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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5/02 11:48:59
Name Ann
Subject  IBM팀리그, 영웅 김정민
제 또래의 여학생쯤 되었다면
누군들 IBM팀리그 결승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수 있었을까요.

팀리그의 꽃은 올킬이었고, 으레 올킬의 주인공들이 그 시즌에 주목받기 십상이었지만,
IBM팀리그의 주인공은 솔직히 김정민 선수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싶습니다.



유난히도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선수의 감정표현에 낯설어하는것 같습니다.
이기고나서 웃어서는 안되며, 지고나서 울어도 안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아온
김정민선수는 웃기도 잘 웃었으며, 지고나서 화도 잘 내는 선수였지요.


그리고 IBM팀리그 결승, 결국 우리는 그의 눈물까지도 보게 됩니다.

그의 눈물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왠지 내가 저 사람의 편이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게 한 사람이
김정민선수였습니다.
IBM팀리그 결승의 김정민선수였습니다.





0:2로 밀리고 있던 KTF는 위기임에 불구하고
상당히 도박적인─섬맵에서의 저그카드를 꺼내게 됩니다.

(이에 대해 정수영감독님을 비난하고싶지는 않습니다.  만약 조용호선수가 이겼더라면
분명 우린 '용병술의 승리'니 '예견된 승리' 라며 떠들어댔을테니까요.)

패러럴라인즈 가로방향에서, 승률 8할대이던 최연성선수는 거침없이
조용호선수를 잡아내고, KTF는 마지막 단 한명의 선수에게
모든걸 기대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0:3. 어쩌면 팀리그 역사상 가장 비참한, 혹은 완벽한 결승이 될뻔한 상황에서
김정민선수는 비장함을 안고 출격합니다.

영대삼이라는 압도적 스코어와,
또 최연성이라는 난폭운전수의 이름만으로도 압박 그 자체였다는것을
동시대에 살던분은 잘 아시지않습니까?-_-


쉬운경기는 아니었지만 벌처싸움에서 밀린 최연성선수는
그의 경기만큼이나 화끈하게 GG를 치고 맙니다.

하지만 김정민선수는 여느때처럼 웃지 않았습니다.
아직 웃어야 할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였겠지요.  벤치에서 걸어나올때와 똑같은 표정의 김정민선수는 흐트러지지않고
이렇게 되뇌고 있더군요.

'누구든 오너라!'







그리고 경이적 스코어, 2:3 !

'세상에!'


0:4로 끝나버릴줄 알았던 경기였습니다.  재미없는 경기라며 야유받던 김정민선수는
독하게 이름값을 하고야 맙니다.  미니맵에 흐드러진 붉은 점들은, 당시 4U의 두번째 출전이었던 박용욱선수를 압도합니다.  




그리고 6경기.
끝끝내 그는 웃어보고 싶어했다는것을 압니다.


하지만 패스트캐리어를 들고 온 김성제선수는,
앞마당에 터렛도배를 하고 골리앗 몇기를 리페어해가며 버텨보려던 김정민선수를
제압합니다.

그리고 4U는 최초의 팀리그 우승이라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습니다.
(김성제선수가 뒤돌아서 허공에 하이파이브하는 유명한(?)장면도 여기서 나오지요. )

김성제선수를 미워하지 않았는데도 그를 야박하게 느껴지게 한것은
다름아닌 '남자의 눈물'이었습니다.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못하던 김정민 선수는 리플레이를 보고있었을테지요. 아니,
솔직히 말해 리플레이를 켜놓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범위의
많은 생각들을 했을것 같네요.

KTF동료의 도움을 받고 시상대로 올라선 김정민 선수.  이기면 활짝 웃어서
기분을 좋게 하던 선수였는데, 그날만큼 끝까지 웃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한경기 이긴다고 해서 그게 완전한 승리는 아니라는것을
알았기 때문일것같습니다.


아, 너무 대견했던 그는 결국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조금 더 어른스럽고 싶어서, 눈물을 숨겨보려고도 합니다.  뒤돌아선 그에게서
어떤 기분을 느끼셨나요?
우리말과 글은 훌륭하지만,
그를 보던 감정을 표현할 어휘가 제 수준에서는 없을것 같습니다.






팀리그가 통합되었다고 합니다.
팀배틀 방식을 이젠 두번다시 볼수 없다는거지요.

공인리그도 아닌 리그에 왠 참견이냐고 해봤자 콧구멍으로도 안들으실것을 알지만
정말! 정말! 정말 많이 아쉽다는 말은 꼭 해둬야 할것같습니다.

스폰서하기로 한 투싼에 대한 옳은 처우, 이번 협상에 완전히 배제된 게임TV에 대해서도
하고싶은 얘기가 많지만 저는 이기적인 인간이라 제가 손해볼 짓은 안하고싶네요.
말해봤자 화만 자꾸 나잖아요.^^


김정민선수의 팬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아쉬워하던 그를 보면서
언젠간 복수할 날이 올거라고 믿었는데─일이 아쉽게 되었네요.

제 생각뿐입니다만, 프로리그 방식이 채택된다면,
new팀리그를 볼 의사는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다들 한발씩 물러나 양보했다고는 하지만 . 하지만 .
통합과는 상관없는 비공인리그,
몰수패할 규정이 없는 비공인리그.
MVP도 주지않는 비공인리그.

