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회' 의 고마운 분들께 -
아케미 님 - 아... 이쯤에서 끝을 낼까요? 오늘도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면 무한반복될듯.. ^^;;;; 리뷰 잘보고 있으니까 열심히 해주세요..!
가츠테란J 님 -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렇게 열심히하는것 같진 않아요..; 항상 글 올려놓고 불만족스러워서요..;;
이인혁 님 - 계속 쓰면 쓸수록 자신감이 없어지는데 어떻하죠? ^^;; 하지만 계속 써 보겠습니다..^^
발그레 아이네꼬 님 - 감사드립니다^^ 댓글쓰기 권한이 생기자마자 댓글을 달아주셔서 황송합니다..^^;;;;;;
이상 네 분은 좋은하루 되시고.. 모든 PGR분들도 좋은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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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아이어(West Aiur) 지도 -
(확대해서 보세요~)
- 10회까지의 줄거리 -
모든 상황이 종료된 시점. 프로토스는 더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암울한 현실속에서 분통을 터트리던 폴트. 짐 레이너의 이런저런 조언과 여러가지 생각 끝에 "프로토스의 역사서"를 서술하기로 마음먹는다.
평화롭기만 하던 서부 아이어 리치마을. 어린 질럿 폴트는 다른 예비전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토스라면 거의 꾸지 않는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때문에 이런저런 심란한 일들을 한꺼번에 겪는다.
한편, 의회엔 "미지의 생명체"가 프로토스가 관할하는 외곽지역 코프룰루섹터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고, 이에 따라 테사다는 코프룰루섹터로 원정을 떠나게 된다.
테사다는 금지된 다크템플러와의 몰래 연락을 시도하며 테란이라 불리는 종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한편, 테란은 뜻밖의 비보와 놀라운 소식으로 코프룰루섹터 전역이 충격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 이번회의 간략한 인물소개 -
** 프로토스
폴트(Folt) - 주인공. 어린질럿. 날라의 언행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게되지만 리치의 말을 듣고 평정심을 찾아가는 도중에, 무언가의 심리적 변화를 느끼게 되고, 그로인해 킹덤과 언쟁을 한다.
킹덤(Kingdom) - 신(新)아이어 4대천왕중 한사람. 리치와 더불어 카다린 크리스탈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리치(Reach)마을을 지키는 전사. 많은 상당히 고지식하며, 완벽주의자.
** 저그
- 아직 알려진 바 없음 -
** 테란
짐 레이너(Jim Raynor) - 마 사라의 보안관중 하나. 자신이 빌려준 드랍쉽이 파괴되어 나르치 일족이 참변을 입은 것에 많이 괴로워한다. 그리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죽게하지 않는다고 마음먹으며, 블랙 워터 스테이션 지역의 구원을 나서게 된다.
나르치 일족(Nal_ch 一族) - 마 사라의 나르-첼리오(Nar_Chellio) 시(市)에서 알아주는 명문가문. 이번 크리스마스때 일족 전원이 타르소니스로 여행을 간다. 도중에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에게 기습을 받아 일가 전체가 참변을 당한다.
럭키아이 강(Lucky-Eye Kang) - 짐 레이너의 죽마고우. 곤경에 빠진 레이너를 도와주며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해준다. 레이너와 함께 블랙 워터 스테이션지역에 지원을 가게 된다.
에드문드 듀크(Edmund Duke) - 테란 연합의 알파 전대의 제독.
11회 - 우주 저편에서 찾아온 적들 (8)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5th - 첫 전투」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서기 2449년 12월 24일. 마 사라(Mar Sarah)의 블랙 워터 스테이션(Black Water Station) 남쪽의 황무지.
나르-첼리오(Nar_Chellio)서부터 강행군을 한 나의 부하들에겐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 명해놓은 뒤, 럭키아이(Lucky-Eye)의 마린들을 이끌고 지원태세를 갖추었다.
