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5/02/21 01:50:50 |
Name |
Timeless |
Subject |
[소설]When a Man Loves a Woman #8: 이제 끝이다.. |
혜인이는 붙임성이 좋은가보다.
나이지만 혜인이에게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도 쉽게 친해졌다.
첫째날, 둘째날은 어색하게 지내다가 셋째날은 완전히 다르게 나를 대했다.
일주일동안 가르쳐주었던 나한테 했던 것보다 그 절반도 안되는 3일에 이 사람에게는 더 살갑게 군다.
그것을 받는 이 사람은 분명히 나인데.. 혜인이가 바라보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것이 몹내 씁쓸하게 다가온다.
대신에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모습에 기분이 무척 좋다. 다시 가르치게 된 지 열흘째인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내가 가르치는 소질이 있다기 보다는 혜인이에게 소질이 있다.
지금 혜인이는 타이밍을 잘 못잡아서 그렇지 물량이나 자리 배치는 나도 꽤나 까다롭다 싶을 정도로 좋다.
물론 아직도 흔들기류에는 약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토스전에 상당히 강한 테란유저가 될 것을 확신한다.
될 수 있으면 나를 이겨줬으면 좋겠다. 남자친구에게는 조금 비참할 수도 있겠지만,
남자친구가 지고 온 상대를 꺾어주는 여자친구도 꽤 멋있지 않은가.
물론 그 때가 되면 나 역시 씁쓸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나의 이런 생각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혜인이는 오늘도 나를 살갑게 대한다.
MinusTongJang: 오늘 친구랑 리코타 치즈 샐러드랑 까르보나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그..그게 뭘까?'
MinusTongJang: 에? 안먹어 봤어요? 거짓말~
'나 원래 느끼한 거 잘 안먹어-.-'
MinusTongJang: 그러면 여자들이 싫어해요. 나중에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구요?
'그런 날이 올까? 하하하'
MinusTongJang: 안되겠어요. 나랑 같이 연습해요.
'어떻게 연습해. 느끼한 거 먹는 빌드라도 있어?'
MinusTongJang: 싸부님~ 제자 맛있는 것 좀 사주세요^^
아.. 조금 슬프다. 이 얘가 이렇게 말하는 대상이 내가 아니라니..
'혜인아.. 너는 사교성이 참 좋은 것 같아'
MinusTongJang: 아니에요~ 낯을 얼마나 가리는데ㅠㅠ
'그래? 나한테 하는 것 보면 그런 모습 상상이 안되는데'
MinusTongJang: 그것은 말이죠! 그런 것이 있어요.
'그나저나 정말 맛있는 것 사줄까?'
MinusTongJang: 정말이요? 지금 배고픈데~ 지금 사줘요
약속 장소로 나가는 내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나는 나로서 행동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시 만난 후의 나를 연기해야 하는가..
만나자고 한 것을 이제와서 후회한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걱정에 걱정이다.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급한 일이 있다고 취소할까..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간다. 초조하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가. 복잡하다.
저만치서 한 여자가 다가온다. 나는 재빨리 뒤돌아 걷는다. 도저히 만날 수가 없다.
나중에 내가 지난 번 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면 혜인이는 나에게 두번이나 당한 것이 된다.
혜인이가 무슨 죄가 있어 나한테 당해야 하는가..
멀리서 뒤를 돌아보니 혜인이가 맞는가 보다. 우리 약속장소에 서서 시계를 보고, 주위를 둘러본다.
혹시 내가 있는 것을 들킬까봐 결국 달려버렸다.
내 다리는? 백만불 짜리 다리! 내 몸매는? 끝내줘요! 이대로 42.195km를 뛰고 싶다.
복잡한 생각 없이 그냥 내지르고 싶다.
그 때 문자가 왔다.
'아닛! 숙녀를 두고 지각을 하는 거에요?!'
나는 마음을 먹었다. 심호흡을 하고 문자를 보냈다.
'혜인아.. 미안해.. 나는 너를 만날 수가 없어.. 다 미안해 내가'
이제 끝이다. 더 이상은 하지 말자. 터벅 터벅 혜인이에게서 멀어지는 쪽으로 걸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잠시 후에 문자가 왔다.
'나 다 알아요. 탐오빠!
혜인이 안보고 싶어요?
빨리 와요. 나 추워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느새 저만치 그녀가 보인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