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입니다.
이런.. PGR에 올리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
이제서야 올립니다. 혹시 이 글을 기다리신 분들이 계신다면, 먼저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 '# 8회' 의 고마운 분들께 -
벨리어스 님 : 네. 이 지도는 제 연재물에 사용되는 지도입니다. ^^; .. 앞으로 시간사정이 될 때마다 이것저것 지도들을 더 만들 생각입니다.
아케미 님 : 재미없는 제 글을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도중에 PGR에 연재하는것을 포기할 까 생각했었지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정말 아케미님께는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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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아이어(West Aiur) 지도 -
(확대해서 보세요~)
- 8회까지의 줄거리 -
모든 상황이 종료된 시점. 프로토스는 더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암울한 현실속에서 분통을 터트리던 폴트. 짐 레이너의 이런저런 조언과 여러가지 생각 끝에 "프로토스의 역사서"를 서술하기로 마음먹는다.
평화롭기만 하던 서부 아이어 리치마을. 어린 질럿 폴트는 다른 예비전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토스라면 거의 꾸지 않는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때문에 이런저런 심란한 일들을 한꺼번에 겪는다.
한편, 의회엔 "미지의 생명체"가 프로토스가 관할하는 외곽지역 코프룰루섹터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고, 이에 따라 테사다는 코프룰루섹터로 원정을 떠나게 된다.
테사다는 금지된 다크템플러와의 몰래 연락을 시도하며 테란이라 불리는 종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한편, 테란은..........
- 이번회의 간략한 인물소개 -
** 프로토스
폴트(Folt) - 주인공. 어린질럿. 날라의 언행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게되지만 리치의 말을 듣고 평정심을 찾는다.
폴리(Poli) - 폴트의 친구. 어린질럿. 한번 궁금한 것은 끝까지 캐묻는 성격의 소유자.
소린(Sorin) - 리치마을 수련장의 강사. 용기가 강하고 의협심이 강하여 리치와 킹덤에게 신임을 받고 있다. 폴트를 알게 모르게 도와준다.
** 저그
- 아직 알려진 바 없음 -
** 테란
짐 레이너(Jim Raynor) - 마 사라의 보안관중 하나.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테란 동맹의 앵무새같은 행동에 반감을 품고 있다.
나르치 일족(Nal_ch 一族) - 마 사라의 나르-첼리오(Nar_Chellio) 시(市)에서 알아주는 명문가문. 이번 크리스마스때 일족 전원이 타르소니스로 여행을 간다.
9회 - 우주 저편에서 찾아온 적들 (6)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2nd - 크리스마스이브(X-MAS Eve)의 급보」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서기 2449년 12월 22일. 마 사라(Mar Sarah)의 조그만 도시, 나르-첼리오(Nar_Chellio) 부근에 위치한 조그마한 군 기지. 예수 탄생 2449주년을 앞두고 성대한 파티를 열기로 했다.
동맹으로부터 이런저런 메시지를 받는 임무, 그리고 나르-첼리오 일대를 감시하고 군사적인 민원을 들어주는 임무, 단 두 가지 밖에 없는 우리 기지로써는 상당히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 후면 그 무료한 일상에서 일탈을 할 수 있는 허락받은 날이다.
마린(Marine)들에게 틈틈이 파티를 준비시키고 잠시 방에 들어와 담배를 하나 물며 쉬고 있는데, 나르-첼리오의 시청에서 연락이 왔다. 나르-첼리오 시(市)의 명문가문인 나르치(Nal_ch)일족 전체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타르소니스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 군 기지에서 드랍쉽(Dropship) 3대를 빌렸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마 사라에서 드랍쉽을 보유하고 있는 기지는 우리 기지를 포함하여 몇 안 된다. 게다가 마 사라에 존재하는 드랍쉽의 숫자 또한 무척 적기 때문에, 민간인에겐 빌려줄 땐 그 조건이 무척 엄격하다. 하지만 나르치일족(一族)의 부탁인데다가, 빌려준다 하여도 별 일이 없을 것 같기에 흔쾌히 수락하였다.
12월 23일. 빨리 내일 저녁이 되기를 기대하며, 쉬고 있는 마린들을 유혹해서 또 동양화놀이를 했다. 며칠 전에 잃은 500제니(Jenie)를 되찾고야 말겠다는 심보로.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영악한 마린들이 또 내 주머니를 털어갔다. 도둑놈들······. 이놈들은 동양화놀이를 하면 상관이 눈에 뵈지도 않나보다.
