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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3/13 14:29:09 |
Name |
Milky_way[K] |
Subject |
별들의 전쟁 episode 0. ☆Ⅰ부 14장. |
별들의 전쟁 ☆Ⅰ부 - ◎ 14. 거짓말쟁이가 된 박서(Boxer)
나다와 박서의 국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로우웰(lowell) 마을에는 언젠가부터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마을 뒤쪽에 웅장하게 솟아있는 로크산(loke-mountain)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그것을 어린아이의 장난스런 거짓말정도로 치부하고 있었지만, 점점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단체로 산에 올라 그 귀신의 정체를 밝히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밝혀낼 수가 없었다.
산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왠지 모르게 자신들이 미로에 빠진 것처럼 같은 자리만 뱅뱅 돌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산을 내려온 마을사람들은 귀신의 출몰이 역시나 허황된 거짓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도 산을 올랐던 사람들은 어김없이 정체모를 귀신을 보았고, 결국 겁에 질린 마을사람들은 로크산 출입을 금지(禁止)시켜 버렸다.
로우웰 마을의 촌장은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중앙 정부에서는 한창 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라 이런 작은 마을까지 신경을 쓸 수가 없는 상태였다. 거기다 귀신(鬼神)이 나타난다니...
요즘 시대에 그런 말을 누가 믿겠는가!?......
한 남자가 깊은 숲속을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가? 이곳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귀신이 나타난다고 하여 그 출입을 금하고 있던 로크산이었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이내 울창한 나무사이로 이뤄진 산 중앙의 조그마한 공터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괴상한 악취를 풍기는 허름한 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집의 문 앞에 다다른 남자는 슬쩍 주위를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듯,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자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
문에서 괴이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남자를 둘러싸기 시작했고 곧 문 앞에 서있던 남자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남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 차가운 정적만이 맴돌고 있었다.
남자는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그에게 한 젊은이가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남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괴이한 보랏빛으로 일렁거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곳을 맡고 있는 양자라고 합니다. 그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양자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이던 허름한 집의 모습은 허상일 뿐이었다. 그 안은 괴상한 물체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이한 것은 괴상한 생물체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양자처럼 괴이한 보랏빛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양자는 건물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방으로 남자를 안내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방에 있던 이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를 본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내가 누군지 알겠는가?‘’
방안에 있던 이의 낮은 목소리에 남자는 대답했다.
‘’어찌 줄라이(july)님을 모를 수가 있단 말입니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복하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본 줄라이(july)는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카하하하! 좋아! 이제는 확실해진 듯 하군. 내 너에게 지금부터 네가 해야 할 일들을 가르쳐 주겠다...‘’
그렇게 말한 줄라이는 양자를 내보내고는 홀로 남은 남자에게 이것저것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의 눈빛은 어느새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보랏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한편, 펠레노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대륙은 아주 큰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대륙인들에게 성인군자(聖人君子)로만 비춰져왔던 박서가 오히려 대륙을 혼란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나다의 발표 때문이었다.
나다는 박서가 우브에게 나제전쟁에서 검은 전사로 위장하고 몰래 제로스를 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대륙전체에 퍼트렸다. 그리고 펠레노르 전투에서 검은 칠이 벗겨진 여러 우브군의 병장기 파편들을 수집해 이번 사건의 명확한 증거로 내놓았다. 물론 지난번 나다와 우브의 대화에서 우브가 정체를 밝힌 것까지도 역시 모두 녹음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 이후, 박서를 바라보는 대륙의 모든 이들의 눈빛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그것은 박서의 세력권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믿고 따르던 사람들은 어서 빨리 박서가 이 일을 해명해 주길 바랐고, 그를 처음부터 못마땅하게 여기던 사람들은 그를 더욱 비꼬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륙에는 점점 이번 일이 박서와 제로스가 계획한 이중(二重)모략의 하나이며 나제전쟁이 발발하게 된 것까지 모두 박서의 힘이 미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순식간에 박서는 자신이 정한 대륙회의의 원칙을 어긴 거짓말쟁이가 되었고 모든 대륙의 눈과 귀는 박서의 입만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고립무원에 빠진 박서는 더 이상 이번 사건의 추궁을 면하기 힘든 상태까지 와있었다.
