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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20 07:55:21
Name letsbe0
Subject 첫정은 떼기 어렵다

  무엇이든 '첫'자가 들어간 것은 왠지 가슴 한구석이 시리면서도 슬며시 웃음짓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첫사랑, 첫눈, 첫키스 등등.. ^^

  저는 제 자신이 그다지 감성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런 '첫'자가 들어간 것에 있어서만큼은 유달리 센치해지게 되더라구요.

  언제부터인가 제 생활에 있어서 손에 꼽을 정도로의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스타리그..

  손이 느려서 실제로 하는 건 정말 스스로가 답답할 정도로 못하지만 그만큼 내 상상이 펼쳐지고 있는 전장인 스타리그에 빠져든 건 어쩌면 당연한 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스타리그에 울고 웃은지도 햇수로 4년째로 접어들고 있네요.

  햇수를 보시면 아마 눈치 빠르신 분들은 짐작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에게 그런 소중한 취미생활을 소개시켜 주고 안내해 준 장본인...

  그 첫 선수.. 바로 임요환 선수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되었던 한빛소프트배 전에도 스타리그는 가끔 봐왔었습니다.

  99 pko부터 프리챌배 리그까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찮게 잡히면 보고 그런 정도의 수준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게임큐에서 정말 인상적인 플레이를 하나 접하게 됩니다. 아는 사람은 알 만한 경기죠. 바로 봉준구 선수와의 경기입니다.

   맵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섬맵이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섬맵이라 봉준구 선수는 프로토스를 선택했었죠.

  그러다가 무난히 흘러흘러 봉준구 선수의 쌓인 캐리어에 의해 임요환 선수가 어려워지고 있던 찰나, 갑자기 모으던 마린메딕... 순식간에 일어난 네 번의 옵티컬 플레어, 그리고 나서 레이스로 캐리어 청소...

  보면서도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이러면서 임요환 선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김동수 선수와의 경기인 몰래 센터 투배럭, 조용호 선수와의 리플레이였던 스리 배럭 상대 본진으로 날리기, 박현준 선수와의 미네랄 통과 버그를 사용한 경기 등등... 좀 유명하다 싶은 건 다 찾아보면서 더욱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죠.

  그리고 임요환 선수를 황제로 만들어 준 한빛소프트 배 스타리그... 불세출의 라이벌이 탄생한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직접 찾아가서까지 본 01 스카이 리그...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2005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요즘 임요환 선수가 정말 많이 부진하고 뒷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먹x니.. 요벙이니.. 물량은 지지리도 안 나온다느니 하는...

  04년 중반 중국에서 한번 지고 들었던 혹평들보다 요즘의 말들이 팬의 입장에선 더 아프게 찔러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의 성적이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물론 msl에 오랜만에 입성해 있는 상태이고 얼마 전에 준우승도 하긴 했습니다만...

  게임 내용을 보았을 때 예전만큼의 믿음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소위 '까'들의 폭격을 자신있게 받아치기가 스스로도 어려워진 거죠.

  어쩌면 이윤열 선수가 뜨고 최연성 선수가 뜨면서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지요. 헌데 요즘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슬프게도...

  하지만 정말 첫정은 떼기 힘들더군요. 챌린지 예선으로 내려갔음에도 그에 대한 기대를 떨치지 못하겠습니다.

  너무 승패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고,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니라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그의 승리에 웃고 열광하고 그의 패배에 화가 나고 우울해지는 거라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결과만이 아닌 그 내용에서의 화려함도 좋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기발한 전략으로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예전 전성기 때의 독기 품은 박서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누가 내 앞길을 막으랴'라고 외치는 듯이 리그를 종횡무진하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팬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요환 선수, 한번만 더 힘내주세요.

  챌린지 예선으로 내려간 이상, 신인 때의 패기와 독기를 떠올리면서 안티들에게 보란 듯이 화려하게 부활해 주세요.

  스스로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가 정말 끝입니다.

  좌절하지 마시고 다시 한번 일어서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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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러커..
05/02/20 08:47
수정 아이콘
전 예비고1이니까 전 한 초등학생때부터 봐왔다고 할수있겠네요.ㅎ;
그 때는 케이블이없어서 아이티비였나.. 거기서 고수를이겨라 라는프로그램을 일요일아침마다해줬는데요. 거기서 봉준구선수를 처음봤고..
주진철선수도처음봤고..임요환선수도 처음봤고.. 이윤열선수도 처음봤다죠.ㅎ [아 고수를이겨라 맞는지모르겠네요.itv는확실:)]
그때 저희 어머님이 하시던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4학년때 하던말씀이요.. 임요환선수를보시며 난 저놈이 이길거같다. 라는겁니다..
그래서 왜그러냐고하니까.. 눈이 완전 승부욕으로 가득찼다고 하시더군요.. 저런놈은 못이긴다고 하셨다죠.. [결국은 윤열선수윈,..-_-]
코크배때도 봤고.. 한빛배는 못본거같네여; 전 초등학생때부터 내려온 요환선수 골수팬이죠-_- 그냥 눈빛에 팬이되버렸으니;
나야돌돌이
05/02/20 09:23
수정 아이콘
그 전에도 테란의 희망으로 들어 응원하고 그러는 편이었지만 본격적으로 팬이 된 것은 2001 한빛배부터였고, 코크배 무렵에는 편파, 편애 모드의 골수팬이 되어 있었네요