“자, 서두르자. 우물쭈물 거리다가는 블랙 워터의 주민들과 병사들이 전멸당하고 말거다.”
하지만, 마린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겁을 단단히 먹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싸워야 하는 만큼, 미지로부터 오는 공포감이 그들의 몸을 조금씩 옥죄는 것 같았다. 그들의 그 공포심은 이해하지만, 싸우러 가야한다. 급히 싸우러 가지 않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기에.
“자, 가자!”
다급한 마음에 한 번 더 마린들에게 재촉하니 그들의 입에선 짧고 가늘게, 그리고 약하게 ‘예’ 라는 소리가 나오긴 했으나, 그들의 다리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다리와 공포에 질린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이미 저들의 전의가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럭키아이는 부들부들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마린들이 안쓰러운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레이너, 저들의 저런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게 없는가? 꼭 가야만 해야겠어? 연합에서 처리한다는 말을 믿어 보는 건······.”
럭키아이는 내게 한 번 더 재고해 줄 것을 돌려서 요청하였으나, 내 의지는 단호했다. 아직까지도 나르치일족(Nal_ch)일족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
“안 돼. 지금 구하러 가지 않으면 연합군이 채 오기도 전에 블랙 워터 지역은 전멸당할 것이야.”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너의 마음만으로 싸울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이미 저들은 전의를 잃었어.”
“흠······. 그건 그래. 전의가 없는 병사들을 데리고 전투를 한다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지······. 어쩌지······.”
저들은 전의를 잃었다. 싸울 의욕이 없는 병사들을 억지로 끌고 간다 하여도 싸움은 첫 기세가 중요하다. 그들에게 싸우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켜주는 특단의 대처를 하지 않고 마음만 앞서서 출격한다면 전멸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었다. 전의를 불태워줄만한 무언가의 계기가 필요함을 느꼈다. 무엇이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훌륭한 연설을 하여 마린들의 가슴속을 불타오르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연설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 연설이란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말하고자 하는 단어를 하나하나 신중이 골라야 한다. 단어 하나라도 잘못사용하면 더욱더 전의를 상실할 수가 있다. 그리고 연설이란 것은 길면 좋지 않다. 전투전의 장황한 연설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스팀팩(StimPack)을 사용하여 마린들을 흥분시키는 방법도 있다. 허나 일시적일 뿐이다. 게다가 스팀팩이라는 주사 자체가 위험하다. 하지만 위험한 만큼 장점도 크다. 그 주사를 맞으면 마린들은 가우스 소총의 연사력 한계속도까지 총을 쏠 수 있게 되고, 심장박동이 몇 배로 빨라져서 이동 속도도 100미터를 6~7초로 주파할 수 있게 되며, 게다가 약간 흥분을 시켜주기 때문에 흉포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저런 시너지 효과로 인해 전투능력이 한동안 몇 배나 올라가는 장점이 있으나, 스팀팩을 한번 맞을 때마다 그 마린의 몸과 마음은 엉망진창이 되어 스팀팩효과가 다 떨어지게 되면 조그마한 타격에도 크게 상처를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평생 앉고 살아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병사들의 몸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스팀팩은 제한된 상황에서만 사용가능하다. 하지만 그 스팀팩의 장점이 매력적이기에, 테란 연합의 윗대가리들은 유전자 조작과 합성,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신경제거수술을 시켜 복제마린, 혹은 개조마린들을 필사적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그들이라면 스팀팩을 남발해서 몸이 망가지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모품 마린이기에······.
하지만 우리 마 사라에는 아직까지 복제마린과 개조마린들은 거의 없다. 대다수가 마 사라에서 사는 시민들로써, 그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들이다.
비록 테란 연합이 600년 전인 19세기경 지구에서나 볼 수 있는 제국주의(Imperialism)노선을 취하고 있어, 마 사라의 시민들이 타르소니스의 시민들보다 많은 차별을 받는다 할지라도 아무런 죄가 없는 시민들의 몸까지 함부로 망가트릴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연합이 그들에게 함부로 대 한다면 제2의 제3의 코랄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니까.
