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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1/22 20:05:38 |
Name |
Daydreamer |
Subject |
[Daydreamer의 자유단상] #1. 창업과 수성 - 강민과 박용욱 |
(들어가기에 앞서)
@. 이 글은 bwtimes.net과 PGR21.com에 동시에 올라갑니다.
@. 주제선택은 제 멋대로-_-;; 입니다. 또한 연재 주기도 제 멋대로가 될듯 합니다. '자유단상'이니까요. ^^;;
@.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의견 부탁드립니다.
Daydreamer의 자유단상 - #1. 창업과 수성 : 강민과 박용욱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創業易守成難)?
626년 고조(高祖) 이연(李淵)의 뒤를 이어 태종이 제위에 올랐습니다. 태종은 먼저 사치를 경계하고 천하 통일의 위업을 완수하였으며, 정벌을 통해 국토를 더욱 확장하였고. 또한 제도를 정비하여 민생의 안정을 꾀하였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여 학문과 문화의 창달에 힘썼다고 합니다. 이로써 후세의 군왕이 치세(治世)의 본보기로 삼는 성세(盛世)를 이룩하였는데, 이를 일러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한다네요. 이렇게 정관의 치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태종의 주위에 많은 현신들이 있어 그를 잘 보필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결단력이 뛰어난 좌복야(左僕射) 두여회(杜如晦)와 기획력이 뛰어난 우복야(右僕射) 방현령, 그리고 강직한 대부(大夫) 위징(魏徵)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태종이 이들 현신(賢臣)이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창업과 수성, 이 둘 중에 어떤 것이 어렵소?"
방현령이 대답하였습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일어난 군웅(群雄) 중에 최후의 승자만이 창업을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창업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징은 반대의 의견을 내었습니다. "예로부터 임금의 자리는 간난(艱難) 속에서 어렵게 얻어, 안일(安逸) 속에서 쉽게 잃는 법입니다. 그런만큼 수성이 어렵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태종이 이렇게 매듭을 지었다네요. "현령은 짐(朕)과 함께 천하를 얻고,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났다. 그래서 창업이 어렵다고 한 것이다. 또한 징은 짐과 더불어 천하를 편안하게 하여 교사(驕奢)는 부귀에서, 화란(禍亂)은 이완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수성이 어렵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끝이 났다. 따라서 짐은 앞으로 여러 공(公)들과 함께 수성에 힘쓸까 한다."
이 이야기가 후세에는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원래 왕이 한 말은 그게 아닌데 왜 그렇게 진행이 되었으며, 왜 제 머릿속에는 “창업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수성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라고 남아있었는지 정말 영문을 알 길이 업ㅂ습니다. -_-;
창업과 수성의 비교
저번 시리즈에서 썼던 사상四象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창업과 수성에 필요한 재능이 엄연히 다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창업에 필요한 재능은 무엇이 필요한지를 빠르게 잡아내는 능력과 기획력, 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이겠고, 수성에 필요한 재능은 기존의 기반을 지키면서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겠죠. 한나라의 명장 한신이 “토끼가 다 사라지면 사냥개를 솥에 삶는다(兎死狗烹)”이라고 한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도 있을거 같네요. 물론 한신을 죽인 것은 한신이 지방에서 군사의 실권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관련이 있겠지만, 한고조 유방의 입장에서 보면 한신은 전쟁의 천재, 항우와 대적하며 나라를 세울 때에는 두말할 나위없는 인재이지만 이미 평화가 정착된 후에는 골칫거리일 뿐인 것입니다. 조조처럼 “치세의 충신, 난세의 간웅”은 드문 것이랄까요.
강민과 박용욱
(먼저 후로리그 그랜드파이널에서 탈락한 테란한시에 대해 잠시 애도를...) 후로리그 3라운드 T1 vs 한빛스타즈의 경기, 개인전 2경기. 네오 포비든 존에서 펼쳐진 박용욱 선수와 박경락 선수의 경기에서, 박용욱 선수는 이미 그 며칠 전에 마이너 MSL에서 변은종 선수를 상대로 보여주었던 다크아칸을 적극 활용하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창선 해설위원이 붙인 이름인 ‘명품 프로토스’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만(카드값 비유까지 말이죠^^;) 우리의 ‘스타급 센스’ 김동수 해설위원은 “느린 템포의 프로토스”라고 호칭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죠.
“느린 템포의 프로토스를 강민 선수가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박용욱 선수가 완성시키네요.”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창업의 강민, 수성의 박용욱’이라는 명제가 떠올라 버렸기 때문입니다.
박용욱 선수의 최근 대 저그전 세 경기를 보면 운영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악마의 프로브로 불렸던 과거의 몰입공격도 있지만(실제로 변은종 선수 상대로 시도했었죠.) 이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최연성 선수가 그러하듯 방어하면서 두 개 이상의 멀티를 성공적으로 가져갑니다. 그러면서 템플러 계열을 성공적으로 보유하고, 공중과 지상을 모두 장악합니다. 최종병기 캐리어가 뜨면 그걸로 상대를 제압하고 승리를 거둡니다. 핵심이 되는 유닛은 하이템플러와 다크아칸이었구요.
