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5/03/15 20:59:58 |
Name |
Mark-Knopfler |
File #1 |
dune1bc.jpg (11.7 KB), Download : 15 |
File #2 |
dune.jpg (8.8 KB), Download : 12 |
Subject |
DUNE을 기억하며..... 소설, 영화, 그리고 최초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
DUNE
DUNE
; 사구: 砂邱 : 모래언덕으로 사전에 나와있는 듄...개인적으로 참 오랜 인연을 맺은 작품입니다. 처음 소설로, 그다음 영화로 그리고 게임으로 잊을만하면 나를 빠져들게 하던 듄
한참동안 잊고 지내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 스토브리그에 접어들면서 읽을 글들이 줄어들자 생각났나 봅니다.
더 이상 잊어먹기 전에 한번 듄에 대해 정리하며 아시는 분과 교감 나누고 싶어 적어봅니다.
소설 듄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SF소설에 빠져든 전 닥치는 대로 국내에 출판된 SF소설들을 읽었습니다. 90년대 초 SF소설들은 공상과학소설이라는 평가절하를 받으며 애들이나 읽는 소설 나부랑이 쯤으로 치부되고 있었죠.(뭐..지금이라고 그때보다 났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만) 아시모프, 아서C클라크, 하인라인 등 대가의 소설을 읽다 보니 그 때 당시 국내에 나왔던 대가의 작품들은 거의 읽어 심심해 하고 있던 때에 이 소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제목 DUNE이 무슨 뜻인지도 몰라 사전을 찾아봤더니 딸랑 사구라고 덩그러니 나와있는 포켓사전에 황당해하기도 했었죠.
첫1권을 읽으면서 우선 드는 느낌은 '힘있다, 끈적하다, 장대하다,위험하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위 SF대가들의 유려하며 깔끔하고 부드러운 표현법에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는 색다른 느낌이었죠.
책 앞부분을 보면 저자 약력이 나오는데 프랭크 허버트라는 소설가가 일생 동안 쓰다가 다 못쓰고 죽은 그야말로 일생의 대작이었습니다. 1965년에 첫1부가 나오고 1986년 6부를 쓴 뒤 완결을 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하니 거의 20년을 쓴 소설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12권까지만 읽었습니다. 풀빛출판사에서 출판된 것으로 그때는 그게 마지막 분량인 줄 알았는데 후에 또 나왔다고 하더군요. 얼마전에 국내 황금가지에서 18권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다시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의 아들이 이어서 쓰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알고보니 1965년 출간되어 휴고상, 네뷸러상 등 온갖 SF출판상은 다 받은 SF고전명작 중 명작이랍니다. 아시모프, 하인라인,필립K딕 이 분들 말고도 한 번 도전해볼만한 책이라고 추천해봅니다.(20대에 읽어보아야 할 소설로 미국에서 선정되었다고 하니 제 추천이 그리 나쁜 부추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은하영웅전설, 파운데이션과는 또다른 장편대하소설만의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얘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서기 만년쯤, 인류는 엄청난 과학문명의 발달로 우주항해가 가능하게 되는 시대, 이 시대를 지배하는 황제가 어느날 예언자로부터 아트레이드가문에서 제국을 지배할만한 인물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격분, 하코넨 가문과 손을 잡고 아트레이드가를 사막밖에 없는 모래행성(듄, 또는 아라키스로도 부름)에 일부러 보낸 뒤 제거하려합니다. 우여곡절끝에 탈출한 아트레이드가문의 장남 폴과 어머니, 그들은 베두인족을 연상시키는 프레멘부족에 의해 구출되는데... 이 행성에서 산출되는 스파이스라 불리는 생명연장 기능의 정신각성제, 그것을 둘러싼 토착생물 모래충(Sandworm),...그리고 아트레이드가문의 청년 폴의 각성,...
