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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5/04 18:35:59 |
Name |
[NC]...TesTER |
Subject |
[잡념]부자연스러웠던 내 양복_하이서울축제를 갔다왔습니다 |
어느 누가 그러더군요. 남자는 30이 넘어야 진정한 남자라고. 진정한 사춘기를 지난 남자
라고 합니다. 회사내에서는 30이 넘을쯤이면 보통 대리를 달죠.(물론 회사 사정상 다를수
도 있습니다.) 대리는 실무를 가장 많이 할 나이이고, 모든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고,
40을 준비하는 초석을 다지게 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구요.(아저씨가 되어가는 시기기도
합니다.)어제 하이서울 축제를 다녀왔습니다. 세종로를 중심으로 거리에 많은 먹거리들
과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예전 한양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구요. 삭막한 도시에 사람 냄새,
음식 냄새들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차로도 아예 통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
았는데.. 여자친구와 막걸리와 족발, 삶은 계란 사가지고 맘 넉넉한 아주머니에게 박스하
나 빌려 시청앞 광장으로 갔습니다. 한빛대 GO의 친선경기가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마
지막 팀플전에 이재훈 선수의 랜덤 테란이 조금은 악재인가 싶었는데..그렇게 게임은 끝났
습니다. 탁트인 풀냄새, 흙냄새나는 곳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막걸리와 족발 그리고 스
타방송을 보는건 정말 그 순간만큼은 낙원에 온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도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거구나라고. 정말 행복은 그렇게 멀고, 큰 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선수들 퇴장 후, 저는 여자친구 손을 잡고 공연장 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선수들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중, 고
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여 학생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선수들을 기다리고 기다려도 저 안에
서만 보이고, 나올 생각들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 주위를 지키던 경호원들은 저 안에 사
람들이 도대체 누구길래 이리들 호들갑인지 의아해하며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프로게이
머들 입니다. 게임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특히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는 전
문게이머들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몇몇 경호원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저를
위아래로 한번 쳐다보고나서 다시 조그마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양복입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 학생들 틈에 끼여 핸드폰을 들고 사진찍을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나 어이가 없
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안있어 지오 선수들이 살며시 빠져나갔습니다. 핸드폰이 워
낙 안좋았던지 서지훈 선수와 이재훈 선수를 찍었지만 제대로 나오질 못했습니다. 잠깐이
나마 팬들과 사진한장 찍어주길 바랬지만 차안으로 들어가 사라졌습니다. 오래간만에 직
접 선수들을 보니, 저는 저기 있는 학생들로 돌아 갈수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뛰었
고, 정말 선수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고, 싸인도 받고 싶었습니다. 조금 후, 한빛의 조형근
선수가 나와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일일이 싸인을 해주며 쑥쓰러워하는 모
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저도 얼른 안주머니에 있는 수첩을 꺼내 맛있는 거 사달라고
엄마에게 칭얼대는 아이처럼 조형근 선수에게 싸인을 요청했습니다. 제 이름과 여자친구
이름을 함께 써준 싸인을 받으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옆에 여자친구가 그렇게 좋냐
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습니다.
다시 몇분이 지나고 김도형 해설위원과 모자를 푹 눌런쓴 어디선가 낯이 익은 사람이 나왔
습니다. "얼짱 김도형!!" 크게 한번 외쳐주고,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에게 다가갔습니다. 최
상용 캐스터위원. 한때 그의 특유의 냉냉함으로 인기를 얻었던, 지금은 프라이드 무대로
자릴 옮긴 최상용 캐스터위원이였습니다. 학생들은 그를 잘 못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워
낙 모자를 눌러쓰고, 복장도 편한 스포츠트레이닝 복장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너무나 방갑고 마치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인양 그에게 다가가 사진찍는 걸 부탁했습
니다. 처음엔 쑥쓰러워하다니만 제 여자친구가 핸드폰을 들자 다정한 포즈를 취해줬습니
다. 양복을 입은 저와 스포츠트레이닝 웨어를 입은 그와 왠지모를 부조화속에 조화가
이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와 헤어짐의 인사를 뒤로, 키가 아주크고 분홍색 티
가 눈에 띈 선수가 보였는데, 전위였습니다. 예전 김동수 해설위원이 선수시절에 신예 저
그선수가 하나있는데 그를 이길수 있는 선수가 없다라고 할정도로 각광을 받던 전위. 생각
보다 키가 무척 커보였고, 많이 말라보였습니다. 그에게도 얼른 달려가서 사진 찍기를 청
했고, 그도 기꺼이 저와 함께 했습니다. 자꾸 저의 양복이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키큰 전
위 옆에 저는 마치 동탁과도 같아 보였습니다. 그에게도 싸인을 받고 반드시 부활하리라
믿는다는 말을 그에게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한빛 얼짱 박경락!"이라는 소리에 전윈 매우
쑥쓰러워했습니다. 얼굴을 차마 못들어가면서... 뒤에 강도경선수와 사진을 찍고, 싸인을
받았습니다. 쾌할한 이미지가 실제 만나봐도 그대로였습니다. 호탕한 싸인과 사진을 같이
찍고, 그의 부활도 기대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여기 PGR식구분들중에는 30이 넘으신 분들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제가 어제
분위기에 안 맞는 양복 복장에 학생들 틈에 끼여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싶어 안달하
는 모습을 본 제 여자친구는 즐거워하면서도, 저렇게 좋을까라는 표정을 저에게 던졌습니
다. 그렇게 좋았을까요?
어제의 제 양복은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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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어제 시청앞 광장에서 경기를 하면서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보면서 마침 터져나오는 전용준 캐스터의 목소리에 깜짝 놀래하는 모습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아!~ 이런 자리가 정말 많아야 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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