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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29 10:39:23
Name Satine
Subject 아직은 과거일 수 없음에

2005년 1월 29일, 오늘은 autumn 송병석 선수의 스물여섯번째 생일이자 그의 마지막 경기가 있었
던지 꼭 102일이 되는 날입니다. 언젠가 사람들의 뇌리에 autumn 이란 아이디가 잊혀지기 전에 이
런 글을 꼭 한번 쓰고싶었지만,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되니 무겁게만 느껴지던 글쓰기 버튼이 오늘은
조금 가볍게 느껴지더군요.  

펠레노르에서 했던 변형태 선수와의 경기, 아직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줄로 압니다. 후에 송병석
선수의 다른 경기 동영상을 전부 다시 챙겨보면서도 차마 다시 볼수 없었던 경기이지만 그래도
신기하리만치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직하게 달려들던 질럿도, 정말 멋졌던 언덕위 템플러의
활약, 안타깝게 터지던 캐리어들까지 전부 다 저에게는 또렷합니다. 어쩌면 그 경기를 차마 다시 볼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autumn의 경기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자면 KTF EVER배 프로리그때 이재항선수를 상대로
보여주었던 노스텔지어에서의 대역전극입니다. 본진까지 난입한 저글링에 게이트가 깨지고 건물을
다시올리는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모은 한방으로 좁은 다리너머의 성큰밭으로 과감하게 달려들어
저그의 본진을 밀고 결국 귀중한 승리를 따낸 그런 경기였습니다. 당시에 그 경기는 '신선한 충격'
이었습니다. 프로토스 유저로서 저그를 상대로 심한 암울함마저 느꼈던 저로서는 과연 토스가
저그에게 암울한가- 라는 질문마저 던져주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다른것이 아니라 그 병력을
잃으면 그대로 gg를 칠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과감하게 성큰밭에 달려들었던 판단력이 승리할수
있던 이유였음을 이제는 압니다.

그도 프로토스인지라 저그전이 약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지만, 저는 그가 잘한다는 테란전보다
그의 저그전을 더 좋아했습니다. 싸나이 토스라는 별명을 실감하게 해줄만큼 성큰따위 두려워 않고
망설임없이 달려드는 과감함에 속이 시원해졌던적이 많았거든요. 프리미어 리그 박상익 선수와의
경기때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상대진영으로 달리던 질럿이 가장 그의 스타일을 잘 표현해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합니다. 전 그의 그런 점을 좋아했습니다.

이래저래 게임 외적으로도 말이 많았던 선수였습니다. 사진찍기를 싫어하고, 앞으로 나서는 것을 좋
아하지 않는 성격을 생각하면 의아하기도 했지만,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하고싶은말을 꾹 눌러둘줄
모르는 성격 또한 송병석의 일부였겠지요. 유난히 팬카페에 글을 안올리는 선수이기도한데, 가끔 올
라오는 글들이 참 잘쓴 글이어서 매번 많은것을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곤 했습니다. 가장 마지
막으로 올라왔던 글은 작년 수능일 즈음해서 올라왔던 글인데,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그 글에서 전
오히려 그의 짙은 후회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제가 송병석이라는 선수를 응원하게 된 이유는 그의 지칠줄 모르는 도전정신 때문이었습니다. 뚜렷
한 목표를 향해 긴 시간동안 꾸준히 온 몸을 부딪히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그가 수능을 앞둔 사람들을 위해 쓴 글에는 다시 한다면 정말 잘할것같은데 자신은 이미 때를
놓쳤다는 진한 후회가 담겨있어서 글을 읽는순간 코끝이 징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가 만약 이십대 초반의 나이라 아직 여유를 가지고 도전할수 있었다면, 언젠가는 염원했던
스타리그에 이름 석자를 올릴수 있었을까요? 이런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미 그는
스물여섯번째 생일을 맞았고, 이미 그는 자신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경기도 102일전에 끝내버렸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의 인생은 끝난것이 아닙니다. 이제 스물여섯, 무엇이든 시작할수 있는 젊은 나이이고,
또 다른 꿈이 생길것이고, 또 다른 목표가 생길것이고, 또 다른 노력의 이유가 생길거라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그라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이번에야말로 멋지게 성공해보일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이미 고통을 참는법,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법, 인내하는법을 배웠기때문입니다.
그의 6년 게이머 인생은 쓰디썼지만 앞으로 몇십년 남은 인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줄것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아직은 저는 송병석 선수의 팬입니다. 아직은 제게 과거일수 없음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응원글을 씁니다. 언젠가는 잊혀질수밖에 없겠지만 되도록 천천히 그 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아직 과거일수 없음에, 저는 아직 그를 응원합니다.

