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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2/24 20:12:33 |
Name |
canoppy |
Subject |
세상은 색깔이 있더라 By 총알이 모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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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본 만화는 언제나 선명했다. 표정이나 대사만 보고 들어도 누가 나쁜 놈인지 누
가 착한 놈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은 언제나 착하거나 정의의 편이었고 악의 화신만 제거하면 세상의 모든 악은 사라
져버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런 만화들은 유치하게만 느껴졌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
았고 누가 나쁜 놈이고 착한 놈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로 모든 것을 표현 할 수 있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
문이다.
흔히 세상을 둘로 갈라 생각하는 것을 흑백논리라고 한다. 흑백논리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예, 아니오 로만 대답할 수 있다고 했
을 때 만족스런 의사표현이 가능하겠는가?
그래도 이런 흑백논리는 참 매력적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 속의 세상처럼 악
당들만 없애면 세상엔 평화가 오고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단순화
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세상을 보라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는 않다. 그리고 악당이 아닌 사람들이 착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점점 유연해지는 것은 세상을 알아 가는 것이고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사람이란 어떠한 존재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현실을 알아간다는 것은 겪어야 할 문제들이 줄어드는 것
이 아닌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그 무게에 지치고 힘들기에 동반자가 필요하고 위로가 필
요한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무엇 무엇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지만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힘든 때가 너무 많
다.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고 매력적인 것은 세상은 흑백이 아닌 수많은 색이 조합된 컬러로 존
재하기 때문이다.
나도 나름의 색을 가지고 있고 다른 이들도 나름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체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 오후 시원한 소나기가 지난 간 뒤 맑은 하늘에 걸린 무지개가 한가지 색깔이
라면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PS. 일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있다가 그냥 써봤습니다. 신경이 쓰여서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은데... 그 스트레스의 정도만큼 월급을 받는 거라 생각하니 그냥 견딜만하네요. 아 말
이 짧은 건 양해를...^^
hyun5280 (2005-02-23 17:32:46)
로그인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한국사회가 다양성의 사회, 무지개 빛 사회였다면 좋겠습니다.
0 과 1만 생각하는 이진법적 사회보단 0 에서 9 까지 볼수 있는
10진법적 사회가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yun5280 (2005-02-23 17:36:03)
또 만화 얘기하셔서 생각나는 것인데..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만화가
있습니다. 바로 Death - Note 입니다.
선 과 악의 대결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모호한 개념의 만화라고 생각
합니다. 오랜만에 만화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데쓰노
트를 보며 진정한 선과 악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케미 (2005-02-23 17:37:15)
어렸을 때(지금도 어리지만)는 분류라는 것을 참 좋아했다. 책, 과일, 장난감, 심지어 사람까지도.
술 담배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인생을 포기한 상태일 거라 생각했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젊은이들은 학교에서 쫓겨난 건달들일 거라 생각했고,
갖은 말썽을 피우고 욕설을 입에 담는 남학생들은 죄다 구제불능의 문제아들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그게 아니더군.
술 담배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생의 꿈이 있었고,
머리를 염색한 젊은이들 중에도 좋은 학생은 많았고,
말썽 피우고 욕하는 남학생들에게도 장점 하나씩은 꼭 있었다.
내가 잘못 알았던 거지. 세상은 장점만 가진 '착한 사람'과 단점만 가진 '나쁜 사람'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던 거다.
물론 술, 담배, 욕설 등이 좋은 것이라 말하지는 않겠다. 내가 어른이 되어도 절대로 하지 않을 것들이다.
어쩌면 저런 일들이 인격을 가장 잘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분의 행동만 보고 '나쁜 사람'이라 단정해 버리는 건 분명 잘못이다.
예전에 써놓았던 글입니다. '회색분자'라는 말은 사장되었는데 왜 아직도 흑백논리는 사장되지 않았을까요. 무지개빛 한국,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실 너도 옳고 나도 옳고, 나도 그르고 너도 그른, 아니 그 누구도 옳고 그르지 않은 일이 어디 한둘입니까. ^^
와룡선생 (2005-02-23 17:56:40)
어릴적 만화에서의 종결은 항상 악의 우두머리(우린 끝판대장이라 불럿음..)의 최후와함께 끝이났었죠.. 어릴적 메칸더V가 파괴될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았죠..
역시 천진난만했던.. 어린시절이 좋았죠...?
총알님.. 현실의 무게에 지치고 힘들때 위로가 되어줄 동반자가 필요하지 않으신지.? (빨리 만나셔야죠. 어쩌면 벌써 만났을지도.. )
저그맨 (2005-02-23 18:26:20)
hyun5280//저도 데스노트 1권을 친구가 빌린거를 잠시나마 봤는데 정말 재밌더라구여
지금 몇권까지는 나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현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만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그ZerG (2005-02-23 18:59:59)
Good
진짜... 이런글을 많은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밀가리 (2005-02-23 19:11:23)
이상하게 저는 만화나 만화책, 드라마를 보면 악역을 응원하게 됩니다. 난 악인가봐요.
ggum337 (2005-02-23 19:37:46)
밀가리님 나도나도.. 어! 히한하네 -_-;
로긴 하게 만드시네요..넘 멋져요 ㅠㅠ
사람에겐 하나씩 장점이 있나봐요 ^^;
유신영 (2005-02-23 20:14:18)
보수가 아니면 빨갱이라는 말 지금도 가끔 듣죠~^^
정치인들 정말 싫어요. 저는 나름대로는 신경써서 투표하는데 왜 나라가 이럴까요..
다친러커.. (2005-02-23 20:21:34)
밀가리님//저도요.. 전 그냥 그런게 아니라.. 선역이 싫거든요..
그냥 악역이 하는짓보면서 기분이 좋아지곤하는데..
만화나 만화책,드라마가아닌.. 전 영화에서 악역을 응원한답니닷..ㅋ
정말.. 전 선역이 좀 .. 싫다고 해야할까요-_-;
제 아버지가 이런말을 해주신적이있습니다.
선이 이긴다고 하는사람들은 감상적인 친구들이다..
픽션스토리에서는 선이 이길지도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가난하고싶으면 악을 아주가까이하라.. 아니면 아주멀리하라..
한 중간쯤가고싶으면 악을 앞에 두어라..
부자가 되고싶거든 악을 밑에 두어라.. 전 이래서 악이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스민 (2005-02-23 21:36:49)
음.. 갑자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란 소설(영화도 있죠)이 생각나는군요... 흑백논리가 어찌 생각하면 편하지만... 예전에 정말 크게 느낀 바가 있어서, 함부로 무언가를 "판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나이 60에도 사고방식이 유연한 사람이 되는게 제 바램입니다.
N2Rookie (2005-02-24 07:37:12)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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