도 안먹인대더라...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졌고 민심은 흉흉했다.
하루는 정수영이 게이머들을 모으고 잔치를 벌였다. 모두다 화기애애하게 박카스와
요구르트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일하던 알바가 정수영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거렸다. 정수영이 특유의 미소를 머금었다.
"저 자를 끌고 가라!!"
정수영이 갑자기 손가락을 가리켜 한 사내를 가리켰다. 곧 장정들이 그 사내를 끌고
갔다. 곧 비명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모두들 겁에질려 덜덜덜 하고 있을때 초죽음이
되어 온 사내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참조는 했지만 표절은 하지...."
"이 자는 KBS PD로 이번에 온게임넷 프로리그 오프닝을 표절해서 자기 프로그램 오프닝으로 썼었소. 그래서 내 빠따질을 한것이니 죄없는 그대들은 두려워마오."
정수영이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웠지만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을 더욱더 질리게 했다.
한편 고향으로 돌아온 홍진호는 자기 근거지에서 힘을 모으고 있었다. 차곡차곡 힘을
모으며 언젠가 있을 새로운 변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부하들역시 홍진호
의 뜻을 알고 병력을 모으는데 주력했다.
홍진호의 옛 팀원들인 이윤열, 이병민 뿐만 아니라 현 팀원들인 김정민,김민구등이
그를 도왔다. 서로 PC방에서 밤을 새며 실력을 양성하고 주변에 스타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동네 중고등학생들을 데려와 뛰어난 인재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실력을 양성하며 때를 기다리는 중 홍진호가 장졸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벌였다.
"여러분들, 내 시 한수 읊겠소이다."
흥이 난 홍진호가 그렇게 말하며 시를 읊기 시작했다.
"같은 일꾼인데 SCV만 체력이 60이요,
메딕이 있는 마린은 죽지도 않구려,
파이어뱃에 다가갔다 저글링 모두녹고,
마인이 하나당 25원, 벌쳐는 덤이요,
뭔놈의 시즈는 왜 그리 사정거리가 길기도 하구려,
가격대 성능비 좋기로는 골리앗 만한것도 없고,
투컴셋 찍어대면 맵핵이 따로 없네.
베슬 쌓이면 그야말로 악몽이오.
테란은 사기요, 테란 하지마오.
테란 ㅅㅂ,ㄹㅁ, 벙커링 ㅅㅂ,ㄹㅁ."
홍진호의 읊조림이 끝나자 주변은 한동안 숙연해졌다. 이윤열, 이병민, 김정민등 홍진호
의 장수들은 모두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홍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들로선 홍진호의 속마음
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단 한명의 모사만큼은 그런 홍진호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 모사의
이름은 조용호. 자는 목동으로 홍진호를 만나기전부터 그 귀여움과 참을성으로 수많은
명성을 얻고 있었다. 홍진호가 조용호를 등용하며 말하기를 "그대는 나의 맹태가 되어
주시오" 라고 하였다. 맹태는 그 예전 통키를 도와 그를 왕으로 이끌었던 최고의 2인자
였다.
그만큼 느릿느릿하면서도 참을성이 있는 조용호는 항상 성격이 급하고 폭풍처럼 매섭게 몰아치는 홍진호의 약점을 잘 보완해줄수있는 그런 인재였다.
"차라리 병력을 모아 우리끼리 정수영을 치는게 낫지 않을까?"
"주군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곧 변란이 있을터이니 그 때를 틈타 일을 도모하는것도
늦지 않습니다. 공격이 전부가 아닙니다. 지금은 확장에 주력하시옵소서."
"그러다 때를 놓치지 않겠소?"
"주군 기다리는것도 전략입니다. 느긋하게 기다리시는게 상책입니다."
홍진호는 그 말을 옳게 여겼다. 그리고 하릴없이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휴우..."
주훈은 길게 탄식했다.
오늘 낮에 있던 참극을 머리에 되새기며 나오는건 연신 한숨뿐이었다. 분명 KBS PD가
맞을짓을 한건 사실이나 어찌 MC용준도 오프닝을 제작한 위PD도 제치고 자신이 나서서
몽둥이 찜찔을 한단 말인가?
