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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4/03 10:06:50 |
Name |
Milky_way[K] |
Subject |
별들의 전쟁 episode 0. ☆Ⅰ부 16장. |
별들의 전쟁 ☆Ⅰ부 - ◎ 16. 진퇴양난(進退兩難)
짙은 어둠속으로 한남자의 침울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후우...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손에 들린 정체불명(正體不明)의 서신을 쳐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던 그의 모습에서 평소의 그 활발하고 밝은 얼굴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얼마간 고민을 더 하더니 어디론가 급히 무전을 넣기 시작했다.
‘’지금 즉시 전군에 비상체제(非常體制)를 선포한다! 모든 군은 완전무장(完全武裝)하고 다음 명령을 기다리도록 하라! 그리고 부대장급 이상의 인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사령실로 집합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있는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침울하게 가라앉아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거였어. 그래... 애초에 나로 인해 벌어진 일, 그 수습은 당연히 내가 했어야했어.‘’
낮은 독백과 함께 무거웠던 마음의 고민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 창가로 걸어가고 있는 그의 표정이 조금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듯 밝아지기 시작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짙은 어둠속에 가려져있던 도시에도 어느덧 동이 트며 그 찬란한 태양의 빛이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었다...
앞으로의 전세를 예상해보며 고민에 빠져있던 제로스에게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우브가 방금 자신에게 직접 연락을 해온 것이다. 거기다 그는 지금 거의 펠레노르의 지척(咫尺)까지 와있다며 다시 한 번 그곳에서 진영을 꾸릴 테니 씽크 군의 추격을 잠시만 막아달라는 부탁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제로스로서는 그의 말을 모두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살아있다는 말은 같은 동맹(同盟)군으로서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정찰병의 보고로는 그가 살아날 수 있는 가망이 거의 없었으며 살아 있다고 치더라도 분명 그의 군대는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러있을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제로스를 고민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우브 군을 무조건 살려야 하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전쟁의 향방을 보면 당연지사(當然之事)였지만, 우브의 말대로 자신의 일부 병력을 빼내 그를 도와 펠레노르에 새로 진영을 꾸린다고 해서 과연 그가 씽크 군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것이 미지수(未知數)였기 때문이다. 정찰병의 보고대로라면 현재의 우브 군의 병력으로 씽크 군을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거기다 나다 군과 대치중인 자신의 군을 함부로 이동시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의 남은 병력을 비프로 오게 해 함께 싸울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별군을 내어 그를 도와야 할지,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될지를 놓고 제로스는 다시 한 번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만만(自信滿滿)하게 나갈 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 도와달라고 하다니... 그 기습작전이 실패하면 으레 지금과 같은 안 좋은 상황이 닥칠 것이란 걸 내가 그리 설명했건만... 휴.. 그렇다고 그를 돕지 않을 수도 없고... 앞에는 나다가, 뒤에는 씽크가, 그리고 이제는 그나마 일말의 믿음을 가졌던 우브 너마저 나를 고되게 하는구나...‘’
그러나 제로스의 이런 고민과 한탄(恨歎)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우브가 계속해서 독촉을 해왔던 것이다. 막무가내(莫無可奈)로 우기는 우브를 다독이지 못한 제로스는 결국 별도의 병력을 빼내어 그를 돕기 위해 펠레노르 쪽으로 보내게 된다.
제로스에게서 지원 병력을 얻어 한시름 돌리고 있던 우브의 눈앞에 드디어 펠레노르의 대평원(大平原)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되돌아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자신의 꾀에 자신이 속아 넘어가 극심한 피해를 입고 전멸(全滅) 직전에 까지 놓였던 그 암울했던 상황! 그리고 소레대위의 도움으로 프실리아 계곡에서 도망치고 이곳으로 오기까지 너무나 힘들었던 고통의 순간들...
잠시 펠레노르를 바라보며 야릇한 감회(感悔)에 잠겨 있던 우브의 눈이 프실리아 계곡에서의 끔찍했던 기억 속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너무나 암담(暗澹)했다. 그리고 끔찍했다. 자신과 자신의 군대를 덮쳐오는 끝없는 적의 병력들, 그리고 이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며 자신도 모르게 자포자기(自暴自棄)해버렸던 기억... 그리고 패배(敗北)라는 두 글자가 우브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그때 외쳐진 소레대위의 한마디는 우브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아니 그보다 더욱 귀중한 구원의 손길이었다.
