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5/03/11 23:01:31 |
Name |
Timeless |
Subject |
[소설]본격 로맨스 '미 소 천 사' #1 |
'미소천사'는
항상 밝은 미소의 한 여인과 항상 어두운 표정의 한 여인과
그리고 한 평범한 회사원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상냥하고, 밝고, 예쁜 여성과
불신감에 가득 차 있고, 어둡고, 평범한 여성
그 둘 사이에서 남자가 갈등하게 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움.. 보호본능.. 편안함.. 운명?
그것에 대한 내가 내린 답은 소설 안에 있다.
본격 로맨스 소설,
미 소 천 사
**************************************************************************************
- 제 1화 -
“때르르르릉”
햇살이 블라인드의 좁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기어이 방을 밝히고 만다. 7시 30분.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하고, 내일도 마찬가지일 나의 기상 시간이다. 주인이 일어나는 것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듯 계속 울려대는 자명종을 살짝 짜증이 섞인 내 손이 꺼버린다. 눈도 다 뜨지 않은 채로 화장실에 들어가 칫솔에 치약을 발라 입에 물고 잠시 서있는다.
‘오늘은 뭘 할까?’
를 생각해 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27살, 나의 나이는 나를 자동 세탁기와 같은 자동 회사원으로 만들어주었다. 아침 자명종 벨소리가 스타트 버튼이 되어 나의 하루를 셋팅 된 것처럼 보내게 해준다. 분명히 대학생일 때는 이렇지 않았었던 것 같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곧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을 하냐는 듯, 입에 물었던 치약이 입 안 곳곳을 톡톡 쏘아 댔다. 샤워를 하고, 정장 차림으로 집을 나서다 다시 돌아왔다. 다시 나갈 때 내 입에는 옥수수향이 나는 식빵이 물려져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의 지하철이 좋을까? 저녁 퇴근 시간의 지하철이 좋을까? 리프레쉬 된 나에게 출근 러시아워 지하철 정도야.. 보람있는 하루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퇴근 러시아워 지하철 정도야.. 할 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땀을 삐질 삐질 흘리는 내 모습이 창문에 비추어져 보인다.
“다음 역은 영등포, 영등포역 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나는 아직 내리지 않기 때문에 한 켠에 잘 비껴서 있는데, 내 뒤에서 들리는 다급한 한 여자의 목소리.
“아! 저 내려요, 비켜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여자는 나를 밀고 나간다.
“위이이잉”
지하철은 출발했다. 내 눈에 분명히 빠르게 지나쳐야 할 풍경 대신 지하철이 내 눈에 빠르
게 지나쳐 갔다. 지하철이 가리고 있던 반대쪽 역명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아.. 영등포역..
나는 영등포역에서 내린 것? 아니 내려진 것이다. 내 옆에는 자신이 내릴 역을 지나치지 않았음을 매우 만족해 하는 깔끔한 차림의 여자가 기지개를 펴며 서있었다.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 그리고 그 기분 좋음을 나와도 나누고 싶은 것인지 말을 걸어왔다.
“좋은 아침이요.”
나는 좋은 아침일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그런 나를 머릴 갸우뚱하며 쳐다 보았다. 자신의 역을 놓치지 않고 나이스 타이밍으로 내린 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 이 사람은 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지 궁금했을까?
“출근 길이세요?”
나는 출근 길임을 알려주기 위해서 넥타이를 한 번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가 집을 나설 때부터 느꼈던 '넥타이가 별로인 것 같은데' 란 생각을 진실로 만들려는 것인지 내 넥타이를 한 번 보다니 말했다.
“아침에 서두르셨나 봐요. 어디로 가세요?”
난 그녀의 말이 끝나자 마자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나는 지금 맨 넥타이보다도 형편 없는 놈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바로 대답했다. '저어기 시청역'이라고.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확 들어왔다. 아마 그녀가 눈을 크게 떠서 일 것이다. 깔끔하고 윤기 있는 단발머리에 하얀 얼굴, 커다란 눈, 적당히 높은 코, 그리고 세련 된 컬러의 입술이 내 눈에 들어올 때 쯤, 그 입술이 열렸다.
“그럼 왜 여기서 내리셨어요? 여기 영등포역인데요”
아 그러니까 나는 아까 당신이 “좋은 아침” 하기 전에 나의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자의 입장을 말하고 싶었다니까... 난 그저 한마디 했다. '힘 좋으시네요.'
마지막에 내 눈에 들어와 아직도 내 눈에 머무르고 있는 그녀의 입술이 스윽 미소를 지었
다. 그러더니 내 등을 철썩 때리며 그녀가 말했다.
“아 미안해요. 호호호. 어라? 잘못하면 지각하겠다. 먼저 가볼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정말 지각인가? 일주일 굶은 하이에나 같은 놈한테 쫓기는 듯 엄청나게 급하게 몇 마디 재빨리 내뱉고 그녀는 금새 뒤돌아 달려갔다. 순간 자동 세탁기가 된 듯 내 입에서 한마디가 뱉어졌다. 에러.. 다.
오늘도 역시 스타트 버튼이 눌리고 잘 돌아가고 있었는데 저 여자 때문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각한 것에 용서를 구하는 연습 중인 내 머리 한 켠에 그 여자 때문이란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지하철이 갑자기 고장나서' 라고 아까 그녀가 일주일이었으면 나는 한 달은 굶은 하이에나에 쫓기는 듯 문을 엶과 동시에 말을 쏟아냈다.
“이정후씨, 과장님 일찍 회의 들어가셨어. 간신히 세이프!”
회사 1년 선배 너무도 멋진 김성훈 차장님의 구원의 목소리였다. 내 자리에 앉아 뛰어 오느라 어긋나있는 넥타이를 바로 잡았다. "아침에 서두르셨나 봐요." 하는 그녀의 말이 생각나 내가 오늘 서둘렀나? 싶었지만 아니었기 때문에 역시 내 패션 감각이 이 정도구나 낙담하려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집에서 나올 때 넥타이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그녀 생각이 났다. 지금 차분하게 생각해보니까 그녀는 예쁘고, 활동적인 여성이었던 것 같았고.. 꽤나 내 타입이었다. 아아.. 너무나 안타까웠고, 후회가 되었다. 말이나 걸어 볼 걸...
그녀의 미소를 떠올리며 머리를 쥐어 뜯다가 회의가 끝나고 들어오는 과장님의 눈초리에 책상에 서류를 흩뿌렸다.
- 제 1 화 끝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