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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4/09 12:17:36 |
Name |
Milky_way[K] |
Subject |
별들의 전쟁 episode 0. ☆Ⅰ부 17장. |
안녕하세요^^~ 밀키입니다. 박찬호 형님의 호투를 기도하며 소설을 올립니다~!
잠깐! 우선 소설을 보시기 전에 한 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점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현재 쓰고 있는 ''(가제)스타크래프트 별들의 전쟁 episode.0''는 앞서 가제란 말을
붙였듯이 전체적인 스토리(줄거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아직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무엇하나 딱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사실 원래 제목은 '성전'으로 하려고 했으나 다른 소설
중에 같은 제목이있는 것도 있었고 너무 흔한듯 해서.. 아직 제목도 정하고 있질 못하죠.)
갑작스럽게 연재를 결심했기 때문에 연재 도중에 생각나는 대로 한 두 가지씩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수정이 필요했던 점이 13장 부터 한문과 영어를 주석(註釋)처럼
괄호 안에 넣어서 표현을 하기 시작한 점인데요. 그 전까지 연재했던 것에는 이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13장 부터는 뭔가 좀 느낌이 다르셨을겁니다.
지금 그 점을 거의 수정완료하고 있는 상태이고 또 한가지는 11-1장, 11-2장, 13-1장 과
같은 -1, -2장을 없애기로했습니다. 그건 그냥 저의 표현상의 편의 때문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으로 원래 이번 장은 14장의 이름으로 연재가 되어야 하나 17장의
이름으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점을 설명드립니다.
혹시나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착오가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현시점에서는 11장까지를 1부로 하고
12장 부터는 2부로 편성이 되어있는데요.
이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으로 생긴 잘못입니다. 먼저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원래 1부는 제 2차 대륙전쟁의 시작과 혼돈속으로 빠져들어가는 테란대륙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씽크와 박서의 레퀴엠전쟁까지 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귀차니즘;; 때문에
지난 11장 씽크와 나다의 펠레노르전투 까지만을 1부로 편성하고 그 이후에 쭈욱
글쓰기를 미뤄온 것입니다.
지금에서야 이 점을 밝히고 다시금 원래의 구도대로 수정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소설을 올리기 전에 이미 수정을 끝마쳤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저의 아이디로
검색을 한번 해보시길;;)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연재되는 내용은 2부 14장이 아니라 1부 17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시고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2부 프롤로그 역시 원래 12장과
함께 나와있지만 그것을 삭제하고 2부의 시작인 19장이 연재될 때에 다시 한 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재중에 이렇게 수정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내용이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읽어주시는 분들이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필자는 이만 물러갑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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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전쟁 ☆Ⅰ부 - ◎ 17. 피보다 진한 우정(友情)
‘’지금 즉시 공격 갔던 병력들을 회군(回軍)시켜 저 빌어먹을 녀석들을 막아!!!‘’
씽크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
명령을 내리는 그의 얼굴은 노기로 인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우브(oov)를 자신의 발아래로 무릎 꿇릴 수 있었는데, 갑자기 방해꾼이 나타나다니? 거기다 그 방해꾼이 제로스(xellos)도 아닌 박서(boxer)라니!? 우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작금(昨今)의 사태에 크게 당황하면서도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박서가 이곳에 나타나 우브를 돕는 다는 것은 결국 이번 전쟁의 진짜 배후(背後)의 인물은 박서였다는 말이 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상관이 없다고 발뺌했을 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 모습을 드러내다니?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씽크는 저절로 기가 막혀왔다. 