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憑依) : 귀신들림 1편 보기
빙의(憑依) : 귀신들림 2편 보기
빙의(憑依) : 귀신들림 3편 보기
빙의(憑依) : 귀신들림
5
빙의 : 귀신들림 - 증상들
빙의’의 대표적 자각 증상은 밤에 공부를 하거나 TV를 볼 때 섬칫섬칫 주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소름이 돋는 것. 또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의 전환이 어려우며 건망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데, 대개는 가족 중 죽은 사람들이 자주 나타나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꿈을 꾸고 뱀이나 개, 고양이, 갓난아기
등이 보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자더라도 가위에 눌려 늘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따르며 시력이 저하되고 눈이 시리며
따가운 증상도 동반한다. 심한 경우 이명이 들리거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빙의는 행동의 변화를 수반한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으며 의욕을 상실한 채 타인과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반대로 쓸데없이
필요 이상의 말을 계속할 때도 있다. 또 혼자말을 자주 하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기도 한다.
성격도 바뀌어서 온순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해 포악해진다. 아이의 경우, 부모의 말에 강하게 반발하며
매사에 의심과 경계를 앞세운다. 또 옷을 갈아입지 않거나 지나치게 자주 몸을 씻는 경우도 있으며 폭식과 거식 증세가
교차한다.
빙의가 되면 신체적인 변화도 생겨난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불안, 초조해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숨이 거칠어진다.
매사에 안절부절못하며 그 눈빛에는 광채가 나지만, 얼굴은 핏기를 잃어 피부가 창백하여 흡사 송장의 모습과 같다.
결정적으로 눈동자가 유난히 흰빛이나 푸른빛을 띠고 체중이 감소한다.
또한 잡귀는 늘 무언가에 굶주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빙의 환자 역시 음식을 걸귀처럼 먹는다. 그러나 먹은 것을
온전히 소화시키지 못하여 구토 증세를 보이고 현기증, 두통을 호소한다.
이런 온갖 증상에도 불구하고 병원 검사 소견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 또한 빙의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상의 증상들을
보이면 일단 빙의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일단 빙의가 되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므로 항상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빙의는 참으로 다양한 증세로 나타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빙의라 의심되면
빠른 시일 내에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로 정상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절대로 난폭하게 다루거나
책망해서는 안 된다.
6
은영은 빨래를 널다 말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5시 반. 조금 있으면 지석이 올 것이고, 조금 더 있으면 남편도 올 시간이다. 저녁을 준비해야겠군. 은영은 빨래
너는 일을 대충 접고 부엌으로 향하며, 아들 지석에 대해 생각한다.
'오늘도 게임하고 온다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너무 게임하는 시간이 많은거 아닌가...?'
어머니가 보는 견지에서 지석은 '괜찮은 아들'이었다. 특별히 반항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머리도 좋은
편이라 공부도 곧잘했다.
다만 내성적인 편이라 대인관계가 썩 넓은 편이 못되고, 몸도 다소 허약한 편이라 그녀를 걱정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잘 빠져드는 편이라 불안한 면이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게임에 너무 빠져있다는 것또한 그녀의 걱정
거리 중 하나였다.
평생을 공학 연구원으로 보낸 지석의 아버지는 '무엇에든 제대로 전념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법이다.'라며
지석의 게임삼매경을 막지 않았지만, 은영으로써는 한참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해야할 나이에 매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지석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들어오면 게임하는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겠어...'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면 지석이에게도 너무 큰 부담이 될테니... 하루에 3시간, 아니 2시간 정도만 게임을 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좋을거야... 그 정도면 지석이도 따르겠지...'
"그나저나 오늘은 얘가 좀 늦네..."
국에 넣을 마늘을 다지며 은영은 갑자기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음악을 틀기위해 전축으로 다가설 때 초인종이 울린다.
"지석이니?"
"......"
"지석이 아니야?"
"......"
문을 열려던 은영은 갑자기 덜컥 겁이났다. 얼마전 뉴스에서 본 강도에 대한 기사를 떠올리며 그녀는 문에 달린 조그만
창으로 조심스레 밖을 내다본다.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울리는 초인종 소리. 더욱 겁을 먹은 그녀는 다시 한 번 묻는다.
"누... 누구세요?"
"으...."
"누구얏?"
이번엔 거의 소리를 지르듯 물었고, 그제서야 그녀는 알아들을만한 대답을 얻었다.
".... 엄.... 마...."
"지... 지석이니?"
놀라 벌컥 문을 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벽에 기대듯 쭈그려 있는 지석의 모습이었다. 지석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된 상태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열이 심하게 오른 상태. 은영은 급히 지석을 집안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이렇게 아프면 일찍 집에 왔어야지..."
"아니, 지금 들어올 때가 아니다. 빨리 병원으로 가자."
지석을 끌어들이다 말고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는 은영의 모습은 한 눈에도 몹시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대충 겉옷
을 걸치고 지갑을 챙기는 그녀에게 지석의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나갈거 없어요...."
모기만한 소리로 이야기하는 지석. 은영은 놀라 다그치듯 말한다.
"이렇게 아프면서 병원을 안간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냐... 병원 갈 거 없어요. 잠깐... 잠깐만 쉬면 돼..."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지석은 제법 단호하게 말한다. 은영은 지석의 말이 의외인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석을
바라본다. 몹시 힘겨워하고 열에 들떠있지만 입술은 굳게 닫혀있고 붉게 충혈된 눈은 은영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은영은 어쩐지 평소의 지석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아프니까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만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애는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앞뒤 못가릴 정도로 아픈 상태에서.
어쨌거나 은영은 약국에 가서 약이라도 사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석을 침대에 눕히고 외출 준비를 한다. 해열재와
감기약을 먹이고 한 숨 재운 후에도 낫지 않는다면 고집을 피우든 말든 응급실에라고 끌고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은영은 밖으로 나갔고, 홀로 집안에 남은 지석은 깊은 잠에 빠져든다. 열에 들뜬채 죽음처럼 깊은 잠에...
=================================================================================
평소보다 조금 짧은 이유는... 본격적인 빙의가 이루어지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글의 제목이 "빙의 : 귀신들림"이니만큼 빙의 장면에는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고 분량도 좀 차지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이번편에서 그 일부를 공개하고 다음편에서 뒷부분을 공개하는 것은 글의 호흡을 끊게 되므로, 부득이하게 이번편은 조금 짧게 잡았습니다.
한참 글을 쓰다보니 암만해도 재미는 없고 분량은 긴-_- 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귀차니즘의 압박을 나름 극복하고 열심히 올려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