주훈은 연신 초시계를 이리 굴렸다 저리 굴렸다 하며 생각했다. 하지만 뭐라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것도 아니었다. 그게 요즘 주훈의 원형 탈모증을 더욱더 가속시키는 원인
이었다. 나오는건 한숨이요, 빠지는건 머리카락뿐 아무런 대책이 없자 주훈은 암담하
기만 했다.
"감독님, 어찌 이리 한숨이신가요."
주훈이 뒤를 돌아보니 자신이 키우는 프로게이머 김성제였다.
뛰어난 미모와 고운 자태로 주변 사람들에게선 성제양이라고도 불리는 리버의 달인
이었다.
"네가 뭘 알겠느냐?"
"소녀... 아는건 리버 뿐이지만 스타를 위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사옵니다. 더구나 저를
뽑아서 프로게이머로 키워주신 그 은혜를 다 갚지도 못하였는데 이렇게 감독님께서
한숨만 내쉬니 어찌 제가 즐꿈을 할수있겠습니까. 부디 저에게 어찌해야 하는지 그 방법
을 알려주시옵소서."
주훈이 성제를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그저 리버나 잘쓰는 곱상한 프로게이머인줄 알았
는데 다시보니 스타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국지정을 가졌다라는 것을 알게 된것이다.
그렇게 다시 성제를 드려다보니 예전과는 다른 기품과 함께 더욱더 고운 자태가 눈이
부시게 들어왔다. 하얀피부, 오똑한 콧날, 맑은 두눈, 팔뚝에 근육... 주훈은 낮게 읊조
렸다.
"음 캠빨은 잘 받겠구나..."
김성제가 수줍어하자 주훈이 그런 김성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좋은 계책이 하나있건만 네가 잘 실행해줄지 모르겠다. 허나 이 계책으로 역적을
타도한다면 내 너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은혜랄게 뭐가 있겠습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주훈이 갑자기 무릎을 굽히고 앉아 김성제에게 큰절을 했다.
"고맙다. 너야말로 이 스타판의 충신이니라. 이 늙은 것의 절을 받아다오."
"왜 이러십니까. 남들이 봅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김성제가 다급히 주훈을 만류했다. 주훈의 두눈엔 왕방울만한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날이 밝은데로 주훈은 용산으로 달려가 자기연봉을 긁어 최고급 캠과 포토샵 정품을
구매했다. 그리고 송병석에게 다이오유덴 공시디 50개들이 한세트를 선물하며 초대장을
보냈다.
공시디중의 공시디로 보통 일반 공시디가 200원인데 반해 한장에 450원이나 하는 그귀한
다이오유덴 공시디를 50장이나 받아 송병석은 입이 귀밑에 걸렸다. 무엇을 구울까 생각
만해도 너무나 기분좋은 일이었다.
흡족한 얼굴로 송병석이 편지를 펼쳐들었다.
'장군의 명성은 이미 온 천하에 퍼진지 오래고 장군의 스타실력은 모르는 사람이 없소.
이 주아무개 이를 매우 사모하며 장군과 배넷에서 한수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니 오늘밤
8시에 아시아 채널 훈이네로 와주시오. 방제는 1:1 문근영헌터 비번은 **** 이오.
장군의 조인을 주문한 김수미 꽃게장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소이다.'
"주감독님께서 부르시는데 당연히 가야지. 안갈수가 있나."
송병석이 말했다.
한편 김성제의 방안에선 성제의 꽃단장이 한창이었다. 캠각도를 조절하며 적절한 각도를
맞추는것도 잊지 않았다. 초생달처럼 가느다란 눈에 짙은 속눈썹, 땀방울이 타고내려
코끝에 고여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거같은 오똑한 콧날, 진달래 물 가득머금은 붉디 붉은
입술, 근육으로 똘똘뭉친 팔뚝. 그야말로 볼수록 빼어난 성제양의 자색이었다.
그런 성제의 얼굴에 일말의 수심이 흘렀다.
하지만 그 수심도 무너져가는 스타판을 위해서 분연히 몸을 일으켜 일어서려는 결연한
의지 앞에서 어느덧 눈녹듯이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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