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회' 작가후기 -
독자분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벌써 연재를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막상 8회를 써놓고 나니.. 스토리가 너무 작위적인듯 하여 머리를 쥐어뜯으며 곳곳에 물흐르듯(?) 수정을 가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게 많은 작품이지만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테란이 등장합니다. 테란측 역사기록은 프롤로그에도 밝혔드시 플토의 영원한 친구 짐 레이너의 기록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드시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시점(회고록형식)이고 현재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있는 어린 주인공 폴트(Folt)는 외부상황을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미래(?)의 폴트가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가지 사료들로 외부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니 혹시 혼동하시는 일이 없기를...
** 등록하려는데 Nim-A가 등록부적절한 단어라 하여.. 찾아봤는데... "~~~Nim. 아직도~~~" 에서 걸리네요-_; 약간 당황스럽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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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아이어(West Aiur) 지도 -
(확대해서 보세요~)
- 7회까지의 줄거리 -
모든 상황이 종료된 시점. 프로토스는 더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암울한 현실속에서 분통을 터트리던 폴트. 짐 레이너의 이런저런 조언과 여러가지 생각 끝에 "프로토스의 역사서"를 서술하기로 마음먹는다.
평화롭기만 하던 서부 아이어 리치마을. 어린 질럿 폴트는 다른 예비전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토스라면 거의 꾸지 않는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때문에 이런저런 심란한 일들을 한꺼번에 겪는다.
한편, 의회엔 "미지의 생명체"가 프로토스가 관할하는 외곽지역 코프룰루섹터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고, 이에 따라 테사다는 코프룰루섹터로 원정을 떠나게 된다.
테사다는 금지된 다크템플러와의 몰래 연락을 시도하며 테란이라 불리는 종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 이번회의 간략한 인물소개 -
** 프로토스
폴트(Folt) - 주인공. 어린질럿. 날라의 언행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게되지만 리치의 말을 듣고 평정심을 찾는다.
리치(Reach) - 신(新)아이어 4대천왕중 한사람. 카다린 크리스탈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리치(Reach)마을을 지키는 전사. 평소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전사이다.
날라(Nal_rA) - 카스이후 아이어 최고의 예지자라는 평가를 받는 아이어의 신(新) 4대천왕중 한사람. 알 수 없는 말을 하여 듣는 프로토스들을 혼란시킨다. 테사다와는 매우 절친한 사이. 의회에서 발언권이 쎈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저그
- 아직 알려진 바 없음 -
** 태란
짐 레이너(Jim Raynor) - 마 사라의 보안관중 하나.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테란 동맹의 앵무새같은 행동에 반감을 품고 있다.
- 이번 회의 간략한 세력소개 -
** 테란
테란 동맹 - 코프룰루 섹터 대부분을 지배하는 테란의 세력.
코랄의 아들 - 무언가의 일로 인해 테란 동맹에 저항하는 게릴라부대.
우모잔 보호령 - 자세한 정보가 없다. 코랄의 아들과 협정을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며, 프로토스하고도 협정을 맺으려한다. (테사다 전기 참조)
8회 - 우주 저편에서 찾아온 적들 (5)
14. 날라(Nal_rA)와의 이야기, 그 결말.
“날라,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오래 전에 제게 한 말 있죠?”
내 속마음이 훤히 읽히고 있다는 것이 약간 불쾌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워 급하게 주제를 환기시켰다. 하지만 날라는 방긋 웃을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제게 이런 말 한적 있잖아요. ‘어린 질럿이여. 꿈을 꾸는 날, 절망하지 마라. 아이어는 꿈속의 꿈일 뿐이라네.’ 라고······.”
그러자 날라는 고개를 약간 기우뚱하더니,
“어라, 내가 너에게 그런 말을 했었던가?”
아니, 웬 뚱딴지같은 답변. 내가 그토록 날라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저 한마디 때문이었는데······.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날라는 무언가 회상중이였고 나는 말문이 막혀 멍하게 가만히 있었다. 한동안 날라는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아하, 생각났다. 내가 오래전에 리치마을에 왔을 때 어떤 어린질럿에게 그와 비스무리한 말을 한 적이 있군. 그게 너였군?”
“네, 그게 저였어요. 그것 때문에 저를 보자고 한 것 아니었어요?”