사실 박서가 이번 사건의 진정한 범인이건 말건 씽크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다만 그가 화가 나는 건 벌써 2번씩이나 다잡은 우브를 어쩔 수 없이 눈앞에서 놓쳐버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순백(純白)의 갑옷을 입은 광전사(光戰士)들이 내뿜는 포격은 너무나 막강했다. 거기다 씽크 군의 주요 자원채취지역만을 골라서 공격해오는 그들의 병력을 막아내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공격 갔던 병력들이 회군해오는 도중에 이미 3시지역의 멀티를 완파하고 그곳을 장악한 적의 시즈탱크(sige-tank)에 의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잠깐 동안 화면을 통해 전장의 상황을 체크한 씽크는 노기를 누그러뜨리고 냉정을 되찾았다. 전장에서 냉정을 잃고 흥분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씽크 군에게 너무나도 유리하게 흘러갔던 전세(戰勢)는 어느덧 광전사들의 출현과 함께 급반전되어 있었다. 씽크는 이미 주요 자원채취지역을 파괴당했기 때문에 자신의 병력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한 채 공격해오는 광전사들과 무리하게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한 씽크는 곧바로 양지대령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즉시 저 재수 없는 녀석에게 교신을 넣어!!‘’
불의(不意)의 사태에 당황하며 병력들을 지휘하고 있던 양지대령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예에!? 누.. 누구에게 교신을 넣으라는 것인지...?‘’
‘’누구긴 누구야! 지금 우리 군을 공격하고 있는 저 빌어먹을 녀석들의 우두머리 박서(boxer)말이야!!‘’
양지대령의 물음에 간단히(?) 답을 내린 씽크는 자신이 직접 병력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병력들과 맞상대하지 말고 지금 즉시 본진으로 귀환하라! 더 이상의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전군 지금즉시 본진으로 귀환(歸還)하라!‘’
호전적(好戰的)인 씽크라해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본진에 있는 자원은 바닥이 나가는 상태였고 주요 자원지역을 파괴당했기 때문에 무리한 전면전을 통해 병력을 잃는다면 자신만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곳 펠레노르(pelennor)는 비프로스트(bifrost)지역과 가까웠기 때문에 서로 병력을 잃었을 경우 제로스의 원군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 못내 부담스러웠다.
급작스런 광전사들의 출현에 놀란 것은 비단 씽크 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씽크보다 더욱 놀란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죽음의 기로(岐路)에서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우브와 그의 병사들이었다. 우브는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짓밟기 위해 달려오던 씽크의 무시무시한 병력들이 일순간 멈칫하더니 다시 회군하자, 지독한 긴장감이 허무하게 으스러지며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미니맵(mini map)에 표시된 수많은 순백색의 점들을 보며 경악했다.
‘’뭐야! 박서 네가 어떻게!?‘’
광전사들이 씽크의 병력을 몰아내는 화면을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던 우브에게 소레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서님의 연락입니다! 지금 즉시 전체화면으로 돌리겠습니다.‘’
이윽고 화면이 변하며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박서의 모습이 나타났다. 박서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마자 우브는 황급히 말했다.
‘’뭐야? 너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 나타난 거냐고!?‘’
박서는 친구의 당황한 모습에 다시 한 번 방긋 웃고는 말했다.
‘’뭐긴 뭐야 너 구해주러 왔지 임마! 크크 이제 나도 너한테 빚진 것 없다!‘’
그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를 들은 우브가 얼굴을 찡그리며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에 박서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잠깐! 우선 지금은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고!‘’
재빨리 말을 마친 박서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우브는 머릿속이 더욱 꼬여오는 것을 느꼈다.
박서가 우브와의 대화를 짧게 끝내버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씽크로부터 교신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느덧 박서의 얼굴에는 조금 전 우브와의 대화에서 보여 졌던 장난기 짙은 표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박서의 눈동자가 전방에 있는 대형화면으로 향했다. 화면 속에는 검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남자가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말을 건넨 것은 박서였다.
‘’오랜만이네. 씽크.‘’
박서의 인사를 받은 씽크가 씁쓸한 표정을 띄우며 말했다.
