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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1/01 13:41:27 |
Name |
눈의꽃 |
Subject |
영웅이란, 뒷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
숲이다.
아이우의 숲을 걸어가고 있다. 내 앞의 나무에서 한 소녀가 머리를 내민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방긋 미소 짓는다.
"영웅을 찾았다고?"
"응"
난 그녀의 머리에 붙은 낙엽을 털어주었다. 그녀는 약간 움찔했지만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는 고개를 으쓱였다.
"그래. 영웅은 어떤 분인데?"
난 멍청하게 날라나 킹덤의 모습을 설명하진 않았다.
"영웅이란, 등을 보여주는 사람이야"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등?"
"등은 뒷모습이야.
....내 앞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 내게 거짓된 표정을 말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난 그 뒤를 따라 걸어가."
그녀는 까르르 웃으며 곧 뒤돌아 달려갔다. "난 여왕이다아!"
"그건 안되지. 뒤통수에 키스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난 그녀를 다시 돌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 순간,칠흑같은 머릿결 사이로 케리건의 창백한 얼굴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놀랄 틈도 주지 않고 케리건은 내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송곳니가 내 목을 파고든다.
....
....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파고든다. 돈다. 뭐지? 입에서 어떤 말이 돈다. 들었던 말인데.
....리치는 나의 영웅.
지독한 고통도, 자꾸 흐려지는 눈앞도, 그리고 복받치는 감정의 오열도 사라졌다.
그는 날 위해 서 있는 기사 중의 기사, 그는 스스로를 알고 있었고,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 인물이었으며, 그로써 능히 나의 영웅이다.
밤의 어둠도, 고통의 어둠도, 이 참혹한 현실이 가져다주는 어둠 중의 어둠도 내 눈에서 나의 영웅을 가리지는 못했다.
눈을 들어 리치를 바라본다. 죽으려는 사람의 모습.
....더이상 뒷모습만을 바라보지 않겠어. 난 일어나야 돼. 그를 섬기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냐.
그와 함께 서기 위해 일어나야 돼. 나의 영웅과 함께 서야 돼.
SaferZerg의 검이 허공을 몇 번 베었다. 어둠 속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검의 잔영이 흉포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리치는 마치 동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너무 많이 본 뒷모습이다. 가장 커다란 사람은 등을 보여주는 사람이야. 내 앞에 서서 날 가려주는 저 등.
안돼. 이젠 지겹다. 더 이상 등 뒤에 숨을 수는 없어. 일어나야 돼. 일어나야...
P.S: 소설 「드래곤 라자」에 나오는 내용을 각색해서 적어봤습니다.
아이옵스 스타리그에서의 박정석선수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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