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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2/20 04:03:54 |
Name |
Timeless |
Subject |
[소설]When a Man Loves a Woman #7: 어느 프로브의 이야기 |
한 동안 스타를 하지 않았다.
두둥~ 하는 시작음도 싫었고, 어두침침한 타이틀 화면도 싫었고,
키보드, 마우스 두드리기도 싫었다.
대청소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고, 영화를 보고, 또 길을 거닐었다.
하지만 친구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에서도,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나의 오른손은 마우스라도 되는 듯 나의 허벅지를 연타했다.
그러면서 눈이라도 감게되면 떠오르는 이미지.
'정찰이 늦어졌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언덕 저 위는 어둡다. 그곳이 나로 인해 밝아질 때
내 눈에 무시무시한 저글링이 보일지도 모르고, 총을 마구 쏘아댈 마린이 보일지도 모른다.
두렵지만.. 그렇지만 나는 올라가야 한다. 내 이름은 프로브(probe) 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타를 다시 켜게 됐다.
새로운 마음으로 아이디를 하나 만들었다.
CameBack
...........................
있는 아이디랜다.
eGunUpGetJi
세상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이것도 있다니..
01198767277
내 전화번호는 역시나 없었다. 휴..
습관처럼 /f l을 눌러본다. MinusTongJang이 오늘도 보인다. '1:1 로템 초보만요'
Join에서 한 번 쳐봤다. '1:1 로템 초보만요'
수욱~ 하더니 들어가졌다. 그리고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당황했다.
들어와질지도 몰랐고, 오랜만에 하는 게임에다가 상대가 혜인이라니..
위에 것은 절대!! 프로브 퍼뜨리기가 잘 안되서 하는 변명은 아니다.
몇 초간 프로브가 두기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 화면.. 애써 고개를 돌려서 외면했다.
그 동안 혜인이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내가 가르쳐준대로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일주일간 혜인이에게 가르쳐 준것은
단축키, 입구 막기, 초반 입구 푸쉬 막기, 각 유닛의 특성 및 개략적인 컨트롤방법,
기본이 되는 빌드 몇 가지였다.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늦은 정찰 프로브로 입구 막기를 보았다. 2시에서 확실히 서플서플배럭으로 입구를 막고 있었다.
이제는 초반 드라군 푸쉬를 얼마나 잘막나 보았다. 드라군 두기로 찌를 무렵 마린을 네기 뽑았다.
한기를 잡기는 했지만 드라군 두기도 쉴드가 꽤 깎였다.
잠시 뒤로 뺏다가 세번째 드라군이 도착하자 다시 푸쉬했다. 그러자 싸우지 않고 기지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에 배럭스가 들리면서 SCV 2기와 마린 3기와 탱크 한기가 나온다.
상당히 잘 막았다. 지금까지는 고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게임은 결국 원팩 더블 대 트리플넥의 대결에서 혜인이가 공격타이밍을 못잡으면서
토스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내가 느낀 것은 꽤나 뿌듯함이었다. 중반부터는 압도적이었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져있었다.
그러면서 욕심이 생겼다. '내가 조금 더 코치해주면 잘하지 않을까' 하는..
게임이 끝나고 귓말을 보내 보았다.
'저기요. 방금 게임했던 사람인데요'
MinusTongJang: 네.. 왜요?
'조금만 더 하면 중수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MinusTongJang: ^^; 아직 왕초보에요ㅠㅠ
'이번 판 지적 좀 해도 될까요?'
MinusTongJang: 네^^ 부탁드려요.
'넵! 그러니까 이번 판은 이러이런.....................'
..........................................................................
'언덕 위에는 서플라이 둘과 배럭스로 잘 막힌 테란의 진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낯설어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예전에 누군가에게 가르쳐주었던,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았던 아득한.. 그리운 기억이 있다.
나는 프로브이지만 이곳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다시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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