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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2/22 03:10:32 |
Name |
Timeless |
Subject |
[소설]When a Man Loves a Woman #9: 봄이여 오라 |
사람이 정확히 13명 있다.
서로 말없이 있는 동안, 고개를 한 곳에 두기가 어려워 두리번 거리다보니
13명의 사람이 이 까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발견인가!
그것도 종업원까지 포함해서 13명이라는 아주 상세한 발견!
혜인이도 무언가 발견했을까? 내가 이 놀라운 발견을 하는 동안 혜인이는 줄곧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이렇게 둘러대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혜인아'
'오빠 나빠요'
'응.. 내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지 알기는 알아요?'
'그거야..'
'말해봐요'
'지난 번에 남자친구 일이랑.. 다른 사람인척 너한테 다시 접근한 거랑..'
'그거 말고 또 없어요?'
'음.. 잘 모르겠는데 내가 다 미안해'
온라인과는 다르다. 혜인이의 말은 모니터에 쓰여지는 모두 같은 크기의 글자도 아니었고,
한 줄로 주욱 늘어진 글자도 아니었다.
억양, 말투, 감정까지 모두 들어 있는 생생한 말이었다.
게다가 혜인이의 표정까지..
표정.. 혜인이의 얼굴을 보았다. 만난지 1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얼굴이 보였다.
'짙은 눈썹 아래 속쌍커풀이 살짝 있는 동그란 눈이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맵시 있는 코, 빨간 입술 그리고 하이얀 피부에 매끈한 이마와 젖살이 아직 안빠진 약간 통통한 볼.
머리띠로 넘긴 머리는 어깨정도의 길이였다.'
가 나의 이상형이다.
혜인이는 스포티한 모자를 살짝 비껴 쓰고, 짙게 쌍커풀 진 눈과 오똑한 코, 빠알간 입술에 화장기있는 모습이었다.
내 이상형과는 다르지만 예뻤다.
혜인이는 화가 나 있는 표정이었다. 또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일까..
'바보'
혜인이가 더 화가 났나 보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무엇을 잘못했을까..
그러다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내가 또 뭘 잘 못했길래 너 이러는 거야! 내가 죄인이다 죄인!'
마음 속으로 말이다.
'오빠가 또 잘못한 것은!'
나는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근두근..
'오늘 늦게 나왔잖아요'
아..
'처음 만나는데 약속에 늦는 법이 어디있어요'
아...
'다음부터는 그러지마요. 이번엔 혜인이가 용서해줄게요.'
혜인이가 웃는다. 내 가슴 속에 무엇인가가 벅차오른다.
혜인이는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날 나에게 무참하게 져버린 남자친구는 나를 맵핵이라고 하고, 욕을 했다고 한다.
혜인이가 그런 사람 아니라고 하자 그 남자친구는 누구 편 드냐면서 화를 냈고, 내가 뭔데
감싸냐고 마음있는 것 아니냐면서 다그쳤다고 한다.
혜인이는 남자친구가 오해하는 것도 싫었지만 이렇게 쪼잔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많이 실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툰채로 남자친구는 군대로 복귀했고, 혜인이는 마음을 정리하고,
대신에 남자친구에 대한 예의로 나에게도 더 이상 배우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새로운 사부를 구했는데.. 물론 그것도 나다. 첫째, 둘째날은 몰랐는데, 셋째날 나란 것을 알았다고 한다.
셋째날부터 혜인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는데 그래서 그랬던 것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냐면요~ 그게 @#%#$^#^&%&$%@!$@%'
신나서 이야기하는 혜인이의 모습에 아까 나를 용서해준다며 웃어주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제 곧 봄인가보다. 싹이 트려고 한다.
산에도 또 내 가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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