출판물
1부: 전 4권 1~4 듄 2부: 2권 5~6 듄의 메시아
3부: 3권 7~9 듄의 아이들 4부: 3권 듄의 신황제
5부: 3권 듄의 이단자들 6부: 3권 듄의 신전
영화 듄
데이비드 린치가 만든 영화입니다. 컬트영화의 고전 이레이져헤드의 감독이죠, 찾아보니 블루벨벳, 트윈픽스,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을 만들었네요. 몇년을 끌며 엎어진 이 영화를 결국 만들긴 했는데 처음 편집본이 4시간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10권이 넘어가는 소설을 2시간 남짓 영화로 만들려니 방법이 없었겠죠, 그래서 줄어든 영화본은 마구 잘려나가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소설을 모르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고 할 정도, 저도 변두리 비디오대여점에서 SF칸 한켠에 처박혀 있는 것을 간신히 구해봤습니다만 상당히 잘려나간 느낌이 들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사구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를 출시했고, TV에선 데이빗린치의 모래행성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영화자체의 분위기는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에서 상상했던 인물들과 배경, 그리고 특유의 끈끈한 분위기를 실제 눈으로 보고 있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사막행성 듄의 황량한 느낌, 그로테스크하며서 몽환적인 비쥬얼, 누군가는 이 영화를 컬트로 분류해야 한다고 하고, 또 누구는 블레이드런너와 견줄만한 SF영화의 고전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모호한 느낌을 주는 비쥬얼이 인상깊었습니다. 지금 다시본다면 과연 내가 그때 그렇게 빠져들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그 때 디자인을 H.R 기거 라는 사람이 맡았던 것으로 봐서 지금도 여전히 인상깊을 것이란 예상이 듭니다. ( H.R 기거는 에얼리언의 그 엄청난 시각디자인, 프로이트적, 섹슈얼, 그로테스크, 컬트 라는 단어를 풀풀 풍기는 아티스트로 스피시즈의 디자인도 담당했죠. 음..그 사람이 제일 처음 참여한 영화가 이 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초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듄
처음 이 게임을 보았을 때 그야말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 전략게임의 대명사는 삼국지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내가 쉬고 있는 순간에 한없이 기다려주던 삼국지와 달리 이 게임은 내가 마우스를 놓고 있는 순간에도 항상 적(컴퓨터)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는 설정은 당시 혈기왕성하던 나에게 정말 짜릿하고 가슴두근두근한 게임으로 다가왔습니다. 미션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유닛을 움직이는 법을 배웠고 자원(스파이스)를 모으는 법, 공장을 세워 오토바이를 뽑아 공격하던 것, 소설에서 나오던 것들이 하나하나 내가 움직일수 있게 구현되는 것을 보고 정말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후반미션을 가니 프레멘부족까지 나오더군요.
음...그러고보니 소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아트레이드家와 하코넨家 외에도 오르도스(ordos)가문이 하나 더 생긴점이네요. 아마 두 가문사이에 '질서'=ordos를 잡아주기 위해 넣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세 종족을 넣어(스타처럼) 밸런스를 맞춘다는 느낌이 들어 재밌군요.
나중에 이 게임이 최초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1st Real Time Simulation Game)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무 상관없는 제가 다 기뻤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듄이라는 작품을 모두 인정해준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졌다고나 할까요? 그 당시 주위에 있던 선, 후배가 모두 이 게임에 빠져있었으니 말입니다.
(* 최초의 RTS는 세가에서 나온 헤르쵸크 쯔바이 (Herzog Zwei)라는 비디오게임이라는 의견과 더 올라가서는 PC의 Eye of Beholder라는 게임이라는 의견이 있음을 밝혀둡니다)
게임 유닛 중 인상깊게 남았던 것은 하코넨의 무지하게 큰 탱크(이름이 기억이 안납니다~디배스테이터였나요? ) 크기도 큰 만큼 엄청나게 느렸고 또 파괴될 땐 엄청난 스플래쉬데미지를 날렸죠, 아트레이드가문에서는 소닉탱크가 기억나네요. 음파를 발사하는데 요놈이 쏘면 땅이 울렁거리는 효과가 있었죠. 아군 탱크도 데미지를 받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싫어했었죠. 음 오도스가문에서는 데이비에이터라는 교란미사일 탱크가 생각나네요. 요상한 노란 가스미사일을 쏘는 놈인데 요걸 맞으면 일정시간 적군으로 바뀌죠. 지금으로 말하자면 마인드콘트롤의 시조겠군요.