이 전략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기욤 선수가 선수로 활동할 때(지금은 워3 유즈맵을 한다더군요) 언젠가 저그 상대로 ‘더블 스톰’을 사용하여 울트라와 저글링이 섞인 병력을 잡아내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안 나서 그 경기가 언제적 경기인지 쓰지는 못하겠네요... 죄송;;;) 또 가깝게는 프로리그에서 강민 선수가 기요틴에서 이창훈 선수를 상대로 쓴 적이 있습니다. 하물며 다크아칸의 사용도 처음이 아닙니다. 박정석 선수가 패러독스에서 강민 선수를 상대로 쓴 적이 있었고, 김성제 선수가 차재욱 선수를 상대로 SCV를 뺏아와서 팩토리까지 건설한 적도 있죠.
하지만 박정석 선수의 경기를 제외하고는(섬맵이고, 같은 종족 싸움이라는 특성이 있는데다 워낙 맵이 특이하니까요.) 나머지는 경기가 어느 정도 기울어진 상황에서 쇼맨십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기억됩니다. 아니라면 말씀해주시길. 이에 비해 박용욱 선수의 ‘느린 템포의’ ‘명품’ 프로토스는 그것 자체가 승리를 위한 방정식이라는 데 포인트가 있습니다.
강민 선수의 승리를 예감하게 하는 멘트가 “아, 강민 선수,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강민 선수는 분명 ‘스타급 센스’를 지닌 프로토스임에 틀림없고, 또한 ‘그만의 방법’으로 수많은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조용호 선수를 상대로 한 리버 조이기나, 이병민 선수를 상대로 한 할루시네이션 아비터 리콜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강민 선수라고 해서 물량전을 거부하거나 필요한 장면에서 상대와 물량대 물량 전투를 벌이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엔터 더 드래곤에서 이윤열 선수의 탱크 벽‘들’에 달려드는 질럿 드라군 대부대가 기억에 남는군요.
하지만 강민 선수를 전에 제가 ‘태양 기질’의 선수라고 말씀드린 바 있었듯이, 강민 선수는 ‘꿈꾸듯’ 자유로운 발상의 선수입니다. 강민 선수가 엽기 전략에 능하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강민 선수가 ‘하나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죠. 강민 선수는 단 하나의 목적인 승리를 향해 기존의 방법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새로운 경로를 뚫어낼 수 있으며, 또 자신이 새로 만들어낸 경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발상을 펼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반면 박용욱 선수는 ‘운영’이 장기입니다. 강민의 ‘상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플레이와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바둑에 비유해볼까요(저는 바둑을 잘 모릅니다만). 강민 선수의 플레이는 정신차려보니 상대의 묘수에 내 대마가 잡혀있었다는 그런 것이라면, 박용욱 선수의 플레이는 야금야금 상대보다 이득을 거두면서 그 이득을 모으고 모아서 중후반의 대마 싸움에서 이겨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강민 선수가 한번 보여 주었던 다크아칸을 사용하는 플레이, 이것을 강민 선수 같은 타입은 완전히 체화하여 계속 사용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강민 선수에게는 맵, 상대, 그날의 경기의 중요성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박용욱 선수는 이러한 플레이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번 글에서 소음 기질은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박용욱 선수는 ‘느린 템포의’ 프로토스의 밑바탕이 되는 원리를 파악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창업형의 선수, 수성형의 선수
처음에 창업과 수성에 대해 말씀드린 이유를 대충 짐작하시겠죠. 강민 선수 같은 타입은 자유로운 발상과 풍부한 대처력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상대의 예측 그 이상의 플레이를 자주 보여줍니다. 때로는 무기력하게 무너지기도 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강민 선수가 창업형의 인재인 점이 바로 그런 점들이겠죠. 반면 운영의 명수인 박용욱 선수는 수성형의 인재입니다. 새 전략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강민 선수 같은 타입에게 못 미칠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떠한 전략을 운영하고 그로부터 승리를 거두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는 말은 물론 이런 점에 있어서 군주의 선택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겠지만, 지금 선수들에게 있어서도 ‘창업형’과 ‘수성형’을 나눠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물론 저는 어느 타입이 다른 타입보다 우위에 처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창업에 적합한 선수가 유리하게 경기를 끌어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왕왕 나오잖습니까? 만약 이런 걸로 승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왜 이 글을 쓰고 있겠습니까. 토토 대박을 노렸겠죠. -_-;; 얘기가 샜는데, 개인적으로는 강민이나 임요환 선수 타입이 창업형의, 그리고 최연성, 박성준, 박정석 선수 타입이 수성형에 어울리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윤열 선수나 스타급 센스 김동수 해설은, 글쎄요. 조조 타입이 아닐까요. ^^;;;
차회예고
이번 글을 쓰는데 이상하게 힘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미스테립니다. -_-;; 글이 편하게 나올 때는 글이 술술술 풀려 나오고, 그럼에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번 고쳐 쓰고, 얼마간 쉬었다 쓰고 그렇게 썼었습니다. 암튼, 다음 글은 조금 쉬는 뜻에서(물론 제가 쉰다고 뭐가 변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전에 썼던 ‘주훈 對 필 잭슨’을 시류에 맞게 다듬어서 내놓기로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반박 부탁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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