‘대체 그곳이 어디지? 이곳은 계곡이라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정해진 길 말고는 거의 없자나?’
다급한 우브의 물음에 소레대위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바로 동굴(洞窟)입니다!’
소레대위의 말은 들은 우브는 황급히 반문했다.
‘동굴!? 동굴이라니? 너 임마 돌은 거 아냐!?’
우브는 기가 막혔다.
동굴이라니!? 동굴로 도망쳐 들어가자는 것인가? 그것은 두 번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당연한 것이다. 동굴로 들어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땅속으로 들어간다. 즉, 땅속으로 도망치거나 숨는다는 뜻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 것인데, 그것이 지금 생사를 건 탈출로를 찾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이란 말인가? 바로 앞에서 적이 공격해 들어오고 있는데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동굴 속으로 전 병력을 이끌고 들어가자니?
‘지금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어서 빨리 명령을 내리세요! 모든 병력을 이 지점에 있는 동굴 속으로 대피시키셔야 합니다!’
소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반문하는 우브에게 다시 한 번 강하게 자신의 뜻을 피력(披瀝)했다. 평소 소레대위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강렬한 의지(意志)를 느낀 우브는 그의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전군 지금 즉시 A305지점의 동굴 속으로 대피(待避)해라!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진정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전군은 지금 즉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라!!!’
우브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씽크 군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던 우브의 병력들은 빠르게 동굴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씽크 군의 끈질긴 추격을 피해 살아남은 병력들이 동굴 속으로 모두 대피하자 우브 군은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다행히 우브 군이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긴 다음에는 씽크 군이 더 이상 추격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브의 머릿속은 앞으로의 대한 고민으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고민하고 있는 그에게 소레대위가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동굴은 일반적인 동굴처럼 끝이 막혀있지 않았습니다. 잠시 저를 따라 오시지요.’
우브는 비장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하는 소레대위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윽고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묵묵히 앞장서 걷기만 하던 소레대위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춤에 메어져있던 권총을 꺼내드는 것이 아닌가?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우브는 크게 당황하며 생각했다.
‘이.. 이 녀석 혹시...!? 내가 좀 많이 괴롭혔기로서니... 설마!?’
하지만 소레대위가 뽑아든 권총의 총구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브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해졌다.
‘탕!’
단발마의 차가운 총소리가 긴 여운(餘韻)을 남기며 넓은 동굴 속에 울러 퍼졌다. 그와 함께 굳어져있던 우브의 얼굴표정이 묘하게 찡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소레대위가 쏜 총알에 우브가 맞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었다. 우브의 몸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단지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정체불명(正體不明)의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빛으로 인해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우브의 눈이 튀어나올 것 마냥 크게 치켜떠졌다. 그리고 그의 눈은 소레대위가 권총으로 명중시켜버린 동굴의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천장을 바라보던 우브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희열(喜悅)이었다. 이제는 죽음의 문턱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퍼지자 그로 인해 야릇한 희열이 느껴진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동굴의 천장에 작은 구멍이 나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햇빛이 우브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 후, 우브는 소레대위로부터 모든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프실리아 계곡에 도착해서 소레대위가 우선적으로 행한 것이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퇴로(退路)를 찾아놓는 것이었다는 것부터 우연히 발견한 동굴의 비밀까지... 평소의 우브였다면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가 도망칠 생각부터 한다고 호통을 쳤겠지만 그때의 우브는 소레대위의 그런 조심성(操心性)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거기다 구멍을 낸 그 지점이 바로 펠레노르 지역으로 가는 지름길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소레대위의 말을 들은 우브의 그 기쁨은 더욱 커졌다.
그 이후, 우브 군은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와 씽크 군의 눈을 피해 펠레노르를 향해 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피해를 입었기는 하나 다수의 병력들의 이동이었으므로 쉽사리 씽크 군에게 발각되었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펠레노르까지 도달한 것은 정말 구사일생(九死一生)이 아닐 수 없었다.