박서는 자신을 책망(責望)했다. 실수를 한 우브를 탓하진 않았다. 자신의 무모했던 부탁을 힘겹게 들어준 친구를 한 번의 실수로 책망할 수는 없었다.
‘펠레노르 전투를 부탁한 것부터가 실수였다! 너무 무모했어... 그냥 비프전만 도와주고 뒤로 물러서서 좀 더 사태를 지켜보면 되었을 것을...... 아아...’
박서는 후회를 거듭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고민하고 있던 박서에게 스미스가 착잡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후우... 이번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하지만 그 2가지 모두 자네에겐 아주 힘든 일이 될 거야.‘’
스미스의 말을 들은 박서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스미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네에겐 어려운 일이 될지 몰라도 한 가지는 내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쉬운 일이고 다른 한 가지는 내가 보기에도 너무나 힘든 가시밭길이지... 어느 쪽부터 들어보겠나?‘’
박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충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군... 쉬운 것부터 말해보게나. 지금의 상황을 타개(打開)할 수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나?‘’
박서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자신의 점점 벗겨져 가고 있는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우선 쉬운 것부터 말하지. 자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겠지만, 자네가 직접 해명을 하면 되네. 왜 우브를 보내서 제로스를 도왔는지 모든 대륙인들 앞에서 떳떳하게 말하는 거야. 어때? 할 수 있겠나? 흐음... 하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문제도 있겠군. 만약, 자네가 그 일을 한 이유가 떳떳하지 못한 이유이거나 대륙의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라면 자네가 진실을 밝힌 것이 오히려 밝히지 않은 것만 못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군...‘’
스미스의 말을 들은 박서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처럼? 후훗.. 그럼 다른 한 가지는 뭐지?‘’
박서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조금 주저하더니만 말을 이어갔다.
‘’나야 자넬 믿지 후후.. 하지만 나도 사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봤다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네 속을 알 수가 없더군. 으음.. 뭐 나는 그렇다고 자네가 대륙의 호사가(好事家)들이 말하는 것처럼 뒤에서 구린내 나는 음모를 꾸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구먼. 허허허 두 번째 방법은 나로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자네가 첫 번째 방법을 택할 리는 없어 보이니 말하겠네.‘’
잠시 뜸을 들인 스미스는 곧 말을 이어나갔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자네가 악당이 되는 거지. 후후... 지금 모든 정황이 서서히 자네를 악당으로 몰아가고 있지 않나? 뭐 한번쯤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는 거야! 물론 그에 따른 고통과 후유증은 자네가 지금껏 쌓아왔던 이미지에 굉장히 큰 타격으로 다가오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원래부터 네가 의도했던 대륙의 균형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갈 것 같은데 안 그런가? 생각해보게나. 나다와 씽크, 그리고 클라우드가 합세한다 해도 난 제로스와 함께한 우군이 쉽게 꺾일 것 같진 않은데? 후훗 그럼 보나마나 대륙엔 또 한 번의 피바람이 불겠지만 말이야...‘’
선글라스 속으로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고 있는 스미스의 말을 들은 박서는 큰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박서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브는 펠레노르에서 천하태평(天下泰平)이었다. 그런 우브를 옆에서 지켜보던 소레대위는 지난 번 전투에서 생겼던 존경심(尊敬心)이 싹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으으윽... 저 바보 같은 녀석은 그런 대형 사고를 저질러 놓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소레가 속으로 아무리 욕을 하던 뭘 하던 우브의 콧노래는 멈출 줄을 몰랐다. 하지만 소레는 알지 못했을 뿐이다. 겉으로는 태평스러워 보이는 우브의 속이 지금 얼마나 타들어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얼마 후, 제로스 측에서 교신이 들어왔다. 소레가 교신을 받자 이윽고 커맨드센터 메인화면으로 제로스의 모습이 들어왔다.