저녁때가 되니 나르치일족이 짐을 무지막지하게 싸들고 군 기지로 찾아왔다. 나는 그들을 스타포트(Starport)로 안내하고, 마린들을 시켜 그들의 무지막지한 짐들을 싣는 것을 도와주었다. 타르소니스로 출발 준비가 완료되자 나는 드랍쉽의 파일럿에게 운전 조심하라는 잔소리를 좀 하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TV를 보면서 행성 모리아 산(産) 맥주 몇 캔을 뜯었다.
약간 술기운이 오르면서 피곤함을 느끼기에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려 할 찰나, 연락담당 마린으로부터 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수신기가 원인 불명의 이유로 망가져서 고치는데 하루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즉, 내일 아침엔 그 지긋지긋한 동맹으로부터의 메시지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겉으로는 엄한 목소리로 그 애꿎은 마린에게 빨리 고치라고 다그쳤다. 그러고 나서 느긋하게 잠을 청했다.
12월 24일.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파티 날이 다가왔다. 나는 습관대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신기가 있는 커맨드센터(Command Centre)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갔다. 커맨드센터에 들어가니 몇몇 마린이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여,
“무슨 일 있나?”
“아, 보안관님. 어제 보고 드린 대로 수신기가 망가져서······.”
아, 수신기가 망가졌었지. 참 습관이란 건 고달프다. 오늘 아침엔 오지 않았어도 됐는데 그 습관 때문에 수고스럽게도 이곳까지 왔으니 말이다. 헛걸음질 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젯밤 모리아 산 맥주를 과음했나보다. 그 맥주는 다른 맥주들과 달리 상당히 독하다. 광산으로 유명한 행성 모리아인지라 광부들의 목넘김을 만족시키기 위해 술을 독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어제 좀 많이 마셔 버렸나보다.
거북한 속을 달래주기 위해 얼큰한 한국 요리로 아침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전날이라서 그런지 다행히도 군사적인 민원처리를 할 일이 없었다. 나르치일족이 타르소니스로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마 사라의 중앙기지로 알려야했지만, 마침 수신기가 고장 나서 그 수고스러움까지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일에 대해선 수신기가 고쳐지는 대로 느긋하게 보고를 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나르-첼리오 시내로 구경나갔다.
시내에서 이것저것을 구경하다보니 저녁때가 다 되었다. 나는 급히 서둘러 군 기지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마린들이 파티준비를 끝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오늘은 모든 걸 잊고 맘껏 취해보자!!!”
파티 시작을 알리는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마린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축구장에서의 열기 못지않을 정도의 함성소리가 군 기지를 흔들었다.
“먼저들 먹고 있어. 난 옷 갈아입고 이것저것 할 일을 마무리 짓고 다시 오겠다.”
하루 종일 시내를 구경한 것이 약간 피로했는지, 잠시 숨을 돌리고 싶었다. 마린들에게 먼저 파티를 즐기라 말해놓고 내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잠시 눈을 감고 담배를 하나 꺼내어 불을 붙이니 피로감이 좀 가시는 듯 했다. 짜리몽땅해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끄고, 조금 더 앉아 있으니 샤워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파티 장에 나가보았다.
내가 등장하니 파티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하지만 그 정적은 잠시 뿐, 갑자기 폭죽이 터지면서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짐 레이너(Jim Raynor) 보안관님 만세!”
“마 사라(Mar Sarah) 만세!”
“테란 동맹 만세!”
마린들은 그렇게 외친 후 갑자기 커다란 사발에 술을 가득 담아서 내게 주는 것이 아닌가. 술이라면 좋아하는 내가 사양하지 않고 그 사발을 한 번에 들이마시니 또다시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티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하였다. 춤을 추는 마린들,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마린들, 포커를 즐기는 마린들, 고스톱을 즐기는 마린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커맨드센터에서 마린 하나가 뛰어오더니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보, 보안관님. 큰, 큰일이·······.”
술기운이 돌면서 기분이 좋았는데, 그 마린의 숨넘어가는 소리 때문에 흥이 깨져버렸다. 하여, 톡 쏘는 말투로 그에게 반문했다.
“넌 여태껏 뭐하고 있었기에 파티에 참석도 안했나? 방해하지 말고 너도 와서 한잔 해.”
“그, 그게 중요한 것, 것이 아, 아니라······.”
호들갑을 떠는 그 마린 때문에 슬며시 화까지 났다. 하여, 별일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그에게 짜증을 냈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호들갑이야?”