나는 결단코 평범한 마린들에게 스팀팩을 사용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팀팩 한번으로 평생을 괴롭게 살아가야 할 마 사라의 마린들을 생각하면 결코 스팀팩은 쓰지 않을 것이다.
사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방법 중에 스팀팩을 제외하니 남은 것은 연설이다. 결국 연설로써 마린들의 전의를 불태우기로 했다. 전투 전에 연설을 잘했다고 전해지는, 그래서 병사들의 사기가 항상 하늘을 찔렀다고 전해지는, 2500년 전, 지구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의 저서들을 즐겨 읽었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이 즉흥적으로 연설이 나오겠지만, 나는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로소 책을 읽지 않은 것을 약간 후회하며 이런저런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조합해보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단어들을 조각 맞추기 하는 동안, 이미 마린들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서있을 힘조차 없어졌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내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머뭇거리다가는 마린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급히 서둘러서 조각들을 맞춘 다음에 연설하려는 찰나였다.
“마린들이여!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자 마린이 되었는가? 우리들의 행성, 우리들의 고향, 마 사라를 지키기 위해서 마린이 되지 않았던가!”
럭키아이가 나보다 먼저 선수를 친 것이었다. 그의 비장함이 깃든 목소리가 대기를 가로질러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의 웅장한 목소리에 마냥 겁에 질리기만 했던 마린들 하나 둘씩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럭키아이는 계속 연설을 이어나갔다.
“우리들이 여기서 싸우지 않는다면 저들은 기필코 우리들의 가족, 친구들을 무참하게 죽일 것이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 싸워서 우리들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고향을 지켜내야 한다!”
럭키아이의 두 번째 말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 우렁찬 목소리에 마린들은 하나 둘 씩 힘을 내어 일어서기 시작했다. 일어선 마린들의 얼굴엔 오만가지 표정들이 감돌았다. 애써 비장한 표정을 짓는 마린들, 아직도 미지의 적들로 인해 두려움에 떠는 마린들, 그리고 눈빛이 날카로워진 마린들. 럭키아이는 그 모습들을 본체만체 계속 연설을 이어나갔다.
“싸우지 않고 싸움을 회피하려 들면 기필코 죽을 것이며,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면 기필코 살 수 있다! 나가자! 고향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가족들을 위하여!”
그의 세 번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블랙 워터 스테이션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사령관이 앞장서서 뛰어가니 마린들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듯 했다. 하나 둘 씩 뛰면서 사령관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된지라 나는 약간 당혹했으나, 나도 그들에게 뒤쳐질 수 없었다. 곧바로 벌쳐(Vulture)를 타고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만치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럭키아이는 무작정 그 언덕으로 달려갔고, 그 뒤를 나와 마린들이 쫓아가고 있었다. 언덕 꼭대기에 올라선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마린들이 그 광경이 믿겨지지 않는 듯 제각각 한마디씩 했다.
“땅, 땅이 살아 있는 것 같아!”
“땅, 땅이 꿈틀꿈틀 거려!”
“이 지독한 악취는······.”
그 언덕은 보라색 빛이 감도는 진흙 같은 것으로 뒤덮여져 있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악취보다도 더 기분 나쁜 게 있다면, 그 진흙 같은 것이 넓게 퍼져, 살아 있는 듯이 꿈틀꿈틀 움직였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진흙의 한가운데에 보통 마린들의 키의 두 배가 넘는 커다란 물체가 서서 약간씩 움직이고 있었고, 그 커다란 물체의 생동감과 함께 그 진흙도 같이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그 기분 나쁜 광경에 넋을 잃고 있는데, 갑자기 그 물체 왼쪽에서 기분 나쁜 소리를 하며 달려오는 괴상한 생명체 예닐곱 마리가 있었다.