‘’펠레노르 전투에서 승리하신 것을 축하드리오. 어려운 전투였는데 역시 그대는 대단하군요. 하하 그것보다 검은 전사가 우브, 당신 이었다니... 정말 놀랐소. 거기다 이리도 쉽게 정체를 밝히시다니... 허허. 이것도 모두 그분의 뜻인가요?‘’
우브는 제로스의 차가운 얼굴과는 달리 능청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보며 속이 확 뒤집혔지만 홧김에 일전의 실수를 또 다시 되풀이하기는 싫었다.
‘망할 놈.... 다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고 있었던 척하긴.’
제로스의 냉소적인 얼굴을 쳐다보며 우브는 속으로 욕을 했다.
‘’후훗. 이미 그대는 짐작을 하고 있지 않았나. 그리고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이 없어..‘’
더 이상은 묻지 말라는 우브의 귀찮은 듯한 말투에 제로스는 말했다.
‘’이거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프게 되었군. 하지만 이번 일로 그대들만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해. 지금 항간에는 나의 군대와 그대들이 손을 잡고 대륙을 양분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거든. 이거 이렇게 가다보면 너희의 세력과 나의 세력은 대륙의 공공(公共)의 적(敵)이 되어버리고 말거야... 그럼 좀 피곤해 지겠군. 후훗.‘’
제로스의 말을 들은 우브는 조금 화가나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너는 지금 와서 우리의 도움을 받은 것이 실수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우브의 작지만 조금 화난 음성에 제로스는 투명한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도움을 받은 것을 후회한다니? 후훗.. 난 다만 그렇게 되었다~란 말 뿐이야. 하하하 화를 가라앉히고 내 말을 들어보게나. 나는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겠네.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도 그대들이 아군을 도운 이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겠네. 세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어쩌면 나와 동맹을 맺고 대륙을 양분(兩分)하자는 것 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단지 박서의 평화를 사랑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긴 뭔가가 3g정도 부족하단 말이야... 거기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그대들의 동태를 보면 작금(昨今)의 사태가 그대들이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라도 느낄 수 있었지. 뭐...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말이야.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나나 박서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그 어떤 유창한 변명을 늘어 논다 해도 세상은 우리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려 하지 않을 거야...‘’
잠깐 말을 그치고 생각을 정리하듯 눈을 감고 있던 제로스는 잠시 후, 그 깊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던 소레대위는 제로스의 우수(憂愁)에 찬 깊은 눈동자와 고뇌에 젖은 듯 한 멋진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멋지다...‘’
하지만 소레대위의 입에서 이 소리가 나오자마자 우브의 손이 날아들었다. 우브는 소레대위가 정신이 나가서 제로스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일격에 그의 상념(想念)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것이다. 우브가 그런 행동을 하든 말든 제로스는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다.
‘’... 그래서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하겠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나와 박서 군이 손을 잡고 나머지 세력과 전쟁을 하는 거야! 어차피 그대들이 나를 도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의 동맹(同盟)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지... 그렇기에 이 제안이 무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박서도 아마 어느 정도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제로스의 말을 들은 우브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분명 제로스의 말은 일리가 있어. 그 누구도 우리의 변명을 사실대로 들어주진 않을 테지... 거기다 아마 박서 그 녀석은 소심한 면이 있어서 지 맘속에 있는 비밀을 남에게 탁 털어놓을 녀석도 아니지...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한다....’
제로스는 우브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분명 박서와 우브가 자신을 도와준 데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대체 그들은 왜 나를 도운거지? 이전까지 나와 그들의 관계를 봤을 때, 도와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대체 왜지?.... 혹시.. 소문대로 박서가 진정 무언가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인가? 우리를 희생(犧牲)양 삼아서?... 후훗... 아니야.. 이건 억측일 뿐이다....’
제로스는 다시 한 번 우브를 바라보았다. 그때 우브도 자신의 생각을 거의 마쳐가던 상태였다. 우브는 제로스를 보며 말했다.