스물여섯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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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01/29 10:42
수정 아이콘
이런저런 소문, 유쾌하지 않았던 말다툼의 하룻밤, 그것에 휩쓸려 덩달아서 송병석 선수를 싫어했던 것이 죄스럽습니다.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런 마음 다 버리고 응원할 수 있을까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염치없지만 송 선수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써 보겠습니다.
05/01/29 10:50
수정 아이콘
송병석 선수의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앞으로 송병석님의 앞에날에 축복이있기를 기도드리겠씁니다.
자식검색 너입
05/01/29 10:54
수정 아이콘
예 송병석선수 잘생긴 얼굴에 카리스마.
예전에 어떤경기(mbc같은데) 강도경선수랑 시합후 나눈 대화에서
뭔 얘기를 했는데 강도경선수 얼굴이 뻘게 지더군여.그때 느낀건데
할말은 하는구나..생각했습니다..뭐 저는 팬은 아니지만..송병석선수
다른곳에서 더 열쉼히 하는 모습 보여주세요..
05/01/29 11:02
수정 아이콘
송병석선수에 대해 이리저리 좋지않은 비화가 많았죠. 그래도 전 송병석선수 왠지 좋더라구요 (프로토스 유저들을 향한 분별없는 애정도 한몫 했겠죠) 잘생기고 듬직해 보이지 않나요 송병석 선수?
아직도 송병석선수의 은퇴는 실감나지 않지만, 뭘 하든 잘 해 나가시리라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나야NaYa
05/01/29 11:09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드립니다. ^^
담백한호밀빵
05/01/29 11:33
수정 아이콘
뒤늦은후회는 이미 새어나간 물을 다시 담지는 못하지요
이뿌니사과
05/01/29 11:58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십대 중반 ^^ 뭐든지 도전해서 할수 있는 나이죠.
이런 저런 구설수는 지난일이니 다들 잊으시는게 어떨까요? ^^(그때는 다들.... 좀 어렸던거 같은.. ^^; ) 누구나 실수할수 있는 나이죠.
05/01/29 16:01
수정 아이콘
송병석 선수, 생일 축하합니다.
컨트롤황제
05/01/29 17:58
수정 아이콘
Satine//약 15여 줄의 쪽지를 보냈으나 DB접속 에러로 다 날라가 버렸습니다. (ㅜ.ㅜ) 일단은 주제와 약간은 벗어난 내용으로 논란의 여지가
될 수있었던 댓글 남긴거 죄송합니다.
팬의 입장에서 먼저 축하해드려야 마땅하지만 잠시 송병석 선수의
비공인적인 행동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던터라 미처 축하를 해주지 못한점 다시한번 팬의 입장에서 송병석 선수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생신이라해야하나? <- 이건 오타입니다.
변명으로 들리실진 모르지만 정말 오타였습니다.

원래 "생신이라해야하나요?" 이렇게 쓰려고 했으나 정신없이 타이핑 하는
바람에 오타가 난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래요.

마지막으로 송병석선수 26번째 생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하시는 일....
모든게 잘 되시길 바랍니다. ^^
05/01/30 02:32
수정 아이콘
송병석 선수 생일 축하드립니다... 여튼 정도 들만큼 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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