잠시 회상(回想)에 잠겨있던 우브는 소레대위의 보고에 정신을 차렸다.
‘’지금 이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 군은 펠레노르의 북서쪽 방향인 11시 지역에 가장 먼저 도달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진영을 꾸리겠습니까?‘’
소레대위의 보고를 들은 우브는 잠시 망설였다.
‘’11시라. 지난번 싸움에서 나다 군이 있었던 진영이로군... 뭐 특별한 점이 없다면 우린 11시 지역에서 진영을 꾸린다. 그리고 정찰병을 보내 씽크 군의 위치와 그들의 동태를 잘 감시하도록!‘’
우브의 명령을 들은 소레대위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소레대위를 바라보는 우브의 눈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뢰(信賴)의 뜻이 담겨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잠시 소레대위를 쳐다보던 눈길을 거둔 그는 생각했다.
‘이곳으로 도망쳐왔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단지 프실리아 계곡에서보다 조금 더 나아졌을 뿐이다. 정신 차리자. 우브! 전장에서 실수란 것은 두 번 다시 용납되지 않아!!’
우브는 지난 전투의 악몽을 잊기 위해 다시 한 번 무거웠던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우브가 펠레노르에 도착해 급히 진영을 짜기 시작했을 시간, 씽크 군 역시 펠레노르의 코앞까지 다다라 있었다. 그리고 지금 씽크는 무척이나 화가나 있었다. 씽크를 화나게 하는 것은 다 잡은 대어를 놓쳤다는 것보다도 자신이 했던 선택에 진한 후회가 남았기 때문이다. 펠레노르를 바라보는 씽크의 눈이 트룬 동굴을 눈앞에 두었던 그때로 되돌아갔다.
... 우브 군은 도망치고 있었다. 사방(四方)을 점하고 공격해 들어가는 자신의 병력을 막아 내는 것은 애시 당초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전하던 우브 군이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하자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씽크의 얼굴에 미소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든(씽크 자신이 아니라면) 기묘(奇妙)한 표정이 떠올랐다.
‘우브... 결코 쉽게는 죽지 않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네 녀석이 도망쳐봐야 이곳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전 병력은 들어라! 지금 즉시 도망치는 우브 군을 뒤쫓아라!!’
뜻밖에도 우브 군이 향하는 곳은 하나의 동굴이었다. 그것을 본 양지대령이 말했다.
‘지금 그들은 저 동굴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합니다. 계속 추격할까요?’
양지대령의 말을 들은 씽크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아니야. 지금 그들은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야. 옛말에도 있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고 하지 않았나? 극심한 피해를 보고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간 그들을 무리하게 뒤쫓다가는 아군이 불시에 큰 피해를 볼지도 모르는 일이야. 거기다 동굴 속으로 숨어들다니... 저들이 살기를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수명 조금이나마 연명(延命)해 보겠다는 생각일지도 모르지. 우리가 거기에 말려들 필요는 없어.’
씽크의 명령을 들은 양지대령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상대의 모든 생각을 간파한 듯 보이는 씽크의 모습이 양지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하게끔 만들었다.
이 후, 씽크 군은 천천히 상대를 조여 들어가기 시작한다. 궁지에 몰린 상대를 철저히 농락하기위해 동굴 밖에서 탱크가 간간히 포격을 하며 그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천천히 동굴의 내부(內部)를 파악하며 공격을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씽크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신중을 다해 동굴을 공략하는 동안 우브 군은 그 속에서 안전히 몸을 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결국 다음 날 새벽이 되서야 우브 군이 동굴을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씽크는 분노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의 더욱 무겁고 차가워진 표정에서 그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시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펠레노르 평원을 바라보는 씽크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찼다.
‘’우브. 이곳에서 만큼은 끝을 보자!‘’
생각을 정리한 씽크는 급히 진영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우브 군이 11시에 진영을 꾸렸다는 것을 정찰 간 SCV를 통해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조금 더 11시 지역을 공략하기 좋은 위치인 7시에 본진을 정한 후, 상대의 상태를 더욱 정확히 알기 위해 정찰에 힘쓰기 시작했다. 제로스 군의 증원 군이 온 것을 이미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었다.