그리고 각 가문의 최종병기(최종 테크유닛)가 흥미로왔습니다. 하코넨은 무력을 상징하는 컨셉에 맞게 핵미사일이 최종병기였습니다. 터지면 땅이 패이기까지 하면서 주위를 초토화시켜 가히 최종병기답다는 느낌이였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죠. 바로 스타의 고스트유닛처럼 핵미사일을 유도하는 설정을 하지않았다는~~~ 목표를 마우스로 클릭하고 발사를 하면 한 십초쯤 후에 전혀 이상한 곳에 떨어지는 확률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 아주
아스트랄!(말그대로)했죠. 이에 반해 아트레이드가문은 최종병기로 사막의 신비한 부족 프레멘이 나옵니다(원작소설에도 나온) . 뭐 체력이 기본적으로 좋고 공격력도 우수하지만 보병의 한계는 어쩔 수 없어서 상당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오도스가문에서는 사바츠어(Sabotuer)라는 아주 요상한 이름의 유닛이 최종유닛이었습니다. 당시 무슨 스파이 비슷한 개념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느라 한번 찾아보니 2차세계대전때 적후방에 침투해 활약하던 나찌 독일의 파괴공작원'이라는 설명이 나오네요. 당시에 이 유닛을 막는 방법을 알지못해 본진의 숱한 건물들이 부서졌던 아픈 경험이 생각납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설에서 모래충으로 번역되었던 샌드웜이었습니다. 탱크의 수십배되는 엄청난 사막생명체여서 과연 게임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확인을 해보고 엄청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 속 모래타일에서 무언가 조그만 것이 땅속을 지렁이처럼 꾸물꾸물하던 그래픽에 화가 났었다는....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 수록 이 조그만 모래충이 무서워지더군요. 보병이든, 탱크든 모래속을 기억다니다가 위로 지나가기만 하면 이빨을 내보이며 꿀꺽 삼켜버리는 위용을 과시하자 패닉에 빠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지금도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면 중립생명체 스캔티드, 카카루가 가끔 미쳐서 공격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정도입니다. 게임의 자원은 모래지역에서 추출되는 스파이스를 모으는 것인데 이런 곳에는 특히 모래충이 많아서 초반에 하비스터(스파이스정제,운반차량)가 잡히면 참 난감했죠.
2005 듄의 후예들은....
- 1986년 원작소설가 프랭크허버트가 듄 6부를 끝으로 세상을 떠난뒤 그 아들이 이어서 집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1984년 이 소설을 처음으로 시각화한 데이빗린치감독의 듄에 이어 미국의 SciFi 전문 채널에서 프랭크허버트의 듄이라는 3부작 미니시리즈를 방영하여 인기를 끕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2003년 후속작 듄의 후예들(Chidren of Dune: 원작의 2,3부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을 방영합니다.
- 1992년 웨스트우드에서 듄II가 등장하여 게이머를 열광시킨 지 2년후 후예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1994년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가 출시,그리고 1년후 1995년 다시 웨스트우드에서 커맨드 & 컨커가 등장하죠.(듄2에 열광했던 전 워크래프트보다 듄2를 만들었던 회사 웨스트우드의 커맨드 컨커를 더 좋아했습니다. 테슬라코일, 경비견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
그리고 RTS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워크2, C&C:레드얼럿, 토탈 애니힐레이션, 다크레인이 나오고 그리고 마침내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합니다.
블리자드가 1998년 3월 스타크래프트를 내놓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무렵, 웨스트우드는 그 해 듄 후속작으로 듄2000을 내놓았지만 실패를 합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 EA에 인수되어 웨스트우드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EA는 다시 2001년에 듄3 엠퍼러:배틀 포
듄을 내놓지만 역시 실패하고 맙니다. 다시 후속작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듄의 후예들은 계속 발전하여 이젠 게이머한명이 유닛 하나를 움직이는 온라인 RTS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듄을 추억하기는 그만 하렵니다. 추억에 너무 오래 잠기다보면 과거의 영광의 나날에만 집착하는 노병이 생각나 우울해지거든요.저번 주엔 임동석씨가 진행하는 워해머 라는 RTS게임을 봤습니다. 화려하고 박진감넘치는 화면이더군요. 처음 꼬물꼬물 움직이던 DUNE 미션1의 보병(Light Infantry)을 보며 너무나 좋아하던게 엊그제인데 이젠 돌아가는 3D화면에 등에는 로켓팩을 매고 날아다니는 보병들이 대규모 우주전쟁을 하는 규모까지 왔습니다.어떻게 변할지, 어디까지 발전할 지 궁금합니다. 카스와 같은 FPS게임과 스타와 같은 RTS게임이 결합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한명 한명의 FPS프로게이머들이 각각 하나의 유닛을 움직이고 그러한 유닛 수백기를 지휘관 역할의 RTS프로게이머 몇 몇이 담당을 하여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명령
을 내려 대규모 전투가 일어나는 그런 게임중계화면을 상상해봅니다. 어쩌면 듄의 후예들은 정말 전쟁기술이 될 수도 있겠죠. 여러가지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생각 나려고 하니 이만 글을 접겠습니다.
Adieu Dun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