누가 잘못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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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on Out
05/05/02 12:04
수정 아이콘
4u를 응원하면서 보았지만 김정민 선수의 투혼에 저도 모르게 김정민 선수를 응원하면서 본 기억이 납니다. 평소라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던 김정민 선수의 탄탄함이 그 때처럼 무섭고 강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그 날의 mvp는 올킬 직전까지 상대를 몰아갔던 최연성 선수도 아니고 마지막 경기를 잡아낸 김성제 선수도 아닌 김정민 선수였습니다.

실제로 만나보진 못했지만 게임을 떠나서 참 착하고 좋은 친구일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선수입니다. 책임감 강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충실하게 자기 몫을 다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그런 그의 성격때문에 요즘은 개인 리그에서보다 팀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자주합니다.
우우웅
05/05/02 12:18
수정 아이콘
김정민 선수 웃는 모습이 참 선하게 느껴지는 인상이죠 ^^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까지 기분좋게 만들어 주는 웃음 참 보기 좋습니다.
카이레스
05/05/02 12:31
수정 아이콘
그 당시 3:0까지 보고 나갈 일이 있어서 '이제 끝났네..'하고 나갔다 왔었습니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스코어가 3:2더군요. 6경기 김성제 선수와의 경기를 보면서 저 역시 안타까움에 가슴을 졸였습니다. 김정민 선수의 해맑은 웃음을 더 높은 곳에서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김홍진
05/05/02 13:18
수정 아이콘
저도 현장에서 가서 봤습니다만..;; 김정민선수가 최연성선수를 벌쳐싸움으로 제압했을때에 그분위기란.. 분명히 3:1절대적인 불리한 상황임에 틀림없었지만.. 당시 경기장 분위기는 완전히 KTF우승분위기였죠..;; 그리고 박용욱선수까지 잡아냈을때 정말.. .. .. 거기서 역올킬이 나왔다면 아마 김정민선수는 엄청나게 더 큰 선수가 되어있었을텐데..
한방울의비
05/05/02 13:23
수정 아이콘
그 경기도 경기지만요, 그런 경기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꺼 같은 안타까움이 더 크네요. 팀배틀방식, 그 열기, 그 감동 등등... 저말고도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신거 같은대...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되었으면 하네요.

프로리그, 1라운드는 프로리그, 2라운드는 팀배틀방식,
이런식으로 하는것도 괜찮은거 같습니다만.
아무튼, 팀배틀방식 계속 남기를 바래봅니다.ㅜ
05/05/02 13:23
수정 아이콘
프로리그 통합을 찬성하던 쪽인 저이지만.. 그때 그 김정민 선수의 모습이 아지랑이 피듯 아련하게 떠오르니...ㅠㅠ..팀리그가 또 아쉬워지네요 ㅠㅠ..

김정민 선수 요새 개인리그 성적이 그다지 좋지않은데... 왠지 프로리그에서 혼자서 너무 힘을 쏟은 탓이 아닌가하는 바보같은 걱정을 하게되네요..(대 SK전, 대 소울전,대 KOR전 두번..모두 프로리그 후반.. 김정민 선수만 개인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었죠.. 누구보다 멋있게.. ㅠㅠ

에구..또 눈에 눈망울이 주렁주렁 달리기시작하네요 ㅠㅠ..
05/05/02 13:58
수정 아이콘
쩝..그냥 둘다 있게하징..많은 분들이 그걸 바라고 있건만.
가을의전설
05/05/02 14:12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프로필에 홈피를 SoNiCBlack 되있는데 SoNiCBlacK 이라야 카페에
들어가지네요..
05/05/02 14:18
수정 아이콘
부끄럽게 저의 프로필을*-_-*
키위우유
05/05/02 14:24
수정 아이콘
전 김정민선수하면 한빛소프트배끝나고인가 1.08패치나오고 임요환선수와 온게임넷에서 특별전했을때 플레이에놀랐죠
그당시 절대 안질거같던 임요환선수를 완벽하게 제압하는걸보고 이선수의단단함이 대단하다생각했는데 그해에 제주kbk대회도우승하고 다시그시절의 포스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05/05/02 14:46
수정 아이콘
처음엔 팀배틀방식이 싫었지만..보면볼수록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군요. 올킬,역올킬...그 짜릿함은 프로리그가 따라오기힘든 맛이 있었는데.
최근엔 거의 팀리그만 봤던걸로 기억합니다.이번에 통합건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네요.
sealofmemories...;;
05/05/02 15:58
수정 아이콘
너무 아쉬웠죠. 다음경기가 박서와의 경기였는데 말입니다.;
마린의 그때의 포스를 다시 찾기를바랍니다.
더마린 파이팅~
스타급센스♬
05/05/02 16:04
수정 아이콘
팀리그방식 좋아하지 않다가.. 막상 없어지니까 다시 보고싶고 그립네요..
☆FlyingMarine☆
05/05/02 17:11
수정 아이콘
글자체가 아주 좋네요. 어찌 저랑 생각이 아주 비슷하신.... 제가 쓴 글
We Saw His Tears랑 내용은비슷하나 풀어내시는능력이 타고나시네요. 전님같은글을쓰려면 한참멀었네요ㅜㅜ 앞으로도 이런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05/05/02 18:59
수정 아이콘
정민님 -_ㅠ 이젠 팀리그말고

개인리그에서도 그 포스를 보여주세요.

팬입장으로 간떨려 못보겠어요;;
한종훈
05/05/03 13:18
수정 아이콘
그 때....그 결승....정말 생각만해도 전율이 이는군요. 김정민 선수가 최연성 선수를 제압할 때, 평소에 TV볼륨이 20인데 80까지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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