얼마 후, 정찰을 완료한 씽크는 증원 군이 소수인 것을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빠른 벌쳐(Vulture)를 이용해 공격을 명령했다. 이미 우브 군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내주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라는 판단 하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씽크의 공세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먼저 빠른 벌쳐를 이용해 11시 우브 군의 본진입구 부근을 마인으로 조여 놓기 시작한다.
한편, 우브는 상대의 빠른 공세에 적잖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역시 씽크 대단하군... 다수의 제로스 군의 증원 군이 왔다는 소문을 현혹(眩惑)되지 않고 빠르게 공격해오다니...‘’
하지만 우브로서는 감탄하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우브의 본진 입구 쪽은 다수의 마인으로 인해 철저하게 조여져있는 상태였다. 마인만으로 조여진 것은 스캔을 통해 쉽게 뚫어낼 수 있긴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 전에 상대의 탱크가 자신의 9시 멀티 언덕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우브는 조금은 무모하지만 빠르게 입구를 뚫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공격가능한 모든 병력들은 입구에 심어져있는 스파이더마인(Spider mine)을 제거한다! 아직 스캔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임으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우브의 생각은 여기서부터 꼬여 들어가기 시작한다. 비록 마인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병력들이 입구를 빠져나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스파이더마인 하나가 폭사(爆死)하며 생각지 못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마인이 폭사하는 것을 레이더를 통해 지켜보고 있던 씽크의 눈빛이 일순간 빛났다.
‘’지금 즉시 생산되어있는 탱크(tank)는 상대의 9시 언덕으로 진격한다!‘’
양지대령은 이런 씽크의 빠른 판단력(判斷力)을 보며 감탄했다.
‘대단하다. 상대가 이번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더욱 조심스러워 질것을 파악하고는 곧바로 생산되어 있는 탱크를 홀로 유리한 위치까지 이동시키다니...’
탱크한기가 9시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성공하자 씽크의 명령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지금부터 전 병력은 혹시 모를 상대의 기습에 대비하기 위해 본진을 수비할 소수의 부대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9시 언덕을 장악하는데 주력해라!‘’
씽크의 명령을 받은 병력들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씽크의 생각은 간단했다. 일반적으로 펠레노르에서의 전투는 누가 상대의 입구를 끼고 있는 언덕멀티를 먼저 장악하느냐가 승부의 관건(關鍵)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상대는 진출로를 잃고 점점 자원이 고갈되며 스스로 자멸(自滅)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씽크의 빠른 결단력은 이 승부의 향방을 자신에게 아주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 있었다.
‘’장군님! 지금 씽크 군의 탱크들이 서서히 9시 언덕멀티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서 빨리 결단을 내려야합니다. 그곳을 장악당한 다면 앞으로의 전세가 굉장히 불리해질 것입니다!‘’
다급한 소레대위의 외침소리가 우브의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미 우브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우브로서는 딱히 타개책(打開策)이 떠오르지 않았다. 상대는 자신의 예측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9시 언덕을 장악했다. 그리고 적의 시즈모드(siege mode)까지 완료된 탱크들은 언제고 자신의 병력들을 상대로 불을 뿜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섣불리 9시를 공격하다가는 지난 프실리아 계곡에서 입은 피해를 회복하며 지금껏 모아 놓은 병력들을 모두 잃을 수도 있었다. 고민하고 있던 우브의 머릿속으로 미리 빼놓았던 소수의 병력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즉시 센터로 나가있던 병력들에게 적의 후방을 교란할 것을 명한다! 그들로 하여금 최대한 적의 신경을 분산시켜야만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상황에서 단지 지상 병력들로만 9시 언덕의 상대 병력들을 뚫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출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브는 조금 더 시간을 내어 드랍쉽(dropship)이 생산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씽크는 꼼꼼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미 혹시나 모를 우브 군의 교란 작전을 막기 위해 수비에 적절한 병력규모를 배치해 놓은 상태였다. 그로 인해 후방교란(後方攪亂)작전의 임무를 뛴 우브의 병력들은 상대의 철벽같은 대처에 무엇 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막히게 된다.