“일, 일단 커, 커맨드센터로······.”
사색이 다 되어가는 그의 얼굴을 보니 정말 큰일인 것 같기도 했다. 더 이상 짜증을 내지 않고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허둥지둥 커맨드센터로 들어가 보니 아까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일하던 마린들은 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채 수신기 앞에서 멍하게 서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수신기를 들여다 본 순간, 약간 올랐던 술기운이 확 깨지면서 정신이 바짝 들었다.
“큰일 났구나!”
동맹으로부터 날아 들어온 새 소식은 코랄의 아들의 대규모 테러와는 격이 달랐다.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보이질 않는,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 아닌 크리스마스이브의 비보로 인해 며칠 남지 않은 25세기의 전망이 너무나도 암울해보였다.
서기 2449년 12월 24일. 마 사라(Mar Sarah)의 조그만 도시, 나르-첼리오(Nar_Chellio) 부근에 위치한 조그마한 군 기지. 갑작스런 비보가 전해지다.
17.
“어이, 폴트(Folt). 소린(Sorin)의 말로는 며칠간 못 온다고 했는데, 오늘 왔네?”
“맞아, 북쪽에서 온 전사들의 일을 도와줄 게 있다고 해서 못 온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었어?”
드디어 오늘 아침, 수련장에 도착하니 친구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아······. 약간의 일이 있어서······.”
“무슨 일이였는데? 무슨 일이기에 수련장을 결석했는데?”
친구들 중에서 특히 폴리(Poli)가 나를 무섭게 추궁했다. 적당히 둘러대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 것 같기에 어떤 답변을 할지 조금 생각했다. 잠시 대답이 없는 나에게 폴리는 더더욱 무섭게 몰아붙였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단 말이야. 전사들이 뭣 때문에 너를 데려갔는지 너무 궁금하다. 말해줄 수 없는 거야?”
“으, 응. 전사들이 어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어. 이제 그만 물어봐. 나 난감하다.”
결국, 그렇게 얼버무렸다. 친구들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조용히, 차분히 수업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강사 소린(Sorin)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를 보자고 했다.
뒤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하기 시작하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소린(Sorin)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니 소린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보자고 했나요?······.”
리치(Reach)의 말로는 레인보우(Rainbow)가 소린에게 나에 대한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어떤 말을 어떻게 했는지 나는 모르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허나, 소린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내게 차분한 어조로 말을 했다.
“폴트(Folt),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는······.”
“구지 말 하지 않아도 돼. 어제 레인보우와 리치가 찾아와서는 내게 다 말을 했으니까······.”
아니, 리치도 찾아왔었단 말인가? 그런데 리치는 어제 내게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레인보우와 리치가 와서 어떤 말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저기······. 어제 무, 무슨 말을 들었나요?”
소린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소린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자, 내가 너에게 그걸 얘기한다면 어제 너와 리치가 한 대화와 똑같은 이야기가 되겠지? 난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고 싶지 않다.”
아, 역시 그런 거였구나. 리치가 한 말이 그런 것이었구나. 새삼 리치의 마음씀씀이에 또 한 번 감격했다. 리치는 내 강사 소린(Sorin)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으면서 행여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는 것을 막았고, 게다가 내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데 지장이 없게 해놓았던 것이었다.
갑자기 어제 리치와 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분명 어제 리치의 말 중에서,
“걱정마라. 레인보우도 네 이야기 듣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곧바로 수련장에 찾아가 소린(Sorin)에게 자초지종을 전부 말했다고 하더군. 그 일에 대해서는 소린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 그리고 내가······.”
리치가 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말끝을 흐지부지했던 것이 기억났다. 지금 소린의 말을 듣고 유추해보건 데, “그리고 내가······.”의 뒤에는 필히 이런 말이 생략되어 있었을 것이다. “소린에게 가서 모두 이야기할 테니까.”
어제 갑자기 서둘러 돌아간 리치. 분명히 그는 나와 인사하고 곧바로 수련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는 것을 막고, 내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데 지장에 없게끔 말하려고······.
혼자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나, 무뚝뚝한 리치의 성격상 내게 말을 하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할 법도 했다. 수업 끝나면 곧바로 리치에게 가서 확인하리라.
내가 이런저런 생각의 나래를 펼치던 잠시 동안의 침묵 이후, 소린과 나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폴트, 너는 어제 리치의 말대로 오늘부터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야. 내가 애들에게는 대충 둘러댔으니까 너도 대충 둘러대기만 하면 되는 거구······. 혹시 애들에게 말하지는 않았지?”
