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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4/14 12:47:12 |
Name |
쿵스 |
Subject |
저는 보았습니다... |
저는 보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텍사스 알링턴 구장 마운드에 오른, 동양인 투수를 보았습니다.
그 선수는 얼마나 떨렸을까요?
엄청난 연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꼬리를 물고 늘어진 부상, 팬들과 기자들의 비난, 그에 반해 점점 향상되는 팀성적...그로인한 중압감...
게다가 상대는 핵타선을 보유하고 있고, 자신만 만나면 더욱더 펄펄 날라다니는 팀...
하지만 그 선수는 이런 걱정, 중압감, 두려움은 뒤로한채 한구, 한구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그 선수의 손에서 떠난 공이 허공을 가르며 포수의 미트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3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는 것도 보았습니다.
스탠딩 삼진을 당한 타자들의 허탈한 표정도 보았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상대팀 강타자를 평범한 플라이볼로 처리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공수가 교대되며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그를 보았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힘이 다 할 때까지 한구, 한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행 주자를 협살하기 위해 3루까지 전력질주하고 베이스 카버를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비록 7이닝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뒷모습...그 동안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축 쳐진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당당한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TV 중계진들의 칭찬과 그동안 야유를 퍼붓던 홈팬들의 기립박수와 냉정하게 대했던 감독의 격려를 보았습니다.
저는 정말 보고야 말았습니다.
홈팬들의 기립박수에 답례를 하며 보여준, 약간의 수줍음을 먹은 미소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 미소에는 홈팬들뿐만 아니라 데뷔 시절부터 그 선수를 응원하던 수 많은 팬들을 향한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와 믿음이 잔뜩 들어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계속 보고 싶습니다.
아직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믿고 조용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계속 보고싶은것이 있다면...
이제 막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박찬호 선수, 박찬호 선수의 미소를 계속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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