‘’좋아. 그 조건 받아들이겠어! 단 조건이 있다!‘’
제로스는 우브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자 다행이라고 생각은 하고 말했다.
‘’그 조건이란 게 뭐지?‘’
사실 제로스로서는 무엇이든 한가지의 부탁은 무조건 들어줘야 할 판이었다. 왜냐하면 지난 전쟁에서 우브에게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로스는 속으로 이번 우브의 조건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내심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번 부탁(付託)이 자신의 세력을 도와준 진정한 이유와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더욱 이번 부탁이 궁금해지는 제로스였다. 그런 제로스를 바라보며 우브가 입을 열었다.
‘’너와의 동맹은 나 혼자서 맺는 것이다. 이번 일에 박서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거지... 어때? 만약 네가 이 조건을 들어준다면 나는 너와 함께 그 어떤 강한 적들과의 싸움이라 하더라도 싸워나갈 의지가 있다!‘’
이 말을 들은 제로스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제로스가 이 제안을 했던 것은 현 대륙에서 최고의 화력을 가진 군대인 박서의 세력과 동맹을 맺을 수 있다면 나머지 세력과의 싸움에서 분명 승리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브는 박서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이 제로스와 동맹을 맺고 함께 싸운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 제로스의 계획에서는 한참 벗어나는 생각이었다.
‘’으음... 이보 게나 우브.. 나는 네가 나의 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린 것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박서세력 전체의 강력한 힘이지, 지금 이곳에 있는 너의 힘만을 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순간 제로스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였던 행동과 말투는 온데간데없고 원래의 차갑고 냉철한 제로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브는 제로스의 변화한 표정과 태도를 보며 말했다.
‘’물론 나도 그 정도쯤은 다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 제로스... 너 자꾸 마음에 안 들어... 너는 지금 나를... 박서의 쫄따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 우브를... 대체 언제까지 얕보고 있을 거냐!!??‘’
우브는 아까부터 조금씩 화가 나있었다.
제로스의 말투가 꼭 자신은 안전에도 없고 이곳에는 있지도 않은 박서만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화는 자신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 박서의 생각만을 궁금해 하고 있으니 우브가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세간에는 알려진 박서의 병력은 거의 절반이상이 우브의 병력이었다. 추종자들(일반 국민들)은 많은 박서이지만 그 본래 힘의 절반 이상이 우브의 것이란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내용이었다.
거기다 세상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브가 박서의 부하(部下)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디 박서와 우브는 어릴 적부터 무척 친했고 그 인연으로 함께 있는 것일 뿐이지, 박서의 군대와 우브의 군대는 아예 명령체계 자체부터 다른 것이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만약 박서의 군대의 상급자가 급한 일이 있어서 지나가던 우브의 군대의 하급자에게 무엇을 시킨다고 한들 우브의 군대는 그것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제로스는 이런 것을 모르고 우브를 단지 박서의 하수인(下手人)쯤으로 여기고 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브의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우브의 고함소리에 제로스는 속으로 자신이 실수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번 일이 자신의 계획과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는 것도...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 표정 없이 여전히 차가운 눈빛만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너와 나의 힘만으로 이 대륙(大陸)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자신의 고함에도 제로스가 아무 미동도 하지 않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우브는 내심 놀라며 말했다.
‘’네 녀석이 나를 어떻게 봤을지는 모르나 나는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이 되는 걸? 후훗... 그리고 나는 대륙의 정복 따위에는 관심도 없어. 나는 단지 이번일이 나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고 그것이 내 친구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이러는 것일 뿐이야... 그리고 어차피 넌 나에게 빚을 진 몸이야. 만약 이번 조건을 들어준다면 갚아야 할 빚은 없던 걸로 해주지...‘’
우브의 조금은 황당한 자신감에 찬 말을 들은 제로스의 머리가 바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지금껏 제로스의 냉철한 표정에 가려져있어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현 시점에서 가장 난감한 사람은 박서이고 그 다음이 제로스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박서는 지금 뒤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뿐이었지만, 제로스는 그 동반자로서 전쟁을 일으킨 역할로 추궁(?)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일이 만약 박서 군과는 상관없는 일로 판명(判明)된다면 자연히 남은 타깃은 제로스뿐이였기 때문이다.