‘’지난 대륙회의에서 만났으니 그리 오랜만은 아닌 것 같군. 그나저나 박서,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그리고 왜 나를 방해하려 드는 거지?‘’
씽크의 차가운 음성을 들은 박서는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微笑)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내가 자네가 하는 일을 방해했나? 허허, 그거 참 이상한 일이로군 그래... 난 그냥 여기서 친구 녀석을 하나 만나기로 해서 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 녀석이 웬 불순한 무리들의 공격을 받아 다 죽어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녀석을 구하기 위해 조금 손을 썼는데, 혹? 내 친구 놈을 공격하고 있던 이들이 자네의 병력들 이었나?‘’
그 말을 들은 씽크는 기가 막혔다. 그 친구는 우브를 두고 하는 말이고 불순한 무리들이란 바로 자신의 군(軍)을 보고 하는 말임을 단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박서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무구한 표정과 어리 숙한 몸동작을 본 씽크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 녀석이 지금 서툰 말장난으로 나를 가지고 놀려하는 것이냐!? 나는 지금 대륙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우브를 처단하려하고 있는 중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 네 녀석이 나의 일을 방해하지 않았나? 네가 우브를 돕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것은 곧 네 녀석도 우브와 제로스의 편에 서서 대륙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 음모(陰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어서 빨리 병력을 뒤로 물리고 우브를 내게 넘겨라!!‘’
씽크의 노기에 찬 외침을 들은 박서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씽크를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건 자네의 자유(自由)야. 하지만 한 가지만은 꼭 기억해 두길 바라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온 것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지 다른 뜻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니란 것을 말이야.‘’
박서의 말에서 씽크는 그가 더 이상 물러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씽크 역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좋아. 자네가 물러나지 않겠다면 나도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겠네. 이제부터 자네는 대륙의 적(敵)이야! 나는 대륙의 평화(平和)를 위해서 박서 자네를 처단해야만하네! 하지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네. 지금 즉시 우브를 나에게 넘긴다면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해주겠네!‘’
씽크의 강렬한 한마디를 들은 박서는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깃든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네. 허나 우브는 넘겨줄 수 없네. 그가 나의 친구기 때문이야. 난 나에게 그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해도 친구를 배반(背反)할 수는 없네.‘’
이윽고 둘의 대화가 끝나고 전방의 화면에서 박서가 사라지자 씽크는 박서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며 무심결에 비꼬는 듯한 어조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거 참 대단한 우정이로군.‘’
‘’피보다 진한 우정(友情)으로 뭉쳐진 사이. 바로 그게 박서와 우브지. 그렇기 때문에 박서는 애당초 나의 제안을 거절하려하지도 거절할 생각도 없었던 거야. 난 단지 우브 몰래 박서에게 귀 뜸만 해주면 되는 일이었지.‘’
달빛을 받아 유난히도 밝게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제로스(xellos)가 말했다. 평온해 보이는 제로스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말은 너무나 충격적(衝擊的)이었다. 모든 것이 제로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일전에 우브를 통해 박서와 동맹을 체결하려 했다가 실패했을 때부터 또, 우브가 프실리아 계곡으로 위험한 매복(埋伏) 작전을 펼치러갈 때에도, 이미 일이 잘못될 것을 대비해 박서에게 한 장의 서신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우브가 위험에 처하자 박서가 몸소 움직인 것이다.
그제야 미다스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된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제로스님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거군요. 하긴 예전부터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친구인 박서의 부탁 한마디 때문에 저희의 전쟁에 끼어들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우브. 그리고 정체가 드러나자 박서를 위해 모든 비난의 화살을 자신이 대신한 그때에도...‘’
미다스의 말을 들은 제로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해온 그들의 우정은 어설픈 가족애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질기고 강한 것이지.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무서운 것이고...‘’
말을 마친 제로스는 저 멀리 비프로스트(bifrost) 외곽지역에 희미하게 보이는 불빛들을 쳐다보았다.
‘’어쨌든 그 쪽은 박서가 잘 알아서 처리해 줄 테고, 우리의 문제는 바로 저 녀석들이란 말이지. 하루 빨리 저 맘에 안 드는 녀석들을 이곳에서 쫓아내 버릴 생각이나 하자 구.‘’
그런 제로스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에 진심어린 경탄(敬歎)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씽크는 빠르게 전 병력을 재정비한 다음 미련 없이 펠레노르 평원에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지리적(地理的)으로 보나 남아있는 자원의 양으로 보나 또 다시 펠레노르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씽크의 목표(目標)는 나다 군이 자리 잡고 있는 지점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레퀴엠(requiem)의 9시 진영이었다. 제로스가 버티고 있는 지역인 비프와 가까운 펠레노르 보다는 나다 군과 멀리 떨어지지 않아 유사시에 그들의 원조를 받기 편한 레퀴엠은 예상외의 일격에 적잖은 피해를 입은 씽크 군이 자리 잡기에는 최적의 위치였다.
