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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26 02:08:54
Name DeaDBirD
Subject 올킬까지 남은 한 명.

몇 시간 전에 OSL 최종 결승자가 정해졌고, 또 이제 몇 시간 후면 연달아 두 개의 팀리그 중요한 포스트시즌이 열리게 됩니다. 그럼에도 뜬금 없이 올킬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오늘 오후 4시부터 또 다른 승부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비슷한 점도 있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얘기입니다.

스타크래프트에 세 종족이 있는 것처럼 이번 바둑 대회에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강자들이 각각 5명씩 참여합니다. 한국과 중국은 자체 선발전을 거쳤고, 일본은 나름의 규칙에 따라 선발하였습니다. 이 대회 방식은 MBC 팀리그와 유사합니다. 한 명이 나와서 이기면 질 때까지 다음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초반 대전에서 패배하였어도 마지막 한 명에 의한 극적인 '올킬'이 가능합니다.

스타크래프트에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은 머씨 형제들이 있다면, 한국 바둑에는 딱 한 명 돌부처 이창호 사범(스타계에서 선수라 부르는 것처럼 바둑계에서는 사범이라는 공손한 호칭이 있습니다)이 있었습니다. 국내와 세계 기전을 막론하고 이창호라는 이름만으로 좌절과 공한증을 불러일으켜 오며 세계 기전 22회 연속 한국 우승이라는 대업을 앞장 서서 이끌어 왔습니다. 오죽하면 중국에서는 발로 하는 축구와 손으로 하는 바둑을 보며 "한국을 도저히 넘을 수 없다"며 장탄식을 내뱉고 있다고 합니다.(중국에서의 바둑 인기는 장난이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최근 절대 강자들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 패배를 곧잘 하는 것처럼 10년 넘게 철옹성이었던 이창호 사범 역시 2005년 들어 연전 연패 1승 5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보이면서, 이번 주 화요일 중국 상하이로 홀홀단신 건너 갑니다. 수요일부터 예정된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해 2차 리그 마지막 판에서 이창호 사범이 1승을 거두기 전까지, 이번 대회 결과는 중국 3승, 일본 3승, 한국 1승으로 중국은 5명 중 2명만이 탈락, 일본은 5명 중 3명 탈락, 한국은 5명 중 4명이 탈락하여 마지막까지 몰리게 되었습니다. 한 명의 중국 기사를 물리치고 맞은 이번 3차 리그에서 중국 기사 2명과 일본 기사 2명이 남은 상태에서 이창호 사범이 배수의 진을 치고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이창호 사범의 부진을 보면서 한국 내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는 힘든 것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각 판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이번 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결국 이창호 사범은 3연승을 거두고 일본 주장까지 패퇴시키는 쾌거를 달성합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마지막 중국 주장인 왕시 5단과 맞서게 됩니다.

스타크래프트나 바둑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비록 팀전이라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대국자만의 시간뿐이라는 것입니다. 야구나 농구 등은 함께 움직이는 동료들이 전장에 함께 하지만, 이 두 게임은 전적으로 참여하는 한두 명(스타에 팀플이 있듯이 바둑에도 연기바둑이 있습니다)에 일임될 뿐입니다. 스타가 한 게임에 20-60분 정도 걸린다면, 바둑은 보통 4시간 넘게 한 자리에서 바둑판만을 응시하고 있었야 합니다. 그 피로도는 말도 못하지요.

이틀 연달아 대국을 하는 것도 바둑계에서는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팀전이기 때문에 4일 연속 대국을 가져야 하는 이창호 사범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더구나 상대는 계속 바뀌어 가니까요. 상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은 바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반에 강한 상대가 있는가 하면 후반에 강한 상대고 있고, 수읽기와 전투에 강한 상대가 있는가 하면 끈끈한 집짓기에 강한 상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우리 스타크래프트의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이창호 사범 역시 '프로' 바둑기사입니다. 최선을 다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이번 주 내내 승리한 것만으로도 이미 한국 바둑계는 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겁니다. 혹여 내일 불의의 패배를 당한다 하더라도 따뜻하게 위로해 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내일의 중요한 두 프로리그 사이에 잠시 케이블 TV 채널을 돌려서, 그리고 혹시 아버님께서 이번만큼은 바둑 TV를 꼭 보셔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신다면 잠시 양보하셔서 오후 4시부터 바둑 TV로 생방송되는 이창호 대 왕시의 전투를 봐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꼭 민족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중국이나 일본 기사들이 아니라 한국의 기사들을 줄곧 보며 자라온 터라, 이창호 사범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그는 올해 31세의 젊은 청년일 따름입니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마음 속으로부터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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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lofmemories...;;
05/02/26 02:11
수정 아이콘
이창호사범파이팅~
∑엽기플토
05/02/26 02:11
수정 아이콘
저도 바둑에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
응원 해야겠네요 : )
souLflower
05/02/26 02:12
수정 아이콘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던 KTF 대 souL팀의 팀리그에서 강민선수가 가지고 있던 부담감만큼이나 힘들겠군요...저는 예전에 어릴때 이창호씨한테 싸인도 받았었는데...마음속으로 꼭 응원하겠습니다...강민선수도 해냈듯이 이창호사범도 해내리라 믿습니다...
05/02/26 02:13
수정 아이콘
저희 학교 선배님 ^^ 힘내세요
몽땅패하는랜
05/02/26 02:22
수정 아이콘
농심배의 전신이었던 진로배에서도 올킬신화가 이루어질 뻔 했었죠^^
4회때인가로 기억하는데 당시 부진하던 서봉수 사범이 2장으로 출전 중국/일본 기사들을 9명을 꺾어버리는 괴력을 발휘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승상금에 우승결정국상금, 연승상금까지 상금도 엄청났었구요.
이창호 사범. 꼭 승리하시라는 말보다는 좋은 기보를 남겨주세요(그게 그건가;;;;;;)
Timeless
05/02/26 02:59
수정 아이콘
이럴 때는 바둑을 둘 줄 모르고, 또 볼 줄 모르는 제가 미워집니다ㅠㅠ