내 머릿속은 갈수록 미궁 속을 해매고 있었다. 도대체 날라, 저 자의 머릿속에선 무엇을 생각하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나는 날라가 내가 꾼 꿈을 알고 그것에 대해 무언가 언급해줄 것 같은 기대심리로 가득 차 있었건만, 날라는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내 모든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도중, 갑자기 무언가가 확 솟구쳐 올라 문뜩 스치는 게 있었으니 ‘의혹’이었다.
뜬금없이 나를 보자고 하더니 엄청난 이야기들을 망설임 없이 나에게 모두 말해준 것. 그리고 그가 갑자기 부르던 시가(詩歌).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나를 훤히 들어다보고 있기에 해주는 것인 줄 알았다. 그리고 오래전에 내게 슬며시 말해준 그 말이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강하게 심어주었었는데·······.
내 마음속을 훤히 읽는듯하더니 ‘어린 질럿이여. 꿈을 꾸는 날, 절망하지 마라. 아이어는 꿈속의 꿈일 뿐이라네.’라고 내게 해준 말은 정작 잊어버린 날라. 그의 알 수 없는 태도에 그야말로 내 머릿속은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의 가지를 한도 끝도 없이 펼치는 나에게 날라는 방긋 웃으며 다가왔다. 내 어깨위에 손을 얹더니,
“폴트(Folt), 너는 먼 훗날 아이어의 커다란 등불이 될 지도 몰라.”
또다시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날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다른 프로토스들의 날라의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가 정말로 내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막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무슨 그런 그릇이 되겠어요? 저는 그저 평범한 예비전사에요.”
“리치에게 너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겨버렸지. 폴트, 아쉽게도 너는 꿈을 꾼 순간부터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결코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해·······”
이번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나는 훌륭한 전사가 되기엔 재능이 부족했다. 그저 프로토스 과거 전사들의 용기를 본받아 열심히 아이어를 위해 살아가면서 평범한 일상을 항상 바래왔었는데······. 날라는 그런 소박한 소망을 지닌 나에게 꿈을 꾼 순간부터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을 했다. 마른하늘에 천둥번개가 울리듯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에게 날라는 계속 말을 이어서 했다.
“나는 믿는다. 네가 커다란 등불이 될지도 모른다고······. 그 추측의 작은 조각을 믿기에 나는 너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했다. 지금 모든 것을 억지로 이해하지 마. 너는 아직 어리니까······. 먼 훗날 오늘 내가 한 이야기들을 차차 알게 되겠지.”
날라는 나에게 또 다른 한마디를 남기더니 곧바로 명상에 잠겨버렸다.
“어린 질럿이여, 그대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지 말기를.”
15. 다시 일상생활로······.
날라가 명상에 잠기자 나와 날라 간에 오간 이야기들을 잠자코 듣던 리치가 나에게 밖에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한 나는 바람을 쐬고 싶었기에 그 리치의 눈짓에 쾌히 승낙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리치와 나는 집을 나와 조금 걸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조금 더 걸으니 내 집 주변에 있는 ㅡ 리치마을의 동쪽을 감싸고 있는 호수가 나타났다.
하늘엔 구름 몇 조각이 둥실둥실, 바람에 밀려 흘러 다녔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라면 호수는 투명하게 하늘을 담아내고 있었을 텐데, 바람이 살짝 불어 수면 위가 찰랑거렸다. 꼭 어지럽기만 한 내 마음을 비춰내는 듯 했다.
잠시 수면 위를 바라보다가 도저히 내 힘만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기에 리치에게 슬며시 물어보았다.
“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날라를 만나지 말걸 그랬어요. 머릿속만 복잡해서 혼란스러워요.”
정말 그랬다. 레인보우부터 날라까지, 그저 꿈 두 편을 꿨을 뿐인데 그 꿈 때문에 너무 엄청난 이야기들이 오갔다.
‘프로토스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꿈을 꾸면 그건 예지몽이다. 프로토스의 예지능력은 꿈으로부터 나온다.’ 라는 건 수업을 받아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꿈을 꾸었다는 건 주목받을 일이긴 했다.
나는 꿈을 꾸었다. 그것도 엄청난 꿈이었다. 아무도 없는, 황폐한 아이어의 전경과 무언가 섬뜩한 저주의 목소리. 그 꿈 때문에 레인보우는 나에게 외출을 하지 말라 당부하였고, 날라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행들만 잔뜩 보여주었다.
불안했다. 억지스럽기도 했다. 단지 꿈을 꾼 것뿐인데 주위의 반응, 특히 명성이 자자한 전사들의 반응이 내게는 너무 억지스러웠다. 그리고 너무나도 큰 심리적 부담감으로 내 마음을 짓눌렀다.