씽크는 자신의 진영으로 공격 온 상대의 병력들을 정리한 후, 점점 자신의 영역을 늘려나가기 시작한다. 이미 확보한 6시 멀티를 안전하게 돌리는 동시에 상대의 9시 언덕 쪽과 입구 쪽을 단단하게 조여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 지역에 걸쳐 꼼꼼히 정찰을 하며 상대의 동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양지대령. 자네가 보기에는 앞으로 우브 군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해오리라고 생각하나?‘’
한동안 사령실 모니터 왼쪽하단에 위치한 미니맵(mini map)만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던 씽크의 입이 움직였다.
‘’에... 저의 생각으로는 적은 조여진 입구를 뚫기 위해 힘을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이대로 조금 만 더 흘러가다가는 자원이 고갈되고 말테니까요.‘’
양지대령은 갑작스런 씽크의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씽크가 말했다.
‘’물론 자네 말도 맞아. 하지만 그는 그 전에 분명 드랍쉽을 사용해 공격해 올 거야. 그것도 6시 우리군의 멀티로 말...‘’
씽크의 말이 체 끝나가려던 찰나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의 전방 모니터에 붉은 신호가 뜨기 시작했다. 씽크의 예상대로 적의 4기의 골리앗(goliath)을 태운 드랍쉽이 6시 멀티로 공격을 온 것이다. 소수의 병력이긴 하나 양지대령은 조금 당황했다. 얼마 후 본진에 남아있던 탱크들로 그 병력들을 제거한 후 한 숨 돌린 양지대령이 진심어린 목소리로 씽크에게 말했다.
‘’정말 씽크님은 대단하시군요. 우브가 드랍쉽을 사용할 것이란 것까지 예견하시다니요.‘’
그런 양지대령을 보며 씽크가 말했다.
‘’하지만 이건 미끼에 불과해. 그가 노리는 건 다른 것이거든. 후훗 우브여! 내가 이런 서툰 속임수에 넘어갈 것 같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양지대령. 지금 즉시 전 병력들을 9시 언덕과 상대의 입구 쪽으로 이동시켜라! 그리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 이르라! 곧 그들이 뛰쳐나올 테니깐 말이야!‘’
씽크는 그 한기의 드랍쉽이 자신의 시선을 후방으로 돌리기 위한 우브의 미끼였다는 사실을 간파하고는 잠시 흐트러져있던 11시 쪽의 병력들을 다잡음과 동시에 더욱 병력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우브 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브는 한기의 드랍쉽을 6시 쪽으로 날리면서 제발 씽크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 줬으면 하는 바람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방금 공격 보낸 드랍쉽은 상대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드랍쉽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하면 상대는 수비를 위해 본진으로 병력을 물려야 하기 때문에 그 힘이 한곳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필연적(必然的)으로 나뉘어 질수밖에 없었다. 우브는 이런 점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가 조여 놓은 지점에 힘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그곳을 뚫어 버릴 생각을 한 것이다.
비록 공격 보낸 드랍쉽이 상대의 꼼꼼한 방어에 조금은 쉽게 잡힌 감이 없진 않았지만 수비를 하고 있는 상대의 병력정도를 본 우브는 자신의 결심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전군은 들어라! 지금 즉시 모든 병력을 동원해 입구를 막아놓고 있는 상대의 병력을 뚫고 나간다!!‘’
우브의 외침과 동시에 비장한 결의로 가득 차 있던 병력들이 우르르 입구를 막고 버티고 서있는 상대의 병력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나방들과 같이 무모해 보이는 진격이었지만 그들의 결의만큼은 이미 조여져있는 입구를 넘어 상대의 본진까지 다다라 있었다.
‘’쾅! 콰과광!!! 펑!‘’
커다란 굉음이 울러 퍼졌고 병력들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펠레노르의 평원을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우브의 병사들은 바로 옆의 동료들이 적의 포격에 터져 나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적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들은 한 발짝, 한 발짝만 더 나아가기 위해 불굴의 투지를 발휘했다. 그리고 씽크의 병력들은 그들의 진격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포격을 가했다. 뚫으려는 자와 그것을 막아내려는 자의 치열한 다툼이 계속됐다.
하지만 결국 먼저 물러선 것은 우브 군이었다.
우브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실패(失敗)였다.
