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5/01/15 01:53:48 |
Name |
안전제일 |
File #1 |
C9576_33.jpg (170.3 KB), Download : 18 |
Subject |
[잡담] 쿵푸허슬 - 빈자리는 다 안다고요-(스포일러?) |
좀전에 제 공간에...
굉장히 정성을 기울여서 써 내려간 글이 등록 직전 날아갔습니다.
하아...
최근 개봉한 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상 어제로군요 벌써-
어제 저녁 7시경 시내의 모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알고 모르는 사람도 알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주성치의 새영화였지요! 으하하하(웃어도 우울하네요..ㅠ.ㅠ)
스포일러 주의 하세요!
쿵푸 허슬 (功夫: Kung Fu Hustle)
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전작과 마찬가지고 주성치의 1인 4역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전작인 '소림축구'의 미덕이었던 즐거운 cg와 실사 영화의 한계까지 도전하는 과장법은
시종일관 상영내내! 저와 일행을 즐겁게 해주었고
그것만으로도 영화비 6000원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정도만 해도 '에이! 그게 무슨 영화야!'라고 말씀하실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릅니다만.
주성치의 영화를 보는 데에는 두개의 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성치의 영화'인가 아니면 '코미디 영화'인가..
이 두가지의 관점은 매우 다르고 중요합니다.
보셨던 혹은 보실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보는가에 대한 답변의 차이는
저와 제 일행처럼 1시간 반여를 즐겁고 유쾌하게 보낼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제 앞에 앉았던 어떤 연인처럼 졸음과 전화로 범벅된 짜증스러운 시간을 만들수 있게도 할테니까요.
그러니 만큼 답변은 가능한한 건설적이고 열정적인것이기를 바랍니다.
으하하하하!
주성치 영화의 미덕은 다들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다 한 칭찬 저까지 하면 그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기존의 주성치 영화와는 다른 특징들에 대한
아쉬움을 짚어보기 위함입니다.
많이 웃고 즐기고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영화관을 나오는 내내 무언가 뒷맛이 씁쓸했거든요.
이번 영화의 가장 눈에 띄고 무시할수 없으며 거대할뿐더러 중요하고 놓쳐서는 안되는 특징은!
바로 '오맹달'씨의 부재입니다.
(뭐...그 이유에 대해서야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지만
전 곧 나이먹은 아저씨들끼리 무난히 화해할꺼라 믿습니다.--;;;)
기존 대부분의 주성치 영화는 세가지 컷으로 크게 나눌수 있습니다.
오맹달씨만 나오는 컷, 주성치만 나오는 컷, 오맹달씨와 주성치가 나오는 컷.
이렇게요.
오맹달씨는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도 아닌 특별한 인물로 극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이야기의 살을 붙여주며 주성치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동시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주성치쪽으로 모아지는 효과를 내주었던 분입니다.
굉장히 익숙한 구조인 분담체계로 주성치 영화중 이러한 구조가 미려하게 그려지면 그려질수록
평단이나 관객의 평가는 좋았습니다.
주성치의 영화에는 의외로 영웅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네들이 익숙한 영웅의 형상은 아닐지라도 영웅의 옷을 입으며, 그게 안될때에는 영웅의 흉내라도 내야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러한 인물들이 드라마상 응당 가져야 하는 무게와 슬픔을
바로 오맹달씨가 대변하고 덕분에 가벼워진 주성치는 더욱 날렵하게 자신의 코미디를 펼칠수 있었던 것이지요.
음...이번 영화와 소림 축구를 비교해보죠.
소림 축구에서 오맹달씨는 좌절한 과거의 영웅입니다.
그에 반해 주성치는 좌절이라고는 모르는(정확히는 그게 뭔지 몰라서 모르는) 인물로 영웅이 되어가죠.
즉 변해버린 형제나 현실의 걱정을 한켠으로 밀어 버릴수 있었던 것이지요.-말꼬인다.--;;
그렇지만 이번 쿵푸허슬에서는 그런 캐릭터가 부재합니다.
친구도 그러하고 그가 상대하는 돼지촌의 주민도, 도끼파도, 주성치의 캐릭터를 위해 우울을 짊어지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는 막대사탕을 가진 여자와도, 또 자기자신과도 맨 마지막에서야 화해할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 화해가 다소 뜬금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영화는 중간 중간 주성치의 코믹한 모습과
현실에 절망하고 힘이 없음에 좌절한 젊은이의 모습 사이에서 관객을 고립시키는 실수를 종종 범할수 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이런 부담은 극의 스토리에도 어느정도는 부담으로 작용해 버릴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다른 영화의 예를 한번더 들어보죠.
'천장지구'라는 영화를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신다면 가장 슬픈 장면은 무엇인가요?
오천련이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고가도로를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
아니면 유덕화가 옥상에서 멋지게 맥주를 뿜어버리는 장면?
글쎄요..제게는 오맹달씨가 유덕화에게 맞고 둘이 같이 밥먹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극적이고 작화된 슬픔이 아닌 마음 좋은 동네아저씨만이 가질수 있는 울음과 웃음이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비현실적인 주인공들 사이에서 현실에 있을법한 인물을 만나는 것은 굉장히 슬픈일입니다.
바로 그런 삶에 대한 어찌할수 없는 슬픔과 주성치가 가진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가 만나 더 즐거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입니다.
만약 오맹달 아저씨가(이렇게 부르는게 좋아요...)
이번 영화를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그만큼 많이 웃고 온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친듯이 웃어본게 언제인지도 몰랐는데 말입니다. 으하하하-
기회가 되신다면 즐거운 사람들과 한번쯤 보셨으면 합니다. 요새 사는거 너무들 힘들잖아요.^^
-------------------------------
약속을 일부러 당겨서, 스타리그도 못봐가면서 본 영화였지만
공짜에, 재밌어서 후회는 없습니다. 스타리그는 지금 시간을 보니..재방도 놓쳤군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