리치는 곧바로 나에게 답변을 해주지 아니하였다. 그 역시 생각 할 것이 많았나보다. 날라의 언행은 기성 전사들조차도 혼란스럽다고 한다. 리치도 날라의 언행에 생각을 많이 하는 듯 했다.
약간 큰 바람이 한번 휘몰아치고 간 뒤에 리치는 입을 열었다.
“날라의 언행은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지. 하물며 너는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폴트(Folt), 너는 나조차도 꾸어보지 못한 꿈을 두 편이나 꾸었다. 그 하나만으로도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구나. 꿈을 꾸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 지 막막할 뿐이다.”
“너는 꿈을 꾸었기에 날라의 말대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 것 같구나. 지금 네가 겪는 모든 일과 고민, 심리적 부담은 그 평범하지 않은 삶의 시작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폴트, 더 이상 그것 때문에 고민하지 마. 네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네가 꾼 꿈은 날라도 똑같이 꾸었다고 내게 말했었어. 이제부터는 너의 모든 심적 부담감을 날라에게 맡기도록 해.”
“그리고 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야.”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한마디에서 그의 쾌활한 힘이 느껴졌다. 그 쾌활한 힘은 내 마음속을 파고들며 모든 고민을 한순간에 씻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선 무거운 부담감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요 근래 며칠사이의 일들을 잊을 수 있을까요? 며칠사이에 겪은 일들······.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아요. 휴······.”
“시간이 차차 해결해 주겠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시간이 지나면 과연 잊을 수 있을까? 마음 한구석엔 의혹이 남아 있었으나, 더 이상 혼자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 했다. 혼자 궁상맞게 생각을 한다 하여도 그 해답은 나오지 않았었다.
결국 나는 리치 말대로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것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헌데 그 준비도중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무작정 레인보우의 말만 듣고 오늘 수련장을 결석해 버린 일이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데 방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기······. 저 오늘 무단결석한 건 어떻게 해야 하죠?”
무단결석 때문에 행여나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데 지장이 될 것 같아서 리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리치는 걱정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걱정마라. 레인보우도 네 이야기 듣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곧바로 수련장에 찾아가 소린(Sorin)에게 자초지종을 전부 말했다고 하더군. 그 일에 대해서는 소린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 그리고 내가······.”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리치는 갑자기 얼버무리며 말을 갑자기 끊었다.
“네? 그리고 무엇을?”
리치는 나의 캐묻는 질문에 잠시 당황했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일부터 수련장에 가면 그 누구도 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프로토스는 아마 없을 거야.”
그는 그렇게 서둘러 말을 마치더니,
“이만 집에 들어가 봐. 나는 달리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럼 난 먼저 간다.”
리치는 황급히 뒤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간 있었던 심리적 부담감을 마음속에서 한꺼번에 덜어내려 하니, 갑자기 온몸에 심리적 피로가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저 편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저 편 어렴풋이 보이는 그 소리의 주인공을 살펴보니 리치였다. 리치가 저 멀리서 나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다음에 다시 볼 땐 예전처럼 활기찬 모습으로 이것저것 질문하여 나를 당황시켰으면 좋겠다.”
다소 무뚝뚝하다고 느껴졌던 그에게서 나는 진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 구석구석까지 챙겨주는 그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침이다. 푹 자고나니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 오래전 일처럼 기억 속에서 묻혀 있었다. 아직도 가슴 한편엔 나를 무겁게 누르는 압박감은 느꼈지만, 어제보다 기분이 무척 가벼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 가볼까?
16.
한편, 테란(Terran)은······.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1st - 일상」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눈을 떴다. 아침이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보내고 싶다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따끈한 모닝커피 한잔에 크로와상 한 조각으로 시작하는 평안한 하루를 만끽하고 싶다는 자그마한 소망이 있다. 하지만 나의 아침일과는 나의 소박한 소망과는 달리, 동맹으로부터의 온 메시지와 함께한다. 그놈의 ‘코랄의 아들’ 때문에······!!
어제는 ‘코랄의 아들’이 우모잔 보호령과 협정을 맺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왔었다. ‘코랄의 아들’이 우모잔 보호령과 비밀협정을 맺었다는 소문이 어제오늘의 소문이 아니다. 몇 년 전에도 우모잔 보호령과 멩크스간의 모종의 협정이 맺어졌다는 첩보 때문에 애꿎은 행성 코랄만 핵폭격을 맞아 불모지가 되지 않았었던가.