“물론이지요. 쓸데없는 혼란은 일으키고 싶지 않거든요. 폴리(Poli)나 포트(Port)라면 모르겠는데, 요시(Yoshi)같은 친구들에게 이 말을 했다가는 난리 날걸요? 의회에 말해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부터 나올 테고······.”
“하하하, 난리뿐이겠느냐. 네가 그 말을 하면 리치마을의 이 수련장은 통제 불가능이 된다. 행여 폴리나 포트에게도 그 말은 하지 마. 혹시, 이미 말 한건 아니겠지?”
“안 그래도 폴리가 이것저것 캐물었지만 대충 얼버무렸어요. 더 이상 이 이야기로 괴로워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래. 잘했다······.”
소린은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고개를 돌려 시계를 쳐다보았다. 나 역시 시계를 보니 내가 이 방에 들어온 지 10분이 넘었다. 시계를 확인한 소린은 무언가 급해지는 것 같았다. 급하게 내게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많다, 폴트. 하지만 여기에 오래있으면 애들이 의심할 테니, 이만 나가봐. 그리고 수업 끝나면 킹덤(Kingdom)의 집에 가보고.”
킹덤의 집? 킹덤의 집엔 또 무슨 일로······. 오늘 리치에게 확인 할 것이 있어서 리치의 집으로 가려 했는데 소린의 입에선 뜻밖에도 킹덤의 집에 가보라는 말이 나왔다.
“네? 킹덤의 집에요? 전 그와 별로 안 친한데······.”
“킹덤의 집에 레인보우가 있다. 어제 아침, 갑자기 날라(Nal_rA)가 리치의 집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인투더레인(Intotherain)과 레인보우는 서둘러 킹덤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대.”
“네?”
“너는 어제 날라와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서 눈치 못 챘니?”
“무슨 말인지······.”
“하하하, 너는 눈치가 없구나. 아무튼 끝나고 킹덤의 집으로 가봐.”
“네. 알았어요. 그럼 이만······.”
나는 슬며시 물러나 방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눈치가 없다니, 무슨 눈치를 말하는 거지? 무엇을 눈치 못 챘다는 걸까······. 어제 날라(Nal_rA)와 나 사이에 오가던 언행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샅샅이 살펴보았으나 이상한 낌새는 느끼지 못했다. 소린의 알 수 없는 한마디로 인해 갑작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다.
‘뭐······. 오후에 킹덤의 집에 가면 알 수 있겠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복도를 쭉 걸어 나와 교실로 돌아오니 역시 소린의 우려대로 애들이 의심의 눈빛으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야, 폴트, 소린과 무슨 이야기를 그리 길게 한 거야?”
“혹시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거야?”
“우리들을 한 번도 먼저 부른 적이 없던 소린이 웬일이래?”
역시 의심 많은 애들이다. 아까 간신히 얼버무린 노력이 헛것이 되어버렸다. 소린은 타이밍이 훌륭했다. 애들의 질문공세를 간신히 잠재웠을 때 때맞춰 나를 호출하다니. 그 호출로 인해, 고작 소린의 방에서 10분 남짓 동안만 있었을 뿐인데, 그 10분 동안에 오간 대화내용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소린의 당부도 있고, 나도 그 이야기 때문에 골치 아파지는 것을 꺼려하기에, 대충 얼버무리려고 했다.
“모두 조용, 조용. 너희들이 나와 소린의 이야기를 알 거 없잖아.”
남의 일에 참견 말라는 식으로 대답을 했지만, 역시 이 답변으로는 엄청난 질문세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질문의 강도만 높아졌다.
“알 거 없다니? 어제 너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던 간에 엄연히 법을 어긴 거야. 그러니 궁금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무슨 바람이 불어서 소린이 너를 보자고 했는데? 분명 어제의 일 때문이겠지?”
“아니라니까!”
“그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제 결석한 것 때문에 작성할 게 있다고 해서 날 부른 거야.”
“정말 그뿐이야?”
계속되는 의심의 눈빛과 어우러진 질문공세.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니까! 더 이상 캐묻지 좀 마! 나 피곤하거든?”
크게 역정을 내니 주위의 시끌벅적했던 반응들이 좀 잠잠해졌다. 아직도 곳곳엔 웅성거리는 소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내게 직접적으로 묻는 애들은 사라졌다. 폴리조차도 사나운 내 기세에 놀랐나보다. 그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 가만히 나를 살펴보며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질문세례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꿈들에 대해서 완벽히 잊어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