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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2/17 17:55:16 |
Name |
시간의강 |
Subject |
전략은 돌고 돈다.(듀얼 결과 있음) |
오늘은 임요환 선수의 스타리그 탈락과 다시금 5경기 알케미스트에서 프로토스의 패배로 인해 각종 스타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들이 후끈 달아오르는 하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어느 정도 파장은 예상했지만 그 이상의 대폭발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오늘의 사건들은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바입니다. 스타리그 본선을 방불케하는 듀얼 토너먼트 조 편성과(임요환, 홍진호 두 선수중 어느 선수가 떨어져도 대단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마찬가지였겠죠.) 저그가 두명이 배치된 조에 프로토스가 배정되어 있었다 라는 점도 어느정도 우려가 되는 바였습니다.
이미 끝난 경기들을 가지고 '아 저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저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했으면 이길 수 있었을텐데' 라는 말은 시청자나 해설자분들 입장에서는 쉽지만 플레이하는 본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그런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전략과 전술의 유행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보아왔던 역대 많은 듀얼 토너먼트 경기들이 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인상깊게 보았던 경기들중 하나가 바로 김동수 선수와 임정호 선수의 사일런트 볼텍스에서의 경기였습니다. 당시에 김동수 선수도 같은 조에 있었던 저그 두명을 이기고 스타리그로 진출했었죠.(오래전 일이라서 그 경기 외에는 기억이 거의 안나기 때문에 틀렸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듀얼토너먼트에서 김동수 선수의 경기가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하드코어 질럿 러쉬 덕분이었습니다. 가림토스의 타이틀과 같은 전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사라졌던 저그 상대로의 강력한 하드코어 질럿러쉬가 멋들어지게 선보여진 것이죠. 당시에 해설진 분들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김동수 선수의 오늘 컨셉은 기본으로 돌아가자인가 봅니다'(당시 월드컵의 히딩크식 압박 축구에도 비유를 하셨었죠.) 그 경기로 인해 다시 하드코어 질럿 러쉬가 대세가 되진 못했지만 저에게는 무척 인상 깊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레퀴엠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맵도 탄생되었죠. 저그와 테란이 절묘하게 밸런스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저그와 테란이 서로의 전략을 먹고 먹히는 그런 흐름 덕분에 밸런스가 맞게 된 맵이었습니다. 섬맵과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저그가 조금 앞서가다가도 그에 맞받아치는 테란의 체제는 오래 전에 선보였었던 김슬기 선수의 SK테란이었습니다. 유행 못지 않게 전략은 돌고 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새삼 깨닫게 되는 경우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듀얼 5경기... 안타깝게도 제가 좋아하는 이재훈 선수가 최근 프로토스의 대세라 할 수 있는 더블 넥서스를 시도하다 무너졌습니다. 팬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이재훈 선수가 이런 저런 다른 플레이를 해봤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아쉬움과 분노는 조금 접어두고 '어떤 선수가 어떤 대세를 만들어 내서 지금의 암울한 상황을 타게해낼 수 있을까?' 라는 기대도 하게 되더군요.
맵을 탓하고 우울한 종족간 밸런스를 탓하는 것은 이번 듀얼 토너먼트가 끝나고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선수가 새로운 파해법을 만들고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글이 조금 삼천포로 빠져들었습니다만 아무튼 분명 프로토스는 저그 상대로의 전략이 그리 자유롭지 못하고 저그의 전략에 맞대응하기가 힘든 종족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몇가지 안되는 전략을 가지고도 예전의 김동수 선수가 과거의 하드코어 질럿 러쉬로 멋진 승리를 거뒀듯이, 그 옛날 이기석 선수의 더블 넥서스가 요즈음 다시 부활 했듯이 프로토스의 멋진 구 시대 전략이 새 시대에 빛이 나는 그런 일이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p.s 글을 적고 나니 지나치게 프로토스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이 된 것 같아서 혹시나 이 글을 본 선수들에게 압박감을 줄 것 같아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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