그 미지의 생명체를 본 순간, 마린들은 위축이 된 듯 했다. 싸워보지도 않고 지레짐작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럭키아이도 그들의 갑작스런 등장에 잠시 당황한 듯 했다.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이제 내 차례가 왔다. 아까 연설은 럭키아이가 선수를 쳤으니 싸움은 내가 나설 차례였다.
나는 벌쳐의 기동성을 믿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마 사라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비밀병기, 마인(Mine)을 믿었다. 벌쳐를 멋들어지게 운전하며 그들의 예상 진격로에다가 재빠르게 마인(Mine)을 배설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벌쳐에 탑재된 총류탄(銃榴彈)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돌진해오는 자그마한 괴상한 생명체들 중 한 마리는 내 총류탄 두 방에 육체가 찢겨나갔고, 나머지들은 내가 배설한 마인이 반응하여 전부 폭사하였다. 자그마치 벌쳐 한기로 6Kill을 한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 본 마린들은 다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 괴물은 쉽게 죽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미지의 적이더라도 쉽게 죽는 것을 본다면 자신감을 되찾기 마련이다. 그들의 전의가 다시 살아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진흙 한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물체를 향해 돌진하였다. 땅이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빴지만 신경 쓸 게제가 아니었다. 지금의 기세로 몰아붙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 커다란 물체는 살아있는 듯 했으나, 우리가 돌격해오는걸 보았음에도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 마린들은 가우스 소총의 사정거리에 닿자 그 생명체를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하였으나, 그 물체는 그저 맞기만 하고 있었다. 피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계속 공격을 퍼부었고, 많은 공격을 한 몸에 받은 그 물체는 급기야 가죽이 갈가리 찢어지며 굉장히 많은 피를 내뿜었다.
그 거대한 물체가 사라지자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 주변에 넓게 퍼져있던 진흙들이 조금씩, 조금씩 없어지더니 몇 분 내로 언제 있었냐는 듯, 싹 사라져버렸다. 그 물체는 그 진흙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나보다. 아무튼 마린들은 그 모습을 보며, 미지의 적들은 별게 아니라는 자신감이 충천하게 되었다.
“자, 이 기세로 몰아붙이자!”
기세등등해진 마린들은 앞으로, 앞으로 진격하기 시작했고, 조금 걸어가니 저쯤에 벙커(Bunker)로 추정되는 건물과 저 멀리 커맨드센터 같은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19.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오늘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머릿속엔 킹덤의 집과, 킹덤의 집에 있다는 인투더레인(Intotherain)과 레인보우(Rainbow) 생각뿐이었다. 더 이상 꿈 이야기로 고민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들과 만나면 어떤 얘기를 또 하게 될지 두렵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에게 눈치가 없다는 소린의 말이 자꾸 마음속에 맴돌았다. 내가 눈치가 없다니, 눈치하나는 빠르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던 나인데, 눈치가 없다니. 그 사유를 꼭 알아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수련장의 모든 일과가 끝나는 즉시 나는 곧바로 킹덤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의 집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지만, 위치는 대강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집의 대문이 어떻게 생긴 것도 알고 있다. 그의 집 대문엔 질리아스(Zealias)가 선물로 주었다는 자그마한 프로브조각이 걸려있다고 한다. 고급스러운 다크 샤이닝(Dark-Shining : 아이어의 두 번째 달)의 검은색 돌로 새겼다는 자그마한 프로브조각, 그 프로브조각을 찾으면 된다.
수련장에서 남쪽으로 쭉 걸어가니 리치가 알려준 킹덤이 사는 곳이 나왔다. 집이 일곱 채 가량 있었지만, 전혀 걱정할 게 없었다. 검은색 프로브조각만 찾으러 다니면 됐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집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검은색 프로브조각이 나타났다. 이 집이 킹덤의 집일 거라는 확신과 함께 그의 이름을 불렀다.
두세 번 이름을 부르니 안에서 인기척이 있었다.
“누구시오?”