자신의 진영을 둘러싸고 있는 씽크의 병력들은 예상보다 더욱 막강했다. 그리고 언덕위에서 퍼붓는 탱크들의 뭇매는 더 이상 우브 군의 진격(進擊)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더 이상 물러날 자리는 없었다. 이곳에서 물러난 다면 우브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우브는 다시금 쓰라리게 요동치고 있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곤 멍하게 병력들이 터져나간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소레대위에게 말했다.
‘’소레대위. 우선 남아있는 병력들을 재정비하고 드랍쉽으로 다시 한 번 그들의 시선을 빼앗도록 하라. 우리에겐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어! 이곳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싸워야해!‘’
소레대위는 우브의 결의에 찬 눈빛을 보며 자신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던 패배의 그림자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의 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우브군에게 안 좋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회심의 일격을 위해 공격 보냈던 드랍쉽들 마저 상대의 레이스(wraith)들에게 격추된 것이다.
우브 군의 강력한 공세(攻勢)를 막아낸 씽크는 서서히 승리의 여신의 미소가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5시 지역까지 멀티를 가져간다. 그리고 그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다수의 레이스들을 모아나가기 시작한다.
‘’드디어 우브를 잡는군...‘’
씽크는 점점 자신의 세력이 펠레노르의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정찰병들을 통해 3시에 우브 군이 시도한 멀티를 발견하고 그것마저 파괴하면서 완벽한 자신의 승리를 위한 초석(礎石)을 밟아나가기 시작한다.
한편,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3시에 시도한 몰래 멀티마저 발각된 우브는 점점 패배의 나락(奈落)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그는 다시금 1시에 멀티를 시도하면서 드랍쉽으로 본진에 있는 병력을 성벽 밖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명령을 내리던 우브의 머릿속으로 지난 나다(Nada)와의 전투가 떠올랐다.
‘’하하.. 나다, 너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냐?‘’
그때의 나다의 심정이 자신과 같았을 거라며 씁쓸한 웃음을 흘리던 우브의 눈으로 붉은 점들이 들어왔다.
‘’이런 제기랄!‘’
그것은 씽크 군의 레이스들이었던 것이다. 황급히 명령을 내려 골리앗들로 하여금 상대의 레이스들을 쫓아내긴 했으나 이미 자신의 드랍쉽이 한 대 격추된 뒤였다. 하지만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병력을 밖으로 실어 나른 우브는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하지만 씽크는 이것마저 용납지 않고 11시 지역을 조여 놨던 병력들과 함께 모든 병력들을 집결해 12시 지역으로 공격을 오고, 우브 군의 병력들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서 마지막 전투를 앞두게 된다.
‘’전군은 들어라!! 우린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무기를 들고 적에게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포기하는 자는 그 즉시 패배자가 될 것이다! 맞서 싸우자! 먼저 간 동료들의 넋을 위해, 그리고 쉽게 꺼지지 않는 우리들의 투혼(鬪魂)을 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우브의 결의에 찬 마지막 연설이 전 병사들에게 울려 퍼졌다. 그 말을 들은 모든 병사들의 눈에 마지막으로 남은 투지(鬪志)와 결의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적의 병력들은 사방에서 자신들을 향해 둘러쳐오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두렵다고 떠는 자들은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적의 대부대가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적의 병력들이 우브 군의 탱크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려는 찰나!
씽크는 화면에 보이는 비교적 초라한 우브 군의 병력들을 보며 드디어 승리(勝利)했다는 자신감으로 마음속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네 녀석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은 도망칠 곳도 없고 물러날 곳도 없으니 말이다! 각오해라 우브!!‘’
씽크가 최종공격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갑자기 커맨드센터에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놀란 씽크는 황급히 미니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양지대령도 마찬가지였다. 정체모를 하얀색 점들이 미니맵의 오른쪽 편으로 즉, 펠레노르의 3시 지역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5시지역의 씽크 군의 멀티와 3시 지역, 그리고 이제 막 건설된 1시 지역까지 공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눈부신 순백색의 빛을 뿌리며 나타난 광전사(光戰士)들!’
씽크는 미니맵을 보는 순간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씽크의 무표정한 얼굴이 노기를 뛰며 크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박서(boxer) 네 이놈!!!!!!!!!!‘’
다음 회에 계속...
written by Milky_wa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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