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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3/13 23:47:08 |
Name |
Timeless |
Subject |
[소설]본격 로맨스 '미 소 천 사' #4 |
- 제 4 화 -
“때르르르릉”
아.. 한 잠도 못 잤다. 결국..
밤새 자명종이 나를 탓했다. “째깍 째깍” 이라는 그 소리를 듣고나서 부터 줄곧 그 하얀 코트의 여자가 신경 쓰였다. 슬픔이 간직 되어 있는 그 눈.. 역시 나서지 말 것을 그랬나? 후회가 되었다. 밤새 특별히 무엇인가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후회와 또 그녀에 대한 미안함으로 한 쪽 가슴이 무거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왜 그 둘을 때린 것 일까? 나에게 부딪쳤을 때의 그녀는 그렇게 약했는데,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난폭하게 만든 것 일까? 뭐..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겠지..
화장실에 들어갔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 틈으로 “때르르르릉”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 내가 일어나서 자명종을 끄지 않은건가..
치약도 없는 칫솔을 물고 자명종 소리를 듣고 나서야 드디어 깨달았다. 나랑 상관 없는 일이 아니란 것을. 그녀의 눈에 가득했던 그 슬픔은 예전에 거울 속의 내가 보여주었던 그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잃어버렸던 기억.....
태어나서부터 이때까지 내가 무언가에 열심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했던가? 분명히 있었다. 나에게 분명히..
그것은.. 그것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몇 년간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 있었는데. 그리고 지금 이렇게 눈물이 핑 돌고 있는데..
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것 저것 고를 것도 없이 짚이는 대로 옷을 입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오늘은 옥수수향 빵도, 매일 보던 출근길의 풍경도 없었다. 그리고 지하철이 아니라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어느새 나는 영등포 경찰서 앞에 서있었다. 경찰서 대문 앞에서 들어가기를 주저하며 회사에 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란 생각도 들고.. 지금이라도 회사에 가면 지각하지 않을 수 있다 는 생각도 들었다.
하던 대로 살자. 나는 영등포역으로 돌아왔다. 항상 그랬듯이 회사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비록 타는 역은 바뀌었지만 항상 타던 칸의 위치에 섰다. 그렇다. 나에게 더 이상의 일탈은 없었다.
“이번 열차는 북의정부행 열차입니다”
지하철이 멈추고, 깜빡 잊고 옆에 서지 않아서 내리는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가며 툭툭 친다. '바보녀석!' 이라며 무력한 나를 대신 혼이라도 내는 것일까..
지하철에 오르려 하는데 그녀가 내렸다. 임소희.. 그녀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를 스쳐 지나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고개 숙인 나를 내리게 하려고 하는 것 일까. 그녀의 손이 나를 잡으려 했으나 문이 닫히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는 손을 거두어야 했다. 이윽고 지하철이 출발하고 창문을 통해 걱정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창문 안에는 그녀의 얼굴과 묘하게 오버랩되어져 있는 내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슬픔 가득한 눈..
그렇게 더 이상의 일탈은 없었다.
정시 출근에 사람들과의 인사, 내 책상과 내 자리. 변함없는 업무.
회사가 끝나 갈 무렵까지..
더 이상의 일탈은 없었다.
임소희, 그녀의 명함이 내 눈에 들어오기 전까지 말이다.
- 제 4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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