제로스는 이 점을 염려하여 미리 박서 군과 동맹을 맺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들이 빼도 박도 못하고 자신을 도와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만큼 지금 우브의 제안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제로스는 딱히 어떤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 혼자 대륙전체의 타깃이 되기는 싫었다. 그것은 죽기를 각오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져있던 제로스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자신이 간과하고 있던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로스는 결정을 내렸다.
‘’좋다. 우브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이번에는 내가 완전히 한방 먹었는데? 후훗... 이번 일에서 박서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해주지. 나는 너의 군대와만 동맹을 맺은 것으로 말이야... 이거 생각보다 좀 더 피곤해 지겠어. 후후후...‘’
우브는 제로스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로스의 얼굴에 떠오른 옅은 미소를 보는 순간 무언가 미심쩍다는 것을 느꼈다.
‘저 녀석이 왜 또 실실거리고 난리지? 으음... 이거 왜 난 저 녀석이랑 얘기만 하면 이렇게 내가 당하고 있다는 생각만 드는지... 이거 참...’
그 시각, 나다는 씽크와 클라우드에게 보낸 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다는 지난 펠레노르 전투가 끝나자 프렌장군과 자드대령을 전쟁터에 남겨놓고 자신은 본국으로 돌아와 일의 전모를 대륙곳곳에 알리고 음모를 꾸미고 있는 박서와 제로스를 타도하자고 씽크와 클라우드에게 밀서를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때마침 우브와 제로스의 동맹이 맺어진 다음날(나다는 모르고 있었지만), 두 세력으로부터 확답이 왔다. 그러나 그 내용은 나다를 만족시킬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씽크 만이 나다의 의견에 동참해 제로스와 박서 군을 공격하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의 서신(書信)에는 자신이 직접 박서에게 사건의 진실을 물은 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신을 번갈아 읽어 내려간 나다는 짜증이 클라우드의 서신에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 증거가 이렇게 확실한데 대체 뭘 더 알아보고 말고 하겠다는 거야!?‘’
짜증스런 말을 내뱉은 나다는 재빨리 두 세력에게 다시 보낼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밖이 소란스러워지며 한 병사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나다님! 속보입니다. 제로스와 우브가 동맹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박서는 이 사실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제로스가 직접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본국에 선전포고를 해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다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다는 이내 곧 무언가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박서와는 상관없이 우브의 독단적(獨斷的)인 행동이었단 말인가!?’
제로스와 우브의 동맹(同盟)발표로 인해 대륙은 또 한 번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 발표로 인해 나다-씽크의 세력은 제로스-우브 동맹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게 되고 대륙은 서서히 불길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가장 크게 놀란 이는 정작 따로 있었다.
바로 박서와 스미스였다.
그들은 우브와 제로스의 발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내 우브에게서 온 서신으로 그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서신에는 아주 간략하게 2문장만이 적혀있었다.
‘미안하다. 내 탓이다. 그러니 내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
서신을 받아 본 박서는 우브가 자신 때문에 희생하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브는 박서에게 쏟아지고 있던 모든 비난의 화살을 자기 자신한테 돌려놓은 것이다. 박서는 이 일을 어찌 해야 할지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바보 같은 녀석!! 제 녀석이 모든 걸 덮어쓰고 있으면 그걸로 다 된다고 생각한 거야? 그럼 너한테 부탁이란 부탁은 다 해놓고 널 사지(死地)로 몰아넣기까지 한 나는 뭐가 되냔 말이야!?’