펠레노르에서 작은 부상을 입었던 양지대령은 다가올 박서 군과의 전쟁에 대해 고민하는 씽크의 모습을 보며 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恨歎)하고는 막간을 이용해 부상을 치료하기위해 발길을 돌렸다. 작은 부상이긴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고쳐놓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한 전쟁 준비 때문에 바쁜 통에 꽤나 오랫동안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부상자를 치료해주는 막사 안에 도착한 양지대령의 눈에 예의 그 말괄량이가 여기저기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현재 씽크 군에서 메딕(medic) 부대원들을 통솔하고 있는 나르치 소위였다. 예전부터 같은 부대에 주로 근무했던 둘은 이미 절친한 사이였다. 비록 해바라기처럼 씽크 만을 죽어라 쳐다보고 있는 나르치 소위가 양지대령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깝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상념(想念)에 빠져있던 양지대령은 나르치 소위가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내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된 거예요? 왜 갑자기 펠레노르에서 후퇴하는 거죠? 그리고 정말 박서가 우리를 공격한 것이 사실인가요? 와아 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나르치는 양지를 보자마자 대뜸 그에게 달려와서는 여러 가지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양지는 그런 그녀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 이봐. 한 가지씩 천천히 좀 물으라구. 숨넘어가겠다.‘’
나르치는 양지가 슬금슬금 자신을 피하며 물러서자 그를 한번 째려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한 듯 놀라며 말했다.
‘’어머! 다치셨어요?‘’
양지는 묵묵히 고개를 뜨덕였고 둘은 이내 막사 안으로 들어가 상처를 치유(治癒)하기 시작했다.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에도 나르치는 끊임없이 양지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봤고 양지는 그녀의 물음을 귀찮아하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대답해주었다. 둘의 직위를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한 쌍의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광경이었다.
이번 전쟁에 대해 이것저것 끊임없이 물어대던 나르치는 이내 질문거리가 떨어졌는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웬걸 그녀는 금방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양지대령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 참, 아직 형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없는 거예요?‘’
얼마 후, 막사에서 나오는 양지대령의 얼굴이 오히려 나르치 소위를 만나러 가던 때보다도 더욱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는 슬픔에 젖은 얼굴을 들어 검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의 눈동자에 한 명의 건장한 남자의 얼굴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후우.. 양자 형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살아있긴 한 거야?‘’
10년 전, 갑자기 사라진 형(兄)을 생각하는 양지의 눈에서 한 방울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박서는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남자답게 생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샐쭉해진 표정으로 입을 삐죽이 내밀고 앉아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박서였다.
‘’하하하. 우브 내말 좀 들어봐. 다 설명해 줄게. 설명해 준단 말이야. 하하. 분명히 씽크는 레퀴엠(requiem)에서 나를 상대하려 할 거야. 레퀴엠이야 말로 나다의 지원을 받기에 더없이 좋은 지역이라 나를 끌어들여 상대하기에 부담이 없을 테니깐 말이야. 우린 그런 씽크와 나다의 뒤를 치는 거야!‘’
박서의 설명을 들은 우브는 조금 마음이 풀어졌는지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뭐야 혹시 네가 지금 미끼라도 되겠다는 소리야?‘’
우브는 지금 굉장히 화가나있었다.
비록 박서가 펠레노르에서 그를 구해주었지만, 대답하기를 꺼려하는 박서에게서 결국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제로스의 비밀서신(秘密書信)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듣고는 그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또 한 번 제로스에게 당했다는(정확히는 이용당했다는;;)점이 우브의 마음속에서 울화가 치밀게 하고 있는 주된 요인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제로스에게 가서 그와 함께 움직이라니? 이것은 우브에게 차라리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씽크의 군대와 싸우라는 말보다도 더욱 무섭게 들렸다.
‘’음... 뭐 굳이 표현하자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진짜 미끼는 내가 아냐. 바로 씽크(sync)지!‘’
우브의 물음에 대답하는 박서의 눈빛이 일순간 빛났다. 하지만 그런 박서를 바라보는 우브의 눈빛은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결국 우브는 박서의 성화에 못 이겨 제로스가 있는 비프로스트(bifrost) 지역으로 떠나고 그가 떠나자 박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이미 떠나버린 씽크를 빠르게 뒤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레퀴엠의 6시 지역에 다다른 박서는 이미 씽크가 9시, 서쪽 지점에서 진영을 꾸리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다른 지점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바로 6시, 레퀴엠의 남쪽지점에서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박서(boxer)와 씽크(sync)의 피할 수 없는 일대 격전(激戰)이 레퀴엠의 서글픈 장송곡(葬送曲)과 함께 펼쳐지기 시작한다.