“저는 폴트(Folt)라는 예비전사인데요······.”
이윽고 대문이 열리면서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나의 방문에 꽤나 놀란 눈치였다.
“무슨 일인가?”
“볼일이 있어서요.”
나의 대답에 그는 무언가 미심적은 듯,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지? 예비전사라면 알고 있을 텐데?”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고 있었다. 고지식한 그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할 말은 뻔했다. 하지만 나는 짐짓 모른 척 슬며시 운을 띄웠다.
“무엇을요?”
그러자 그는 상당히 엄포를 놓으며 내게 말을 했다.
“수련장 첫날 때 소린에게 듣지 못했나? 의회의 법대로라면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전사들과 어울려서는 결코 안 돼!”
역시나······. 역시나 그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 취급한다는 느낌일까? 아무튼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쏟아졌다. 그래서 나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대화에 임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소린이 이곳에 와보라고 해서 왔는데요?”
“소린(Sorin)이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기에 어린 너에게 이곳에 오라고 했나?”
“소린은 킹덤에게 볼일 없어요. 저 역시 킹덤에게 볼일이 없고요. 하지만 저는 안에 계신 분에게 볼일이 있어요.”
당돌하고 빈정거리는 내 말투에 킹덤역시 화가 나기 시작했나보다.
“말하는 것 하고는······. 만나게 해줄 수 없다!”
“왜죠?”
“내게 말하지 않으면 결코 내 집안엔 들어올 수 없어!”
“저는 킹덤에게 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안에 계신 분들에게 볼일이 있는 거지.”
“안 돼. 나에게 말하기 전까지는 결코 들어올 수 없어.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거야. 내 집에 들어가려면 주인인 나에게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먼저야!”
슬슬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의회이야기 하지 말고 물어봤다면 나 역시 기분 좋게 대답해줬을 것이다. 헌데 어린전사 운운하면서 오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놔놓고서는 이제 와서 말을 하지 않으면 들여보내줄 수 없다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상당히 예민한 상태인데······.
“그럼 처음부터 이유를 말해달라고 하면 됐잖아요! 왜 의회를 운운하면서 저를 쫓아내려고 했나요?”
“내가 언제 너를 쫓아낸다고 했었나? 너 혼자 내 집에 온 것이 하도 수상해서 그렇게 말한 거야.”
“수상하다고요? 왜요? 어차피 같은 프로토스이고 같은 전사인데 무엇이 수상하다는 거죠? 혹 내가 알면 안 되는 모종의 음모이라도 꾀하고 있나요? 5년 전같이?”
슬슬 악에 받쳐서 할 말, 안할 말 다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5년 전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리치가 나에게 단단히 일렀는데 악에 받친 나머지 말해버렸다.
5년 전의 일은 사소한 일이었다. 킹덤의 작은 실수가 내게는 상당한 영향을 끼쳐 나는 그때부터 킹덤과 친하지 않게 되었다. 그건 둘째치더라도, 5년 전의 그 사소한 실수는 아직까지도 킹덤의 마음을 옥죄고 있었다. 왜 그는 그 작은 실수로 아직까지 괴로워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리치는 나에게 그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일렀는데, 말해버렸다. 그것도 면전에서. 악에 받친 나의 한마디로 킹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킹덤의 침묵으로 인해 더 이상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거기에 나도 기가 꺾여버렸다. 아까보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했다.
“기분 나빠졌어요. 이젠 말하고 싶어도 말하기 싫어요.”
“······”
“이만 가보죠.”
“······.”
그의 집 앞에서 돌아서 집으로 걸어갔다. 화가 무척 났었지만 조금 걷다보니 왜 내가 화를 냈을까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전혀 화가 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아무래도 꿈을 꾼 이후에 내 성격에 무언가 사소한 변화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더라도 그 변한 성격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아까도 수련장에서도 폴리에게 갑작스럽게 짜증을 냈었다······.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 이불이라도 뒤집어쓰고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