친구를 사지로 몰아넣은 죄책감에 몸부림치던 박서는 한시 빨리 마음을 정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스미스와 함께 다시 고민을 거듭했다. 대륙의 곳곳에서는 이번 제로스와 우브의 동맹사실에 대한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그 여파로 역시 박서가 음모를 꾸밀 리가 없다며 박서에 대한 칭송(?)이 다시 한 번 자자해졌고 우브에게는 벌써부터 여러 가지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스미스와 박서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모종의 서신이 박서의 진영으로 도착했다. 그것을 본 박서와 스미스는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 편지의 내용은 이미 자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너무나도 상세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스미스와 몇 마디를 더 나눈 박서는 그를 내보내고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의 평화로운 도시를 바라보며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래선 안 돼. 지금상태로 가다간 대륙은 곧 크나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말거야.... 그렇게 되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공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한편, 나다는 비프로스트의 외곽지역에 있는 자신의 본대로 가고 있는 드랍쉽 속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고민을 계속해 보아도 자꾸만 밀려드는 의혹(疑惑)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일은 우브의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사건이 가진 성격상으로 잘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나다는 우브를 잘 알고 있었다. 그와 지난 대륙전쟁에서 맞붙어 싸웠던 횟수만 따져도 10번이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다는 우브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일은 뭔가 이상했다.
‘분명 그때 펠레노르에서 우브는 너무 당황하고 있었어. 거기다 그의 성격상으로 절친한 친구를 배신하고 다른 세력과 손을 잡는 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야. 이번일.. 뭔가 냄새가 나긴 하는데 그걸 알 수가 없으니 정말 미칠 노릇이로군...’
나다의 고민이 계속되던 와중에 드랍쉽은 무사히 나다군의 본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프렌장군과 자드대령이 미리 직접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들은 커맨드센터의 사령관실로 자리를 옮기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프렌장군이 나다에게 질문했다.
‘’다녀오신 일은 어찌되었습니까? 우브가 박서와는 상관없는 자신만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발표했단 말은 저희도 들었습니다.‘’
나다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일이 또 한 번 꼬여 들어가고 있어. 하지만 뭐 우브와 제로스가 제 입으로 그런 발표를 해버렸으니 더 이상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제로스와 우브가 협력을 해봤자 씽크 군이 도와주기로 했으니 박서가 진정 이번 일과 상관이 없고 그가 만약 우브와 제로스 군을 돕지만 않는 다면 이번 전쟁은 얼마 가지 않아 쉽게 우리의 승리가 될 거야. 하지만 내가 이번 일로인해 진정 아쉬웠던 건 다른 점이야...‘’
‘’다른 일이라뇨? 저희들이 모르는 또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까?‘’
나다의 말을 듣고 있던 자드대령이 놀라며 반문했다.
‘’무슨 사건이 터진 건 아냐. 단지 이번 일 때문에 내 생각에 좀 차질이 생겼을 뿐이야 ... 이번 발표로 클라우드가 또 다시 베일 속으로 숨어버렸거든... 후훗 잘하면 이번에 진짜 그의 능력을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찬스였는데 말이야. 아쉽군.‘’
나다의 말을 들은 프렌장군이 물었다.
‘’분명 클라우드라면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서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어린나이에 한 세력의 대장군에 오른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라...‘’
그 말을 들은 나다는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비프로스트의 성곽을 바라보며 말했다.
‘’클라우드의 실력이야 곧 보게 될 날이 오겠지. 후훗~ 그보다 우리는 지금 저 비프로스트의 성벽을 다시 한 번 뛰어 넘을 준비를 해야 해. 지난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단단해진 저 얄미운 성벽을 말이야...‘’
얼마 후, 대륙에는 크나큰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하고, 나크(나다-씽크)동맹군은 각각 나다는 제로스를 씽크는 우브를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펠레노르 전투에서의 승리 후, 우브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박서를 대신해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상태였고, 앞으로 또 어떤 적이 자신에게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우브는 지금의 상황을 그리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런 긍정적인 사고방식(思考方式)의 밑바탕은 역시나 ‘어떤 적이 쳐들어온다 해도 무찔러 버리면 장땡’이라는 그의 밑도 끝도 없는 자만심의 일환(一環)이었지만 말이다.
지금 단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저 여우같은’ 제로스에게서 하루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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