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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3/08 18:25:13 |
Name |
김준용 |
Subject |
신정민 선수에 대하여 |
신정민 선수에 대하여
# 1
"제 2의 박성준은 못 생겼잖아요!"
# 2
한동안 재미있게 보던 kimera님의 소고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속으로 저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오던 중에 스타일이 정말 확연한 선수를 한명 보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KOR팀의 유일한 스타리거로 온게임넷에서 활약하면서, 정작 자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제 2의 박성준"이라는 별명으로, 또한 웰빙저그라는 별명으로 스타리그를 누볐던 신정민 선수입니다만 이 분석을 쓰는 시점에서 아쉽게도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석에 대하여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듀얼토너먼트에서 문득 신정민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비록 지기는 했지만, 신정민 선수의 특징점과 다른 저그와의 차이를,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신정민 선수는 플레이스타일에 대하여 다른 별명이 붙어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듀얼토너먼트에서 김준영선수와의 경기를 보면서 그의 아이디 Max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 3
박성준 선수의 특징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박성준 선수는 상대보다 약간이나마 빠른 타이밍에 자신에게 맞는 자원을 채취한 뒤에 그 자원을 최적화하여 상대가 막을 수 없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노려 필살의 공격을 한다"
Daydreamer님의 기질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박성준 선수 같은 스타일은 순간적인 전투에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보여 상대가 막을 수 없는 치명타를 가하거나 아니면 막았어도 막은 것이 아닌, 그런 공격을 가합니다. 물론 상대보다 자원적인 우위를 노리기 위해 게릴라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남자이야기에서 최수범선수나 최연성선수를 상대로 보여주었던, 테란의 입장에서는 돌아버릴 것 같은 뮤탈컨트롤이나, 섬맵이라는 맵의 특성을 이해하고 많은 자원을 확보해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고 했던 조형근 선수를 발해의 꿈에서 게릴라를 통해 무너뜨리기도 했습니다.
신정민 선수의 자원 확보는 이에 비해서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저그는 가난하고, 가스가 많이 필요하고, 해처리 역시 많이 필요합니다. 이런 종족의 특성을 따라 저그는 선게릴라를 하면서 동시다발적인 가스멀티를 이곳저곳에 확보하면서 그 해처리를 이용해 물량으로 제압하는 것을 정석으로 합니다. 자원의 "최적화"보다는 다수의 미네랄필드를 선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Max. 신정민 선수의 플레이를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할까요? 첫번째로 신정민 선수의 장점을 이야기 해보자면 "다수의 미네랄"보다는 "미네랄 채취의 효율을 Maximum"으로 끌어올리면서 많은 멀티를 하지 않더라도 그와 동일한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김준영 선수와의 경기에서 분명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이었음에도, 뮤탈 한타 싸움에서 진 모습이었던 신정민 선수의 드론이 첫번째 교전 직후에 비교를 해보면 분명히 신정민선수가 자원적인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물론 약간 더 적은 병력으로 좋은 싸움을 해준 김준영 선수도 칭찬해야겠지요.
미스테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분명 뮤탈리스크는, 비록 뭉쳐있었긴 하지만, 엇비슷한 숫자를 유지하면서 드론이 많았다는 것은 신정민 선수가 그만큼 드론을 생산하는 타이밍, 저글링과 뮤탈을 생산하는 타이밍은 정확하게 알고있었다는 것이지요.
졌던 경기를 계속 논하기는 좋지 않지만 프로리그 3라운드에서 있었던 김정민선수와의 경기 역시 논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교전에서 분명히 노멀티 본진플레이를 고수하던 신정민 선수는 드론의 양을 보충해 주면서, 가스멀티를 하지 않고도 러커 일정량을 확보해주면서 다수의 저글링을 이용하여 상대와의 교전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신정민선수는 위에서처럼 "자원확보 최적화"보다는 "자원활성 최적화"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다수의 멀티를 먹고도 드론이 부족해 지는 저그의 경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정민 선수는 하나의 멀티를 더 먹더라도 속이 빈 강정 같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알 찬 멀티가 되는 것입니다. 저그라는 종족 특성상 하나의 멀티가 활성화 되는 시점부터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병력이 모이게 되는데 한 타이밍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보전진을 위해 드론을 생산하는 배짱은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의 단점은 너무 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정민 선수를 두고 "드론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소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머큐리에서 박성준 선수와 경기에서 보시면 팽팽한 상태에서 좀더 부자스럽게 3해처리를 선택했다가 박성준 선수의 특기인 "송곳같은 타이밍러쉬"에 무너지고 맙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일반 저그보다 2배정도는 싸움에 월등한 박성준 선수를 상대로 허점을 보여주었으니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됩니다.