씽크는 박서가 6시 지역에 진영을 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마침 생산되어 있던 마린(marine)한기로 정찰 겸 도발(挑發)을 하며 굉장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때마침 배럭스(barracks)를 띄워놓아 추가 마린생산이 되지 않는 박서의 신경을 흐트러트리는데 성공한다.
‘’당황하지 말고 scv들을 동원해서 공격 온 마린을 처치해라. 그런 후, 지금 달고 있는 팩토리(factory)에 에드온을 취소하고 2팩 벌쳐(vulture)체제를 갖춘다!‘’
박서는 초반 씽크의 마린에게 당한 피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작부터 치열한 심리전(心理戰)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씽크의 마린이 원팩토리에 에드온을 달고 있던 자신의 진영을 이미 정찰했기 때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달고 있던 에드온을 취소한 다음 전략을 수정해 2팩토리-벌쳐 체제(體制)를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지 못하는 씽크는 박서가 원팩토리에서 탱크(tank)를 꾸준히 모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시작한다.
‘’적은 지금 원팩토리에서 탱크를 생산하고 있다. 이미 완성된 팩토리에서는 빠르게 벌쳐 한기를 생산해서 상대를 속인 후, 우린 원팩-원스타포트(starport)체제에서 주력은 레이스를 그리고 소수의 탱크를 생산한다!‘’
씽크는 생산된 벌쳐 한기를 빠르게 6시 쪽으로 내려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찰 중이던 scv 한기 역시, 벌쳐와 동행시킨다. 하지만 박서 역시 생산된 한기의 벌쳐와 정찰을 위한 scv를 함께 9시 지역으로 보내니, 각각 두기의 벌쳐와 scv는 센터에서 만나게 되고 동시에 공격을 시작한 두기의 벌쳐는 각각 뒤따르던 scv의 리페어(repair)를 받으며 치열하게 싸우며 동시에 폭발(暴發)한다.
그야말로 초반부터 불꽃이 튀기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싸움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먼저 칼을 빼든 것은 박서였다. 씽크의 배럭스가 박서의 본진 상공에까지 날아와 체제를 완파 당하자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공격을 명령한다.
‘’지금 즉시 생산되어있는 벌쳐들과 탱크는 공격을 시작한다! scv 소수가 그들을 뒤따르며 언제든 긴급 상황에 리페어 가능하도록 하라!‘’
박서의 명령에 따라 그의 병력들이 서서히 9시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서의 선택은 탁월했다. 상대가 이미 자신의 체제를 파악한 이상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 봤자 이득을 얻기는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거기다 배럭스의 정찰로 본 씽크의 체제는 1팩 1스타포트였다. 그것을 본 박서는 아모리(armory)를 올리도록 지시하고는 곧바로 공격명령을 내린 것이다.
한편 박서가 2팩토리에서 다수의 벌쳐를 사용한다는 것을 배럭스 정찰로 알아차린 씽크는 때마침 나와 있는 탱크 2기를 언덕위로 보내 혹시나 모를 상대의 스파이더마인(spider mine)과 소수탱크를 이용해 언덕을 장악하는 전략을 미연(未然)에 방지하려 한다.
‘’지금 즉시 생산되어있는 2기의 탱크는 언덕위로 올라가 상대가 언덕을 장악하지 못하게 적절히 수비하라! 그리고 혹시 모를 상대 벌쳐의 난입을 조심하도록!‘’
명령을 끝마친 씽크는 잠시 후, 공격 나온 상대의 병력이 예상외로 1기의 탱크와 단 2기의 벌쳐 밖에 없는 초라한 상태임을 파악하고는 그대로 상대의 병력에 맞서 싸울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씽크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變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박서의 병력 뒤에 곧바로 뒤따라온 소수의 scv들이었다.
일반적으로는 2기의 탱크와 스파이더 마인의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2기의 벌쳐와 1기의 탱크의 싸움은 의례 2기의 탱크를 소유한 쪽이 승리하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였다. 하지만 그런 씽크의 예상이 박서의 소수의 scv들의 리페어에 의해 무참히 깨어지며 씽크는 순식간에 탱크 2기를 잃고 위기에 빠진다.
