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앞으로 바빠지게 될 것 같아 부지런히 게임리그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오늘 5시 30분부터 4강 두 번째 경기이자,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WEG 워크래프트 경기가 있었습니다. 장재호 선수와 조우천 선수의 경기였죠. 뭐, 결과는 모두 아시다시피 3대0의 철저한 원사이드 경기로 끝났습니다. 첫 경기에서 두 번째 영웅으로 뽑은 나가가 연속으로 죽어서 불안했었는데, 알고 보니 키메라를 뽑고 있었더군요. 두 번째 경기에서는 대놓고 워 러시를 보여주더니, 세 번째 경기는 철저한 힘 싸움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듯 이기더군요. 정말 그에게는 영웅의 레벨이나 유닛의 수와 같은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보입니다. 어쩌면 그 대단한 황태민 선수마저 WEG 결승에서 3대0 패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정말 오늘 경기는 그런 생각을 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네요.
하지만 장재호 선수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더군요.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많은 분들이 구경을 하러 오셨고, 장재호 선수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열심히 환호를 했지만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3대0으로 승리한 뒤에도 말이지요. 인터뷰에서도 나왔지만 참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속에서도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준 장재호 선수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어쩌면 이번 일로 가장 괴로운 것은 선수들일 텐데 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군요. 그런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많은 워크 팬들이 현장을 찾고 응원을 했으면 합니다. 이번 사건이 비온 뒤에 더 땅이 굳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세계인들에게 한국 워크게이머들의 멋진 모습을 마음껏 보여주길 바랍니다.
아, 저 오늘 횡재했습니다. 워크 경기가 모두 끝나면 WEG 로고가 박힌 마우스패드를 추첨해서 나눠주는데, 오늘 그 추첨에 걸렸네요. 보통 열 개 정도를 나누어 주는데, 멋진 치어플을 만들어준 분들 두 분을 드리고, 나머지 여덟 개 정도의 패드를 추첨으로 뽑지요. 워낙 그런 운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서너 번 가는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오늘도 포기하고 아는 분과 잡담이나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제 이름이 불리더군요.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것이라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래도 더 가지고 싶었던 것은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패드였습니다. 8강전에서 황태민 선수와 장재호 선수의 얼굴이 새겨진 패드를 추첨하기에 꼭 가지고 싶었는데, 운이 따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관계자 분에게 따로 살 수 있냐고 여쭤보니 특별히 주문제작 한 것이라서 일반 판매용으로는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물량이 모자라서 관계자 분들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하니 오늘 받은 이 패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로서 한국 일정이 모두 끝났군요. 수고했다고 스탭분들의 등을 두들겨주고 가시던 정일훈 캐스터의 뒷모습이 생각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장재호 선수의 사인입니다.)
(안을 열어보니 유리 패드더군요. 밑봉 등, 이것저것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제 책상에 놓고 쓰려다가 너무 아까워서 다시 봉인했습니다. 훗날 WEG 역사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을 것 같네요.)
경기가 끝나자마자 세중으로 달렸습니다. 엠비씨게임 여성부 리그가 있었거든요. 오늘은 첫 날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들의 패자조 경기였습니다. 베리 이은경 선수와 코리아 팀의 최안나 선수가, 그리고 베티 한미경 선수와 신예 고등학생 노성은 선수의 경기가 있었네요. 이번에도 멋진 선수들의 사진들이 주위를 채웠더군요. 보기 좋았습니다. 몇 년이나 게임을 쉬었다지만 한창 날리던 당시 프로토스 게이머로서 리그 4강 이상을 쉽게 해내곤 했던 이은경 선수인지라 결국 승리를 하더군요. 그리고 한미경 선수 역시 노련미로 이기네요. 개인적으로 신예 선수들의 선전도 반가웠지만, 구관의 승리가 더욱 반가웠습니다. 다음 여성부 리그가 다시 열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1년에 두 번 정도라도 꾸준히 열려서 실력 있는 여성 게이머들이 게임리그에 많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한미경 선수와 노성은 선수에게 사인을 받았습니다. 이제 여성 선수들의 사인도 꽤 많아졌네요.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반가움 반, 수줍음 반으로 어설프게 써내려가는 모습이 예전 메가웹 초기 시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남자 선수들은 사인이 없는 이들도 상당수였고, 사인하는 방법도 잘 몰라 헤매는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뭐든지 초심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커져버린 스타리그 판에서 점차 그런 순수함은 많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오늘 간 여성부 리그에서 그런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지요.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김동준 해설위원이 열심히 해설하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제는 배테랑이니 프로의 자세로 임했겠죠. 하지만 실제로 보는 얼굴은 그리 많이 밝지만은 않더군요. 햄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세중에서 찍은 사진들과 선수들에게 받은 사인을 마지막으로 올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ps : WEG 예선 때 있었던 일입니다. 명색이 WEG의 출전자를 가리는 예선인데, 그리고 와달라는 공고도 이곳저곳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나 적게 왔었지요. 잠깐의 사인회가 있었는데, 그것 역시 사인을 받는 분들이 참 적었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했던 장재호 선수는 피씨방 히터에 손을 녹이려고 열심히 시도했지만 야속하게도 히터에서는 찬바람이 나왔죠. 얼른 캔커피 하나를 사서 손을 녹이라고 줬는데, 그걸 그렇게 고마워하더군요. 오히려 그런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타리그에서는 많은 팀들이 차를 통해 같이 이동하고, 감독님들이 선수들에게 핫팩을 건네주며 손을 녹이게 하지만 워크리그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감독도 없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합니다. 물론 스타 게이머들도 초기에는 그런 편이었지만요. 그런 속에서도 열정 하나로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왔고 좋은 경기 보여준 워크 게이머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워크 게이머들 파이팅!
ps2 : 베리 선수 파이팅!!!
(역전승으로 승리한 뒤,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하고 있는 베리 이은경 선수)
(각 선수들의 사진입니다. 사진 중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천이 휘어져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터프한 베티 한미경 선수의 사인입니다.)
(예전에 받았던 전상욱 선수의 사인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이 글과 사진의 무단 퍼감을 금합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