신정민 선수는 그가 어느 타이밍에 배를 째고 있는지 정확하게 간파 당할 경우 지게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약점인 "아킬레스건"이 정확하게 화살에 맞으면서 죽게됩니다. 신정민 선수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의 약점을 노리고 정확히 간파당한채 싸우게 되면 필연적으로 어려운 싸움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약점을 제외한 그의 모든 부분은 강력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저그라는 종족 특성상 테란이나 프로토스처럼 일꾼을 어마어마하게 늘리는 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일꾼을 뽑을 만큼 병력을 아껴야 하고, 이에 비해 저그라는 종족은 모이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죠. 적당한 선에서 공격모드로 변경하는 정도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신정민 선수의 스타일을 보자면 강도경 선수와도 흡사한 면모를 보입니다. 오래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노스텔지아에서 있었던 서지훈 선수와 강도경 선수의 경기에서 엄재경 해설위원이 강도경 선수의 부자가 되는 노련한 방법은 사실 배째는 타이밍에 있지만 배를 째고 있을 때 실제로 베르트랑 선수가 치명타를 날려서 많이 졌다고 말했습니다. 신정민 선수도 이 노련한 타이밍을 가지고 정확하게 치고 들어온 임요환 선수의 치즈러쉬에 한 번 무너진 적이 있지요. 하지만 적어도 이 타이밍을 넘기면 거의 무적이 되는 것 역시 강도경 선수와 많이 비슷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 역시 임요환 선수와 알케미스트에서의 경기에서 보여주었죠.
신정민선수에 대해서 한마디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상대를 이길 수 있을 만큼 강자가 된다."
저그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부자가 되느냐, 가난하게 찌르느냐."입니다. 이를 적당하게 잘 할 수 있는 선수가 운영의 대가인 박태민 선수이기도 하고 상대를 이길 타이밍까지 병력을 최적화 하는 박성준 선수이기도 합니다. 이 것이 선수들마다 너무나 틀린 해답을 가지고 있어서 명쾌한 대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폭풍저그 홍진호 선수에 반대되는 목동저그 조용호 선수도 강력하기 때문이죠.
상대평가. 신정민 선수는 상대가 어떻든 "상대를 이길 수 있을 만큼" 부자가 됩니다. 그리고 "상대를 이길 수 있을 만큼"의 병력을 확보합니다. 알케미스트에서 임요환 선수와의 경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분명 신정민 선수는 해설진과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분명 불리해 보였습니다. 게릴라를 당해 일꾼이 부족해지고 병력, 오버로드가 다 잡히는 상황에서 신정민 선수는 "임요환 선수를 이길 수 있을 만큼"의 운영을 이미 시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임요환 선수의 레이스를 이길 수 있을 만큼 히드라를 준비 했고, 바이오닉으로 전환한 임요환 선수를 보자 바로 바이오닉을 이길 수 있을 만큼의 히드라 럴커의 조합을 갖추게 됩니다. 상대가 멀티 하나 더 먹고 부자가 되더라도 이미 신정민 선수는 3 - 4 멀티를 더 빠르게 가져가면서 임요환 선수보다 더 부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이에 임요환 선수 역시 멀티를 많이 가져가고자 했을 때는 이미 신정민 선수가 약간의 게릴라를 동반해 이길 수 있는 "인프라", 즉 울트라 + 히드라 + 저글링 조합을 갖추게 된 때였습니다.
이렇게 하자면 신정민 선수에게 하나 더 빈틈이 생기게 됩니다. 바로 김정민 선수와의 경기에서 보셨듯이 "내가 이길 만큼 유리해!"라고 생각하는 자만심입니다. 김정민 선수와 경기에서 분명히 신정민 선수는 김정민 선수가 미네랄 멀티를 먹든 말든 "내가 이길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몰아치는 공격형태로 전환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인프라"는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고 결국 자신이 구축한 인프라가 7시 멀티, 즉 기반부터 무너져 내리면서 gg를 치게 됩니다.
# 4
무술을 보면 상대가 힘이 빠질 때 까지 주도권을 의도적으로 넘겨 준 뒤 상대가 기력을 소진 했을 때 전력을 다해 공격하는 고수들이 있습니다. 신정민 선수는 자신이 멀티를 하나 덜 먹던, 아니면 빠른 멀티를 안정적으로 지켜내건,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틈을 만들어 준 뒤 그 틈을 자신이 초반에 저축한 힘으로 메꿔 버리면서 순식간에 자신의 페이스로 가져오고는 합니다. 이것이 과연 확실한 승리의 방법일 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요. 분명 신정민 선수라면 체격에 어울리는 듬직함으로 자신의 단점을 메꾸는 데 더더욱 정진할 거라 확신합니다.
P.s 아직은 미숙한 솜씨인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번 써 본 기회였지만 많은 의견 올려주시고 고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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