게임은 애들 장난이며 그까짓 외국산 스타크래프트가 뭐가 대수냐고 생각하던 절 이렇게 전향(?)시킨 선수가 바로 임요환 선수였습니다

박서의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박서를 향한 마음은 어떠한 상황이라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누구도 박서를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슬레이어스 박서에게 영광 있으라!!!!!!!
라임O렌G
05/02/20 09:32
수정 아이콘
하지만 날아오르기가 쉽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MSL에서의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16강에서 바로 탈락하게 된다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05/02/20 11:21
수정 아이콘
전 박서만을 응원하는 팬은 아닙니다. 다만 겜큐때부터 성장을 거듭해왔고 지금은 힘들어 하는 한 게이머를 오래도록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올드게이머인 박서를 아끼는 사람이죠. 팬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박서가 지는것에 대해서 크게 애석하진 않습니다. 다만 예전에 그 눈빛 '상대가 누구라도 내가 눌러 주겠어!'라고 말하는듯한 눈빛. 그게 지금의 박서에서는 찾을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한가지. 박서가 언터쳐블했던 시대에도 '박서는 천하무적이야' 하는 느낌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단 오히려 '박서는 뭘할지 모르는 선수야'하는 느낌이 강했죠. 언젠가 부터 박서는 성장이 더뎌 지고 있습니다. 이젠 더이상 뭘할지 모르는 선수가 아니게 되어 버린거죠. 박서가 다시한번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박서 최고의 장점인 '의외성'을 살려야 합니다. 운영,물량을 배워서는 다시한번 최고의 자리에 오르긴 힘들겁니다. 각자의 장점은 다르니까요.
자스민
05/02/20 16:20
수정 아이콘
제 첫정;;;은 박용욱 선수죠^^* 정말.. 처음 좋아한 선수에 대한 마음은 어떤 상황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것같아요.... 지금 당장은 나락에 떨어지는것 같아보인다 해도, 자신의 날개짓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겁니다. 이렇게 아끼는 분들이 많으니 박서는... 무기력하게 나락으로 떨어지지만은 않을겁니다^^ 화이팅!
05/02/20 18:18
수정 아이콘
첫정은 박서가 아니지만 현재 아니 스타에 관심이 있는한 계속 박서편에서 웃고 우는 팬으로 남을 것 같군요... 박서 당신은 참으로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저에게는...
흔들리지마세요... 아자아자아자!!!
05/02/20 18:22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글 남겨 보네요. 저도 겜큐를 통해서 임요환 선수의 팬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양 임쓰, 임성춘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정말 재밌게 보았는데요. 임성춘 선수의 한방러쉬로 저그를 잡는 경기에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팬이 되었고, 반면에 임요환 선수는 기기묘묘한 운영과 전략 이런 것에 반해 버렸습니다. 당시 임요환 선수의 VOD를 보느라 학교 전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를 애써 모른 체 하면서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위에 말씀하신 봉준구 선수와의 경기도 그랬지만, 1차 겜큐스타리그에서 임요환 선수의 모든 경기는 참 약간 과장을 섞어서 말하자면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결승에서 임성춘 선수에게 져서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당시 인터뷰에서 게임때문에 결국 여차친구와 얼마전 헤어지게 되었다는 얘기를 울먹거리면서 하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3차 겜큐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하게 됩니다. 1차 때의 경기들, 임정호선수와의 경기 드랍쉽을 그야말로 쉴새 없이 사용하면서 당시 테란대 저그전의 개념을 확 바꾸어버린 경기, 그리고 강도경 선수와의 로템 경기에서는 원해처리 저글링 럴커로 입구가 뚫릴뻔한 위기상황에서 재빨리 스팀팩을 쓰고 오버로드를 잡음으로써 위기 극복하는 엄청난 센스를 보여줍니다. 또한 3차에서는 김동수 선수와의 그 유명한 경기. 센터 몰래 투배럭을 시도하는데 본진에 리버드랍을 당해서 일꾼이 거의 다 잡혔지만 그 상황에서 모아놓은 병력으로 역 엘리전으로 승.. 하나하나 다 기억나네요. 또한 테테전인 김정민전에서는 입구위에 시즈되어 있는 상대의 탱크 두기를 SCV를 던져주면서 골리앗 몇기와 탱크 한기로 뚫어내던일, 이기석 선수와의 테테전에서는 이기석 선수의 몰래 센터 투배럭을 SCV를 동원해서 기가막히게 막아내면서 벌쳐 역러쉬로 게임을 끝낸 일 등등 한게임한게임이 떠오르네요...

당시 엄재경 해설과 정소림 캐스터가 3차에서 같이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엄재경 해설이 하셨던 말씀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칭찬이 있습니다. 봉준구선수와의 경기였던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 이 선수 정말 물건이네요...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프로게이머간의 경기는 이제 컨트롤만이 아니라 전략과 심리전 이런 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매일 밥먹고 겜하는 선수들간에 컨트롤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습니까. 근데 이 선수 보여주네요. 참 간만에 정말 물건이 하나 나온 것 같네요' 머 이런 요지의 말을 해 주셨는데, 그 이후에 임요환 선수는 정말 한빛배, GG게임배, 겜큐3차를 싹쓸이 하면서 그의 전성기를 열게 됩니다. 그리고 세 대회 총전적이 단 2패, 한빛배에서 1패, 겜큐3차에서 최인규선수에게 1패. 참, 말이 안나오는 성적이네요, 써놓고도.
당시 엄재경 해설의 선견지명이 놀라웠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05/02/21 06:41
수정 아이콘
박서는 테란의황제 에서 테란의전설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선수는 요환선수밖에 없다고 봐요 박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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