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말코비치입니다. 제목이 넘 pgr틱하군요^^;;
어제 엠겜에서 방송된 인터랙티브 머시기인지를 보고, 또 아래 ‘중산층...’이라는 글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프로게이머 이은경 선수의 팬입니다. 예전에 김가을 감독이 선수로 날렸을 때부터(당시 포스는 말 그대로 덜덜덜..) 관심있게 보았다가, 인텔 베스트 커플전을 이후로 알 길이 없어서 잊고 지냈습니다. 그 후 겜티비에서 여성리그가 생긴다기에 혹시 이은경 선수도 출전하지 않을까 하여 팬카페(
http://cafe.daum.net/QS)에도 가입하고, 이래저래 정보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LMSL이 시작되고, 기억 속 저편의 인물을 직접 눈으로 한번 보기도(서지수 선수에게 OTL되던날..) 했습니다.
뭐, 다른 pgr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스갤눈팅을 좀 하고 있었더니 신주영 선수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요즘엔 뭐하냐? 아직도 프로게이머 하냐? 예전에 왜 군대 더 길게 갔냐 뭐 그런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여성리그는 정확한 계보를 알 수는 없지만, 이은경 선수 정도면 신주영 선수는 아니더라도 이기석 선수 정도 되는 old gamer가 아닐까 합니다. 두 선수 모두 프로토스인데, 프로토스라는 종족의 특성상, 예전에 비해 실력 면에서 성장해있는 게임판의 특성상(누군가 이러더군요. “98년에 나온 신주영 전략집 가지고 요즘 하면 ‘공방양민’소리 듣는다.”고), 두 선수가 예전의 명성을 떨칠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안듭니다. 이은경 선수보다는 신주영 선수의 경우 더욱더 그렇겠죠.
그래도 왠지 이들이 잘 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듭니다. (‘이성적으로’ 볼때 희망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이종미 선수와의 LMSL 패자4강에서 이은경 선수가 이기기를, (0%의 확률에 가깝겠지만)이번에는 기필코 챌린지 예선을 뚫고 ‘신주영’ 세글자가 TV화면에 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현실에 없을 ‘낭만’을 기다립니다.
인터랙티브 어쩌구 프로그램에서 이은경 선수는 “나는 학생이고(나이로 봐서 졸업반), 회사 다니고, 남친 있다.”고 했습니다. 그 역시 평범한 한 개인에 불과하지만,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스포츠를 비롯해 ‘스타’가 존재하는 시스템이 다 그렇듯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낭만’을 구현해 줄 대리인을 찾을 수 있는 그런 공간. e스포츠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스포츠 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중에서도 여성부는 아직 ‘낭만’이 있을 수 있는, 현실에서는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우리 ‘낮은 사람들’의 인생에 뭔가 위안을 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 게임 밖 현실에서는 낭만을 과도히 바라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쟁과 승리만을 외치는 사회에 낭만이란 없습니다. 낭만이 현실에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에 갇히게 합니다. 마약과 비슷한 것이죠.
20:80도 아닌, 5:95의 사회로 양극화된 이 세계 아래에서 우리는 모두 95의 ‘낮은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언젠가는 95%의 ‘낮은 사람들이’ 세계의 주인되는 세상이 올거라 믿고 살고 있습니다.
모두들 그런 희망을 버리지 맙시다. 희망은 현실 속에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