어쨌든 이창호 사범님! 화이팅!!!
하늘계획
05/02/26 03:00
수정 아이콘
이창호사범, 역시 대단하군요...과실에서 일본 2명, 중국 2명 남았다는 신문 보면서 선배랑 '이번에는 쪼옴 힘들겠군.'이라고 말했던게 어제같은데요. -_-;;;(최철한 사범에게 이창호 사범이 진 것이 정말 충격적이라서요...이창호 시대가 아직 무너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성향상...조훈현 국수를 제일 좋아하는데...(닥치고 공격이랄까?-_-;;;)
90년대 초 조 국수가 타이틀을 하나씩 빼앗길때 정말 안타까워했죠.
그래서인지 약간 이창호 사범을 질투(?)하기도 했고요.^^;;

아무튼 내일 이창호 사범님께서 멋진 승부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긴다면 정말 기쁠 것 같군요.^^
김재용
05/02/26 04:0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서봉수9단이 바둑사상 유례가 없는 연승을 거두며 올킬한 그대회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아마 맞는듯..
근데 그건 솔직히 '기적'이었다고 친다면
이번에 이국수께서 올킬을 한다면 그건 '기적'이라고는 부를수없겠네요.
최근 분위기가 약간 안좋긴 하지만
그 동안의 성적을보면 올킬을 하지않는쪽이 더 이상하죠.
근데 일본기사는 전혀 걱정이 안돼지만 중국기사들은 쫌 불안불안합니
다.
아,근데 글을 대충읽다보니 중요한 사실을 못보고 넘어갔군요.
벌써 3연승이라..
으음..
냉정하게봐서,
분위기상 상대가 누구건 올킬이겠네요.
'기원'도 하지않습니다.
그냥 '확신'합니다.
이창호선수(요즘은 '선수'라는 호칭으로 바꿀려고 하는것 같더군요.)
화이팅~~~
김재용
05/02/26 04:09
수정 아이콘
아,그리고 이건 사족인데요,
이9단을 보면 마치 이윤열선수의 전성기때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윤열선수의 전성기때 그야말로 '무적', '천상천하유아독존'이었죠.
(그때문에 안티였습니다. 플토유저였던지라.. 플토를 퉁퉁포로 미는 모습은 정말 꼴보기-_-;;싫었죠,)
근데, 그 전성기를 이9단은 10년동안 이어오셨죠.
인간의 경지를 넘었다고 하지않을수 없습니다.
근데 이제는 다소 인간적으로 돌아오는것 같네요.
스타일변화탓도 있겠습니다.
마치 최연성선수가 임요환이나 나도현,조정현스타일로 변하는듯하다고나 할까요.
초중반에 승부를보는 플레이나 중반이후로 모든걸걸고 싸우는플레이나
난전을 두려워하지않는 플레이..
원래 그런걸 대단히 기피하셨는데,
그런쪽으로 약간씩 변하려고 하는것 같애요.
그변화가 끝나거나, 아니면 원래대로 돌아오거나하면
또 독주가 시작되겠죠..
DeaDBirD
05/02/26 04:18
수정 아이콘
김재용 님// 저도 역시 돌부처와 나다가 비슷해 보입니다. 때문에 '감히' 전신(戰神) 조훈현을 마구 헤집어 대는 이창호 사범을 미워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제는 돌아와 해설자의 위치에 선(입신최강전에도 스스로 불참하고 말입니다) 전신이 돌부처의 바둑을 해설하면서, 응원하는 그런 모습 속에서 아스라한 그 무언가를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추어인생
05/02/26 06:55
수정 아이콘
아아 정말 이창호 사범님은 어떤 불리한 상황이라도 믿음을 갖게 하죠.
반대로 중국이나 일본측은 늘 두려워하고요^^
이번에 5연승을 해야 한국이 우승하는 상황인데 벌써 4연승을 이뤄내셨고 연승상금 2000만원을 꿀꺽 하신 상태^^
중국의 신예 왕시 5단 어려운 상대긴 하지만
농심배 불패의 사나이 이창호 사범이라면 꼭 이기실 겁니다!!!

아 한가지 바로잡자면 올킬은 아니죠. 최철한 선수가 1킬 했으니까요.
뭐 상황은 올킬도 그다지 틀린말이 아니긴 하지만요.
장정호
05/02/26 10:19
수정 아이콘
이창호 구단 한국의 힘을 보여 주십시요
유신영
05/02/26 14:2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이창호 사범님~!!
Timeless
05/02/26 17:35
수정 아이콘
거의 이겼다는 분위기네요^^

5연승!!!

말이 필요 없네요~
낭만서생
05/02/26 17:50
수정 아이콘
엠겜 팀리그 대장불패 당시의 최연성 선수를 보는듯한 이창호 사범님 화이팅
아마추어인생
05/02/26 18:08
수정 아이콘
5연승 해버렸네요. 한국이 우승했습니다.
이창호 사범이 무슨 슬럼프예요. 그런거 절대 없죠^^
기대했던 중국 일본... 역시 이창호 벽은 너무 높았죠~~~!!!!
Timeless
05/02/26 18:35
수정 아이콘
중국사람들은 손발이 다 안된다고 한탄하겠네요. 손(바둑), 발(축구)의 공한증이랄까^^
ShadowChaser
05/02/26 20:20
수정 아이콘
최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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