매일 아침마다 날아오는 메시지들의 원래 목표는 임무가 없어서 매일매일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각 지역의 장교들을 들들볶기 위한 동맹의 짓거리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매일매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메시지들을 받았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불쾌한 나는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애꿎은 마린(Marine)들에게 화풀이를 했다.
태양이 중천에 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태양이 하늘 정 가운데에서 빛나는 이유, 우리의 점심식사를 축하해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역시 점심때가 되면 1분이 멀다하고 수신되는 동맹의 메시지들. 그 메시지 수신음을 듣고 있자니 먹던 밥이 올라온다.
점심메뉴가 무엇이 나왔는지,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른 채 동맹의 메시지들을 파악해보면 또 별게 아닌 내용이다. 멩크스가 어디에 있는 것 같으니 각별히 주의하라는 정도. 처음엔 정말로 주의를 해보았으나 몇 년간 아무 일도 없었다. 꼭 동맹은 멩크스의 스토커 같기도 하다.
점심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고 더부룩한 불쾌함. 또 나는 애꿎은 마린들을 달달볶는 것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버린다. 처음엔 마린들이 나의 갈구기에 참 많이 힘들어했으나 이제는 적응들이 되어 보통 갈구는 것으로는 스트레스가 풀리질 않는다. 게다가 마린들하고 정도 많이 들어서 더 이상 심한 갈구기를 하면 내 마음이 아프다. 잔소리 좀 하다가 마음에 드는 마린들을 불러서 카드에 그려진 동양화공부를 하곤 한다.
“에이, 보안관Nim. 아직도 이런 구닥다리 놀이를 하세요? 동양화 그려진 카드는 이제 박물관에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요.”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점당 10제니(Jenie)다. 고도리 있고, 비도리, 육도리 모두 있는 거다.”
“쳇, 하는 수 없군요. 3점내기죠? 대신 쓰리고하면 세배에요!”
맨 마지막 차례다. 나는 쓰리고를 부른 상태이고, 사광이다. 광 하나만 더 먹으면 오광이다. 내 손에 들고 있는 게 덩그러니 언덕만 달랑 있는 피. 이것을 내고 뒤집을 때 보름달이 뜨면 애꿎은 마린들은 광박을 면치 못한다.
“내가 팔광만 먹으면 너희들 광박이다! 붙어라! 붙어라! 얏!”
“히히히······. 보름달은 안 나오고 언덕위에 새 세 마리가 놀고 있는 게 붙었네요!”
“아, 아깝다!”
“점수 못나셨네요? 히히히. 이번에 제가 피 하나만 더 붙으면 3점입니다! 어디 보안관님에게 고박을 씌워볼까······.”
오늘은 욕심을 너무 부리다 500제니(Jenie)를 잃었다. 500제니면 행성 모리아의 좋은 술들을 맘껏 마실 수 있는 액수인데······.
이렇게 기분을 풀고 나면 저녁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때에는 동맹이 착하게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나면 이제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여러 가지 일처리를 한다. 내 직책이 마 사라(Mar Sarah)의 보안관인 만큼 시민들로부터의 민원서류들을 처리해야한다. 하지만 양이 별로 안 되기에 잠깐 동안만 시간을 투자하면 모든 업무가 종료된다. 모든 업무를 마치면 오후 8시경. 이제 느긋해진 나는 소파에 어깨를 대고 기대어 느긋하게 담배를 하나 물고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대게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지만,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시내로 나간다. 어두컴컴한 밤길을 별빛과 자동차 라이트에 의지하여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시내에 도착하면 내 단골 술집에 들러 질 좋은 행성 모리아의 술을 마시곤 한다.
마 사라(Mar Sarah)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 보면 자정을 넘기는 건 눈 깜짝할 사이다. 그때 쯤 되면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 동맹은 가끔씩, 아주 가끔씩 새벽에 메시지를 보내는 장난 같은 짓을 잘 하기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틀비틀 걸어가서 자동차를 타고 기지로 돌아오면 오전 12시 30분경. 술기운이 확 오르면서 침대에 엎어지면 그대로 잠이 든다.
아침이다. 눈을 떴다. 어제 술을 마셨다면 남아있는 술기운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얼큰한 한국음식을 입에 댈 때쯤이면 또다시 동맹으로부터 긴급메시지가 수신된다. 오늘 하루역시 동맹이 어떤 메시지로 장난을 칠지 기대, 혹은 긴장하면서······. 어제의 술기운이 섞인, 꽤나 불쾌할 것 같은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