‘’씽크님 적의 스피드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벌쳐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양지대령의 다급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씽크는 어쩔 수 없이 감춰두었던 레이스들을 수비에 동원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상대의 벌쳐들은 스피드업그레이드(speed upgrade)가 된 상태였고 조금 있으면 가장 무서운 스파이더 마인의 업그레이드까지 완료(完了)할 것이 분명했다. 원래 씽크의 작전은 소수의 탱크로 상대의 공세를 한차례 막아낸 다음 레이스로 상대의 본진을 타격하는 것이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생산해 두었던 탱크를 모두 잃는 실수를 범하면서 씽크는 자신의 잔적에 크나큰 차질(蹉跌)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박서는 씽크가 지금껏 보이지 않던 레이스(wraith)들까지 동원해 수비를 하는 모습이 화면에 들어오자 속으로 쾌재(快哉)를 불렀다. 그런 그의 귀에 스파이더 마인의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좋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군.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모리의 건설이 완료된다. 그렇게만 되면 상대의 레이스에 의한 피해를 막을 수 있어. 거기다 중요한 것은 지금 상대의 본진을 수비하고 있는 지상병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박서는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벌쳐는 지금즉시 상대의 팩토리 부근에 마인을 심어 상대병력이 생산되자마자 공격당하도록 하라! 그리고 본진에서는 소수의 골리앗을 생산하고 지속적으로 벌쳐를 생산해 상대를 괴롭혀라!‘’
스파이더 마인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박서의 벌쳐들은 잠깐 동안이지만 지상병력의 공백(空白)기가 생긴 씽크의 본진을 마음껏 유린(蹂躪)하기 시작했다. 먼저 씽크의 팩토리 부근에 스파이더 마인을 심어 씽크의 지상병력(탱크)이 생산되자마자 피해를 입도록 만드는 동시에 씽크의 앞마당에도 미리 확장을 저지시키기 위해 마인을 소수 심어놓는 한편, 상대의 일꾼에도 간간이 피해를 입히며 씽크 군의 혼을 빼놓고 있었다.
양지대령은 본진의 방어가 약한 틈을 타 갑작스럽게 쳐들어와 여기저기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박서의 벌쳐들 때문에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별다른 방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벌쳐들이 심어놓은 팩토리 주위의 마인들 때문에 탱크는 생산되는 족족 터져나가거나 피해를 입고 있었고 레이스가 있긴 했으나 소수의 레이스로 상대의 발 빠른 벌쳐를 다 잡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씽크는 당황하고 있는 양지대령과는 달리 지금의 상황을 모두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다행히 탱크가 한기 생산되자마자 scv로 탱크 주위를 둘러싸고 리페어하면서 시즈모드(sige-mode)가 완료되자 상대의 벌쳐들을 본진(本陣) 밖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곤 옆에서 당황하고 있는 양지대령에게 명령했다.
‘’지금 즉시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를 건설하고 멀티 할 준비를 하라!‘’
양지대령은 뜬금없는 씽크의 명령에 당황하며 반문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피해가 큰 상황에서 멀티는...‘’
‘’멍청하긴! 상대의 2팩토리에서 나오는 벌쳐들은 이제 거의 막아낸 상태야. 하지만 우리가 입은 피해가 그리 적다고는 볼 수 없어! 그렇다고 지금 우리의 보유병력으로 역공(力攻)을 가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야. 적보다도 빠르게 멀티를 확보하는 것뿐이란 말이야. 어서 빨리 커맨드센터를 건설하라! ‘’
씽크는 반박하는 양지대령의 말을 끊어내고는 다시 한 번 명령을 재촉했다. 양지대령은 씽크의 말을 듣고 보니 다시금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씽크가 난국의 타개책(打開策)으로 한 발짝 빠른 멀티를 준비하고 있을 때, 박서는 오히려 2스타포트-레이스(wraith)체제를 준비한다.
‘지금 씽크 군은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다 벌쳐를 막기 위해 지상병력을 확충(擴充)하려 노력할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2스타포트-레이스체제로 간다면 분명히 씽크 군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박서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씽크가 멀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문제였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박서는 씽크의 커맨드센터가 앞마당에 떠오른 것을 보고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얕잡아봐선 안된단 말이야. 이렇게 나의 예상을 뒤엎다니.’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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